[줌인 북한] ‘애마’ 김정은, 20곳에 승마장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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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기마부대 육성과 승마장 건설에 큰 관심을 둔 가운데 최근 북한 전역의 주요 군부대 본부와 사령부 등에 승마장과 관련 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전국 20곳에 승마장이 조성되거나 만들어질 예정인데요. 이 중에는 김 총비서 일가의 전용 승마장도 있습니다.

백마를 타고 달리는 김 총비서의 모습이 우상화 선전 영상으로 활용되고, 그의 딸 김주애의 승마 실력에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김 총비서의 말 사랑은 계속되는데요.

하지만 식량난을 겪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승마장 건설과 군마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아 큰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 안녕하십니까. 지난 1월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말 러시아로부터 50여 마리의 말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는데요. 이런 가운데 위성사진에서 북한 전역에 승마장이 건설 중인 것이 확인됐다면서요?

[정성학] 네. 구글어스를 살펴보면 최근 북한의 주요 군부대 본부와 사령부에 승마장과 관련 시설들을 건설하는 정황이 포착됐는데요. 지역별로는 평양과 강원도에 각각 넷, 남포와 양강도에 각각 하나, 그리고 평안남북도에 넷, 황해남북도에 셋, 함경남도에 하나 등 주요 군부대에 18개의 승마장 시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네 곳은 부지만 확보해 놓고 정리 중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전용 승마장이 있는데, 평양 용성 관저에 하나, 강원도 원산 전용 별장에 하나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북한 전역에 걸쳐 승마장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 그럼 , 이 중에서 몇 군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은데요. 군부대에 새로 승마장이 지어졌거나 지어질 예정인 곳은 어디입니까?

[정성학] 북한 주요 군부대에 건설된 승마장 시설 두 곳과 예정 부지 두 곳을 살펴봤는데요. 2022년 4월과 6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평양에 있는 해군본부와 공군본부에 각각 야외 승마장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평양 용성구역 해군본부에는 임원저수지 옆에 610m 길이로 승마장 트랙이 설치돼 있고요. 그 위로 산 중턱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도로가 나 있는데, 이 산간 도로는 승마 훈련을 위해 길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공군본부에도 짧게는 525m에서 길게는 790m까지 3개의 트랙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최근에 생긴 겁니다. 또 2022년 4월과 9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각각 남포 강서지역과 강원도 회양의 군단사령부에 승마장을 만들 부지만 조성해 놓고, 기타 시설은 철거 중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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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용 승마장 시설이 강원도 원산별장과 평양 용성관저에도 조성돼 있다. / 구글어스, 제작 – 정성학, 김태이
  •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말을 즐겨 타는 것으로 알려졌고 , 한국 국정원도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그의 딸 김주애가 평양에서 홈스쿨링(재택학습)을 하는데 승마와 스키를 하고, 특히 승마 실력이 좋아 김 총비서가 흡족해한다는 내용도 전했습니다. 김 총비서 전용 승마장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김 총비서가 어릴 적 스위스에서 유학했을 때부터 승마와 스키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김 총비서와 가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 용성관저에 790m 길이의 트랙을 갖춘 전용 승마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우상화를 위한 선전영화 촬영장으로 이용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또 강원도 원산별장에는 595m와 1,000m 길이의 트랙 2개가 만들어져 있는데, 특히 안쪽 트랙을 따라 33개의 조명등이 설치돼 있어 김 총비서와 가족들이 한밤에도 대낮처럼 야간 승마를 즐기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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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역 주요 군부대를 포함한 20곳에서 승마장과 트랙 등 시설이 건설됐거나 준비 중이다. / NK Pro (1월 18일) 참조
  • 최근 북한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기마부대가 등장했고 , 김 총비서와 부인 리설주도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달리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승마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 최근 승마장 건설 열기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성학] 북한은 과거 김일성 시절부터 백마를 권력의 상징으로 신성시해 왔습니다. 북한에서 공개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김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눈 내린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서 우상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월 8일, 북한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주애의 백마가 등장하기도 했고요. 기념우표에도 기마부대와 함께 김주애의 백마가 담겨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백두혈통과 지배계층이 오래전부터 말에 집착해왔는데요. 이처럼 김 총비서의 유별난 승마 사랑과 지침에 따라서 북한 주요 군부대의 본부와 사령부 등에 승마장이 건설되고, 기병대를 육성하는 바람이 불었다고 판단됩니다. 또 승마장을 건설하고 기병대를 육성하는 이유는 전쟁 목적이 아니라 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 선전과 함께 위압감을 조성하고 군부대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그런데 승마장을 짓고 , 말을 수입하거나 훈련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정성학] 맞습니다. 기마부대 육성과 승마장 건설은 김 총비서의 최우선 중점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 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까지 러시아산 순종마를 70마리 수입했고, 이에 대해 미화로 6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지금 북한에 불고 있는 승마 사랑과 승마장 건설에는 많은 문제점이 따르는데요. 우선 러시아산 순종마를 수입하고 교배하는 등 품종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고요. 전국에 걸쳐 군부대 승마장을 건설하거나 군마를 사육하고 훈련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아사자까지 발생하고 식량난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승마 사랑이 비효율적이고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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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 중인 김정은 북한 총비서, 부인 리설주의 모습(왼쪽)과 제8차 당 대회 열병식에서 기병대가 말을 타고 행진하는 모습(오른쪽) / 조선중앙통신
  • 북한에서 말이 김 총비서의 우상화 선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 앞으로도 승마장 건설은 계속될 것으로 보시나요?

[정성학] 남포 강서지역과 강원도 회양처럼 현재 부지만 마련해놓고 승마장 건설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곳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 승마장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 말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쓰이고요. 또 김 총비서가 기마부대에 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갖는 데다 북중 국경지역에는 경비병이 말을 타고 순찰을 돈다고도 합니다. 또 평양에 있는 미림승마구락부는 김 총비서의 지시로 민간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승마장으로 개건됐는데, 이런 정황들을 비추어볼 때 앞으로 김 총비서의 승마 사랑과 승마장 건설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 오늘은 김 총비서의 승마 사랑과 북한 전역에서 건설 중인 승마장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정성학 부소장: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