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올해 밀∙보리 재배 면적 평균 46% 증가...보릿고개 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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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최근 몇 년 동안 밀과 보리 재배를 늘릴 것을 강조한 가운데 올해 북한 지역의 밀∙보리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우주청(ESA)이 3월에 촬영한 북한 5개 지역의 위성영상을 통해 밀∙보리 면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평균 19.3헥타르(19만 3천 제곱미터), 약 46%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고요. 이중 황해남도 옹진군의 경우 47.2헥타르, 약 64%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밀과 보리는 전년도에 수확한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춘궁기에 수확하는데요. 올해 늘어난 재배 면적만큼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밀과 보리 재배를 늘릴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요. 올해 밀보리 재배 면적이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요?

[정성학]네, 유럽 우주청(ESA)이 운영하는 '센티넬-2호' 위성이 촬영한 컬러 영상을 이용해 5개 지역에 대한 밀∙보리 면적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 평안남도 순천시, 황해남도 옹진군 등 5개 지역에서 밀∙보리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19.3헥타르(19만 3천 제곱미터), 평균 46%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이모작 농사 확대'를 지시했고, 벼와 옥수수 농사에 앞서 밀∙보리 재배를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황해북도 등에서 밀과 보리를 많이 재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자] 그러면 지역별로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선 평안남도 순천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성학]센티넬 영상을 이용해 올봄 평안남도 순천시 동암동 일대 경작지의 밀∙보리 재배 실태를 살펴보면, 올해 3월 중순 논과 밭 경작지에서 연녹색 사각형들이 식별되는데, 이는 봄철 밀·보리를 재배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논밭은 황량하게 비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위성영상을 보면 경작지에서 푸릇푸릇 식생이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는 5~6월 모내기 전에 이모작으로서 밀과 보리를 재배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와 올해 재배 면적을 비교해 보면, 지난해 밀∙보리 재배 면적은 27.5헥타르(27만 5천 제곱미터)였는데, 올해는 44.7헥타르(44만 7천 헥타르)로 약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같은 방법으로 평양 삼석구역과 황해남도 옹진군 일대를 살펴봤는데요. 평양 삼석구역 성문동은 지난해 3월, 밀∙보리 재배 면적이 9헥타르였지만, 올해는 10.8헥타르로 약 20% 증가했으며, 황해남도 옹진군 입석리에서는 지난해 74.3헥타르(74만 3천 제곱미터)였던 밀∙보리 재배면적이 올해 121.5헥타르(121만 5천 제곱미터)로 전년 대비 64%(47.2헥타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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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 위성영상에 따르면 북한 평양시 삼석구역과 황해남도 옹진군 입석리의 밀·보리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각각 20%와 64%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 센티넬-2A·2B호 영상, 이미지 제작 – 정성학

[기자] 나머지 두 군데 지역도 비교해 볼까요? 황해북도 황주군과 함경남도 금야군에서도 밀보리 재배 면적이 증가했다면서요?

[정성학] 황해북도 황주군 황주읍에서는 지난해 밀∙보리 재배 면적이 69.7헥타르였지만, 올해는 69.9헥타르로 소폭 늘었고요. 함경남도 금야군 인흥노동자구에서는 지난해 29.1헥타르였던 밀∙보리 재배면적이 올해는 59헥타르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참고로 유럽 우주청의 센티넬 영상(해상도 10m)에서 식생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기법을 적용해 밀·보리 재배면적을 분석했는데요. 식생지수는 지표면에서 녹색 식생의 유무와 분포를 파악하는 간접 지표로 널리 활용됩니다. 이번 분석에서는 황해남북도가 밀∙보리를 많이 재배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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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남도 금야군에서는 밀∙보리 재배면적이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 센티넬-2A·2B호 영상, 이미지 제작 - 정성학

[기자] 북한 전역의 재배 면적을 다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5곳의 표본 지역을 살펴본 결과 올해 밀∙보리 재배 면적이 전년보다 증가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정성학]맞습니다. 올해 3월 중순을 기준으로 표준 지역 5곳 모두 밀·보리 재배 면적이 늘었는데, 평균 19.3헥타르(19만 3천 제곱미터), 약 46%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고요. 지역별로는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가 주요 밀·보리 재배지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동안 북한이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로 농기구와 농자재 반입이 제한돼 농사에 많은 차질을 빚었는데요. 올해는 농약과 비료, 씨앗 등의 반입 상황이 나아지면서 밀·보리 재배도 늘어난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 지난 겨울 북한에 눈이 많이 왔기 때문에 토양에 수분이 충분하고, 우호적 작물에 대한 생육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올해 농사는 순조롭게 시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끝으로 대한민국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31만 톤 증가했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올해 밀∙보리 재배 면적이 작년보다 증가했고, 전년도에 수확한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춘궁기에는 밀∙보리를 재배해서 가을 수확 때까지 연명하게 되는데, 실제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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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오늘은 올해 북한 5개 지역에 대한 밀보리 재배 면적의 증가 현상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