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자신의 치적으로서 직접 챙기고 있는 대규모 온실 농장들이 있습니다. 함경남도의 연포 온실농장과 함경북도의 중평 온실농장, 그리고 평양에 건설 예정인 강동 온실농장인데요. 위성사진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느낄 만큼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소 재배를 위한 온실농장을 건설하면서 약 400헥타르(120만 평) 규모의 농경지가 사라졌고, 특히 함경남북도는 추위 때문에 지리적으로 불리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또 온실농장을 관리∙유지하려면 상당한 농자재와 연료 등이 필요하지만, 북한 당국의 충분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질지도 불투명한데요.
이 때문에 대규모 온실농장 건설은 김 총비서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근시안적 농업정책의 한 단면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치적으로 선전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연포지구의 온실농장입니다. 특히 이곳의 온실농장은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데요. 다른 지역에도 대규모 온실 농장이 지어졌죠?
[정성학] 북한에서는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의 치적으로 세 가지 공사를 꼽습니다. 첫째는 평양시 화성지구의 살림집 건설을 통한 새 거리 조성이고요. 둘째는 보통강 구역의 부자촌 경루동 건설, 그리고 말씀하신 함경남도 연포지구의 온실농장 준공입니다. 북한은 세 곳에 대규모 온실농장을 조성 중인데, 함경북도 중평지구와 함경남도 연포지구는 각각 2019년과 2022년에 준공했고, 평양시 강동지구는 올해 초 김 총비서가 직접 착공식에 참석하면서 첫 삽을 떴습니다. 세 지역은 모두 비행장 시설이 철거되고 그곳에 대규모 온실농장이 들어섰는데, 위성사진을 보니 400여 헥타르의 농경지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농경지 손실만 놓고 보면 과연 대규모 온실농장을 만들어 채소를 생산하는 것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북한 당국에서는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한 이유로 '사시사철 산간지대 주민에게 푸른 채소를 보장하려는 당의 조치다'라고 밝혔는데요. 다른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논과 밭을 없애고 그 위에 온실농장을 조성한 거군요. 그럼, 연포 온실농장의 모습부터 살펴볼까요?
[정성학]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에 위치한 연포 온실농장은 2022년 2월에 착공해 그해 10월 10일에 준공식을 했습니다. 연포비행장과 공군기지를 철거하고 230여일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온실농장을 건설했는데, 당시 준공식에서 김 총비서가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칭찬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3월 2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과 2021년 8월에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 보면 그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는데요. 약 277헥타르(약 80만 평) 면적에 수경재배 온실 18동과 토양재배 온실 800~900여 동을 건설했고요. 1천여 세대의 살림집을 지었으며, 부대시설로는 학교와 문화회관, 종합봉사시설 등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00여 헥타르의 논과 밭 등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그렇다면 다른 온실 농장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논밭이 사라졌나요 ?
[정성학]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지구에 위치한 남새 온실농장은 2018년 9월 말에 착공해 2019년 12월에 준공됐는데요. 여기서도 경성 비행장과 공군 비행연대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약 200헥타르(약 60만 평)에 수경재배 온실 20동, 토양재배 온실 320동과 양묘장 등을 건설했습니다. 또 590여 세대 살림집과 함께 부대시설로는 학교, 유치원, 탁아소, 병원 등 각종 공공∙편의 봉사시설 등이 들어섰는데요. 마찬가지로 약 140헥타르(약 42만 평) 정도의 농경지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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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평양시 강동군 봉화리에 지어질 온실농장에서도 농경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까 ?
[정성학] 강동 온실농장은 지난 2월 15일에 착공했는데요. 부지 면적은 약 280헥타르(약 85만 평)입니다. 강동 비행장과 공군시설을 철거하고, 수백 동의 온실이 들어설 예정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공사내용과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을 보면 비행장과 관련 부지 약 20헥타르를 빼면, 260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애초 화성지구에 채소를 공급하는 온실농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만 세대 아파트를 짓느라 농장들이 철거되면서 이를 대체하려고 평양 외곽에 이같은 대규모 온실농장을 새로 건설하는 것이란 보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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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북한이 자랑하는 대규모 온실 농장들이 지리적 위치나 운영에 있어서 문제점이 발견된다고요 ?
[정성학] 우선 온실농장을 운영하려면 난방이 제일 중요합니다. 원만한 난방이 잘 보장돼야 하는데, 함경북도 중평지구와 함경남도의 연포지구는 북한에서도 추운 지방으로 손꼽히는 곳이어서 지리적으로 불리합니다. 특히 연포와 중평 온실농장 두 곳 모두 동해의 해안가에 위치하고요. 방풍림조차 없어서 겨울철 바다에서 불어오는 북극 한파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온실농장을 짓고 관리∙운영하려면 비닐 박막이나 유리는 물론, 석탄이나 땔감 등 연료가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가의 특별한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함경도 지방의 온실농장에서는 채소 생산에 큰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이렇게 대규모 온실농장이라면 운영에 필요한 연료나 자재 등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 그렇다면 온실농장에서 재배한 채소가 과연 일반 주민에게 제대로 공급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정성학] 북한 당국이 대규모 온실농장을 지을 때는 북중 국경 봉쇄와 식량난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자 주민들의 먹거리를 챙기는 이른바 ‘애민’ 정책으로서 이를 선전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함경북도 경성군에서는 중평 온실농장 덕에 주민들이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크게 홍보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곳에서 생산한 채소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합니다. 또 온실농장 생산물이 ‘9호 제품’으로서 대부분 중앙당으로 보내지고, 남은 것은 온실농장 관리인이나 간부들에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따라서 세 곳의 대규모 온실농장을 봤을 때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농업정책의 한 단면임을 엿볼 수 있고요. 앞으로도 당국의 충분한 지원 없이 농장원이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농자재와 연료 등을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온실농장의 건설로 400여 헥타르 농경지가 사라지면서 이로 인해 입은 손실이 과연 온실 채소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 그 가치 측면에서 회의적인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 네 . 오늘은 북한 세 곳에서 건설됐거나 건설 예정인 대규모 온실농장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부소장: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