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선화동에서 운영된 것으로 알려진 '선화동 관리소'가 모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8월,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를 통해 알려진 '선화동 관리소'는 8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관리소 주변으로 높은 담장이 에워싸고 있었지만, 몇 달 후 모든 시설이 철거되고 빈터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정치범수용소인 '27호 관리소'로 알려진 이 곳의 수감자들은 인근 피현벽돌공장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용 시설이 철거됨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 안녕하십니까.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선화동에 있던 교화소 시설이 최근 위성사진에서 수용소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요?
[정성학] 지난해 RFA가 미국의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평안북도 피현군 선화동에 새로운 노동교화소를 운영하고, 수감자들을 인근 공장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한국의 인터넷 대북 매체인 ‘데일리NK’는 이 시설을 정치범 수용소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27호 관리소’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2022년 9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니 선화동 수용소 시설이 전면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2021년 12월 영상에서부터 사라졌는데요. 울타리까지 전면 철거하고, 수감자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 선화동 시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 몇 달 만에 사라진 건데요 . 마치 수용소 시설을 들킨 뒤 서둘러 철거한 듯한 느낌도 듭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성학] 우선 선화동 수용소의 위치와 시설에 관해 설명드리면, 평안북도 피현군에 피현벽돌공장이 있고, 그 아래 이 수용소가 있었습니다. 피현벽돌공장은 벽돌과 기와를 생산해 각종 공사 현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갠트리크레인 5대와 컨베이어벨트 등 관련 시설로 식별이 가능합니다. 그 아래에 수용소 시설들이 있었는데요. 노동단련대 성격의 교화소에서 정치범수용소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면 이 수용소는 부지 면적인 0.72헥타르 안에 크고 작은 건물 8개 동으로 구성됐고요. 대형 창고와 양어장도 있었습니다. 직경 13m의 모래더미도 있었고요. 특히 시설 외곽에는 사방으로 높은 담장이 둘러쌌는데, 이는 엄격한 통제와 보안을 요하는 관리 시설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이 건물들과 주변 담장 등이 모두 철거됐다는 거죠 ?
[정성학] 그렇습니다. 선화동 수용소 시설이 위성사진에서 2021년 5월 10일까지 식별되다가 그 이후로 사라졌습니다. 2021년 12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대형 창고(14m x 66m) 건물과 양어장만 남기고 시설 전체를 철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빈터만 남았고요. 수용소를 둘러쌌던 담장도 없어졌습니다. 2021년 5월~12월 사이에 수용소 시설을 철거하고 수감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후 사진을 비교하면 그 변화를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알려진 선화동 수용소의 실태는 무엇인가요 ?
[정성학]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시설은 교화소에서 정치범수용소로 용도를 변경했고, 사회안전성에서 관리했습니다. ‘피현 관리소’ 또는 ‘27호 관리소’로 불렸고, 수감자는 남녀 합쳐 500여 명이 넘고, 이 중에는 어린이도 있다고 합니다. 수감자들은 피현벽돌공장에 배정돼 강제 노동에 투입됐고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적게는 1만 9천 명에서, 많게는 5만 6천여 명이 수감되는데, 오늘 살펴본 27호 관리소는 시설이 너무 작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거나 합친 것으로 보입니다.

- 은밀하게 운영돼 왔던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위성사진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고 ,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우려하는 계기가 된 것 같은데요. 위성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는 어떻습니까?
[정성학] 위성사진과 인권 단체의 보고서,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현재 북한은 7~8개의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감 인원만 23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황해북도 평산관리소는 수감 인원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곳까지 합치면 전체 수감 인원은 30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북한 당국의 사회 통제와 단속 강화로 체포된 사람이 많지만, 수용소 내 수감 인원이 감소 추세라고 하는데요.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수인성 전염병 등으로 사망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수용소 내 방역과 의료체계가 미흡하고,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 행위가 여전히 벌어지는 곳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인데요. 앞으로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네 . 오늘은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선화동 27호 관리소 철거 소식을 살펴봤습니다 .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