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여성들을 그만 놓아주세요”

3월 8일은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날을 사회주의권에서 제정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1908년 미국 뉴욕에서 1만 5천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여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제2차 국제 사회주의 여성회의’가 결의한 ‘세계 여성의 날 제정안’에 따라 1913년 3월 8일부터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1975년부터는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면서 이날은 국제적인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세계 여성의 날을 준비하며 여성의 권리와 성 평등을 위한 전 세계적인 운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이 열리고 있습니다. ‘2025년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는 올해 여성의 날 주제를 “더 빠르게 행동하라”로 정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의 속도로는 134년이 지난 2158년에나 성 평등을 완전히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진전할 수 있도록 더 빠르게 행동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성 평등 증진을 위한 법 집행 및 포용적인 정책의 실행,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통한 경제적 역량강화, 교육 및 역량 개발 지원, 여성의 대표성 높이기, 성차별 및 젠더 폭력 근절, 디지털 격차 해소, 국제적 연대 강화 등을 성 평등을 위해 더 빠르게 행동하는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각 지역과 국가, 단체들도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주한 유럽연합대표부는 2025년 세계 여성의 날 행사의 주제를 “보다 회복력 있고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향하여: 안보-방위 분야의 여성”으로 정했습니다. 한국 여성단체연합의 주제는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였습니다.

북한에서도 이 날을 맞으며 여성동맹의 주최로 여러 행사를 조직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여성들에게 제시하는 과업은 세계적인 흐름과 너무도 다릅니다. 북한 당국은 남녀평등은 이미 실현되었다고 선언하였기에 더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 여성동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3.8부녀절에 수령에게 충성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자기를 위한 주제를 정해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 여성은 여성동맹에 의무적으로 소속되어야 하지만 이 조직은 여성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당과 수령을 위해 종사하는 조직입니다. 여성동맹규약에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은 김정은의 여성동맹”이라고 공식화 되어 있습니다. 여성동맹은 수령과 당에 충실하며 가정과 사회,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여성들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항상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거리와 마을을 잘 꾸리며 남편과 시부모 아이들을 잘 돌보라”고 요구하는 것이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성들을 당과 국가의 요구를 집행하도록 통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여성들을 자본주의요소를 숙청한다는 미명하에 단속통제하고 있고, 퇴비 생산, 농촌 동원, 건설 등 각종 동원에 내몰고 있습니다. 부족한 국가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각종 명목으로 물자와 자금을 거두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제를 주로 맡아 하는 것이 여성동맹입니다.

3.8부녀절을 맞는 북한 여성들의 바람은 크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당과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당과 국가, 여성동맹이 여성들에 대한 통제만 하지 않으면 정말 좋겠다고 합니다. 2025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으며 북한 여성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위한 주제를 정하라면 이런 구호를 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성들을 그만 놓아주세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