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군 기피의 역설 ‘인민군대 탄원’

북한에서 3월부터 5월까지는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의 인민군대 초모기간입니다. 노동신문은 고등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최전연 초소로 나갈 것을 탄원했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북한말로 ‘탄원’이란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일이란 뜻입니다. 북한에서 군입대는 자원이 아닌 의무임에도 인민군대 탄원 행사를 크게 벌이는 것은 인민군대 기피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년들이 군 입대에 대한 거부감이 없던 때에는 인민군대 탄원 모임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청년들은 후방 부대보다 최전연 초소에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정찰병이 된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후방에서 통신을 담당하는 통신병이 된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신병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군공 메달’이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당시 인민군대 기피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군에서 영양실조자가 속출하면서 인민군대 기피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고 이를 막고자 1992년부터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의 인민군대 탄원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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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북한 여성들도 아이를 1~2명밖에 낳지 않습니다. 나라가 가난해서 다른 국가만큼 넉넉하게 키우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군 복무 환경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는 나아졌지만 현재도 식량과 부식물이 부족하여 군인들이 상시적인 배고픔을 겪고 있습니다. 청년기에 훈련과 노동강도가 센 것에 비해 칼로리를 충분히 보충하지 못하면 성장과 발육, 건강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 군에 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에서 청년들이 군에 가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입당이었습니다. 조선노동당 당원이 되어야 간부로 출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간부직의 인기가 하락하고 돈의 인기는 상승하는 풍조가 강화되고 있어 군 기피현상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을 벌려면 전망이 불투명한 간부보다는 돈을 확실히 벌 수 있는 직업이 더 중요합니다. 요새는 돈 버는 데는 당증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부담으로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는 군 기피 현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군입대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인 결핵 진단서 불법 발급 가격이 100 달러에서 500 달러로 상승했다는 뉴스는 군 기피 정도가 얼마나 심해졌는지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올해 군 기피가 더 우심해진 이유는 건설부문 초모가 더 늘어난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지난 기간 군이 맡던 건설 대상은 방어공사 등 군 관련 건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군대를 산업, 도시 건설에 전문으로 동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에도 청년들은 전문 건설 부대인 사회안전성의 7총국에 초모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건설 부대에 배치되면 군복무 10년 전 기간 건설장에서 노역을 해야 합니다. 군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군복무도 힘들지만 전기간 건설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군복무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사망률도 더 높으며, 입당도 더 힘들고 제대 후 건설장 집단 배치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거기다 군에서는 기본 병종이 아니라고 항상 뒷전에 놓기 때문에 자부심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2024년부터 시작된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조선인민군도 각 군단에 124여단의 명칭으로 건설 부대를 조직했습니다. 이 부대에 소속되면 지방 건설이 끝날 때까지 10년 동안 건설만 해야 합니다.

특히 러시아 파병은 군입대를 기피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되어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군 초모를 피해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선전용 군입대 탄원 행사를 늘릴 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국가의 소모품으로 동원하는 초모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