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America First’, ‘Peace thru Strength’, ‘Make America Great Again’, ‘Golden Age of America’ 등을 외쳤습니다. 즉 ‘미국 우선주의’, ‘힘을 통한 평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의 황금시대’ 등을 외친 것이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 구호들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그가 국익을 추구하는 실익 외교만을 펼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외교’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이 유일 패권국 지위를 내려놓고 세계 경찰 또는 국제질서의 관리자 역할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틀린 예상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을 종합하면,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 힘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겠지만 대상이나 방법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포함한 동맹국들이 더 많은 안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부쩍 강조했습니다.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다시 찾겠다고도 했으며,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중시하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이란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그가 추구하는 세계전략의 방향성이 분명해 보입니다. 즉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선도하는 역할을 계속하겠지만 부담은 공정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며, 전략의 비중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시켜 중국 견제에 더 많은 힘을 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도 이런 변화를 정확하게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을 하자마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고, 2월 2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서는 조기 종전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린란드는 북쪽의 방어선이자 북극해 시대에 대비하는 요충지인데, 중국이 북극해에서의 기득권을 선점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건설한 운하이며 군사적·경제적으로 미국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한 해상교통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소재 중국계 회사가 운하의 양단 지역을 관리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으며, 이를 알아챈 파나마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정상회담 후 미국의 조기 종전 노력에 동의하고 미국과의 광물개발협정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서도 재확인되었습니다. 그는 연설을 통해 먼저 강력한 미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불균등 관세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으며, 미국의 추진력(Momentum)과 정신(Spirit) 그리고 자신감(Confidence)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강한 미군과 강력한 해군력의 건설, 한국 및 일본과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추진 등도 언급했습니다. “파나마 운하를 중국에 넘겨주지 않고 파나마에 넘겨주었는데 곧 되찾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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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조만간 북한에 대해서도 핵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는 반문들이 나왔지만, 우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북한은 그래야 합니다. 그의 발언은 북핵의 존재를 인지(acknowledge)한다는 것이지, 공인(authorize)한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핵국으로 공인받는다는 것은 핵보유 상태에서 경제적 외교적 불이익을 받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북한은 국제사회가 핵보유를 공인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를 받고 있으며, 안보불안을 야기한다는 의미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부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 러, 북 3국이 군사적으로 밀착한 상태에서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계속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여 이를 대화로 해결해볼 수 있을지를 타진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핵대화가 재개된다고 해서 핵보유를 공인받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되며, 그보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가운데 대화에 임하여 핵포기 또는 핵위협 저감을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필요한 반대급부를 추구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 과거 미북 대화나 6자회담처럼 앞으로는 대화를 하면서 뒤로는 핵무력 고도화를 계속하는 이중전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미북 핵대화가 재개되어 북핵 위협이 감축된다면 한국도 싫어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