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평양의 대동강변에는 김책공대를 비롯한 과학분야 인재들이 사는 주거단지가 있습니다. 미래과학자거리 살림집인데요. 19개동의 2.500새대 규모입니다. 또 시내에 있는 여명 거리의 살림집도 보기에 원기둥 형과 마디가 있는 직사각 형태 등 건물의 모양도 다채롭습니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고층건물 외벽 마감재로 주황색과 청색 계열 타일을 사용했다는 것인데요. 이런 평양의 건축물을 보는 외부인의 시각은 어떤 것인지 아이 에프 건축사 사무소 대표이며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건축교류위원인 차상욱 건축사를 통해 알아봅니다.
기자: 일반인 생각에는 평양에 있는 일반 건축물이나 단독주택은 지방 보다는 최신식으로 지어졌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차상욱 건축사: 단독주택이라 하면 마당이 딸린 2층 이하의 개인주택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구글어스가 제공하는 위성사진을 통해 평양을 살펴보면 그런 유형의 집은 찾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기껏 발견되는 곳은 보통강구역 서장동에 90평대로 짐작되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 잘 조성된 마당을 끼고 들어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희소성에 비추어 볼 때, 그것들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일 수 없다는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북한에서는 분류상 ‘1호 주택’이라 부르는 주택이 있습니다. 잘 꾸며진 단독주택도 이에 해당하지만, 특권층에게 제공되는 30평 이상의 고급아파트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서장동에서 확인되는 단독주택은 당서열 20위 안에서 군림하는 인물들에게 주어지는 특각의 성격을 띤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바와 같은 ‘일반 단독주택’이 전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 양상을 달리하지만 모란봉구역 진흥동에서 확인되는 주거군락 속의 주택을 저는 평양에 있는 일반 단독주택의 유형으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평양에서는 흔히 ‘땅집’이라 부르는 이 유형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당이 주기적으로 공급하던 주거건설의 중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주거단지의 여백이나 녹지로 조성된 빈터에 주민 스스로가 각자의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 현재 군락을 이룰 만큼 넓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대로변을 너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상당히 많은 지역에 이와 같은 유형의 땅집들이 들어 선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화장실의 위생은 말할 것도 없고 장작으로 난방과 취사를 해결해야 하는 열악함이 사회주의 계획도시의 이면을 채워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현재 건물을 세울 때 세계적인 흐름은 어떤 것인가요?
차상욱 건축사: 최근 현대건축의 세계적인 흐름은 전 지구적인 관심사와 연결되어 움직인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환경’과 ‘에너지’라는 주제가 그것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조치에 합의한 이후 건축산업이 자재를 생산하는데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동시에 건축물 자체가 냉난방에 소모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안들이 법적으로 건축물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는 일견 건설시장을 퇴보시키고 디자인 욕구를 움츠리게 만들 것 같았지만, 건축계는 오히려 발달된 설계방식을 활용하여 더욱 다채로운 형태를 개발하여 현대도시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의 표면에 역동적인 장치들을 설치하여 빛과 공기를 능동적으로 조절하기도 하는데,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표정을 바꾸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과거에는 표현 자체가 불가능했던 비정형의 매스를 대형 건축물의 형태로 지어내기까지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단히 이질적인 형태가 단지 시각적인 효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환경과 에너지 규제에 대한 과학적 대안의 부산물처럼 작용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기자: 평양의 건물은 이런 세계적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차상욱 건축사: 최근에 지어진 ‘고층살림집’과 ‘과학기술의 전당’, 그리고 ‘은하타워’ 등의 형태가 기존의 북한건축과 다소 차이가 있는 과감한 시도를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설계의 동기와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확인되는 시스템의 비과학적인 낙후성 때문에 그 가치를 결코 높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또한 7차 당대회를 전후로 회색의 도시 평양에 덧씌워진 색채의 경박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낡은 건물 표면에 한 겹으로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을 해놓고 외국인들을 끌어 모아 헬기(직승기)를 타고 둘러보는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저들의 생각은 그나마 높이 떠서 바라보면 멋진 계획도시가 평양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 평양관광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인터넷공간에 올려놓은 반응을 보면, 일명 ‘캔디칼라’ 라는 이름으로 비웃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솔직히 같은 민족으로서 우습기보다 슬프게 다가옵니다.
기자: 일반 상업용건물이나 주택건설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차상욱 건축사: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학에서 배우는 건축계획 각론에 준하는 설명인데요. 먼저 상업건축의 경우 판매와 유통시설에 국한하여 생각해보자면 평양의 장마당 전체를 단기간에 건전한 유통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전제를 두어야 합니다. 비록 장마당이 자본주의적 유통체계를 경험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하겠지만, 말 그대로 투명한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상업건축은 일차적으로 평양의 주요 거점에 대형 할인매장의 형태로 다수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광복거리에서 상업중심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달고 성업 중인 대형상점이 존재하므로 예측이 터무니없다 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것은 향후 평양에 두 가지의 급속한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인데, 소매상의 증가와 교통의 발달이 그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로써 평양의 기존 가로 이미지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즉 도로에 면한 ㅁ자 형태의 주거동 1층은 주거공간에서 상업공간으로 바뀌고, 주거단지 밖으로 간판을 내걸면서 가로를 향해 문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주택건설 시장의 변화도 예측해 보자면 평양에서 급격한 재건축이나 신규 주택단지 건설사업은 체제의 급격한 변화와 북한 경제력의 향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현시점에서 예상하기에 별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대신 현재의 수준으로 꿈틀거리는 평양주민의 욕구들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는 한 가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인테리어 시장의 확대입니다. 그 대상은 창문, 화장실, 주방설비, 내부 마감재 순서로 관련 시장이 형성되어 낡고 획일적인 생활공간에 대한 개선욕구를 뒷받침하게 되리라 예상합니다.
기자: 건축자재나 화재나 지진에 대비한 안전장치 등도 걱정스러운데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차상욱 건축사: 얼마전, 건축사협회에서 탈북자 한분을 모셔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평양 건축종합대학’에서 ‘건축구조학’을 전공하고, 탈북 이후에는 한국에서도 동일한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전문가였기 때문에 많은 건축사들이 참석하여 평소 궁금해 하던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이 때 참석한 건축사들 모두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진에 비춰진 모습이 화려하건 말건, 평양건축에 대한 건축사들의 우려는 일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장소에서 우리는 탈북자의 말에서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건축 전문가들도 학문으로서 건축구조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뿐만 아니라 지진에 대비하는 내진설계 이론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건축의 문제는 이론과 실무가 철저히 따로 노는 세상에서 지어지는 건축이라는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도시환경은 문제해결의 역사가 낳은 산물입니다. 실패와 오류를 수정하면서 더 나은 해법이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면 그 다음으로 법으로 명문화하여 지속적인 개선을 촉진시키게 되지요. 우리에게도 지진이 한차례 지나가면 건축관련법에 내진설계 조항이 강화되어 일본과 맞먹는 기준에 다가가고 있는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론과 실무가 따로 놀고 전문가의 지식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회가 북한 이라면, 이것은 북한체제의 본질적인 문제와 연결된 것이어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는 노력만으로는 평양과 나아가 북한 전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기까지 지극히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겠구나 하는 좌절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평양의 건축물을 보는 외부인의 시각은 어떤 것인지 아이 에프 건축사 사무소 대표이며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건축교류위원인 차상욱 건축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