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천지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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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10년 세월이면 강산의 모습도 변한다고 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이제 남한생활이 10년 된 탈북여성 이순희(가명)는 최근 탈북해 남한입국을 위해 거쳤던 라오스를 여행했는데요. 불안 하면서도 신기하게 봤던 못살던 나라가 10년만에 보니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씨의 라오스 여행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이순희: 그 작은 승용차에 모두 9명이 탔어요. 운전수와 브로커 합하면 총 11명이죠. 그러니 얼마나 좁게 앉았겠어요.

이 씨는 라오스를 생각하면 탈북해서 라오스를 경유했던 당시의 기억부터 떠올립니다. 그런 나라를 이제 남한에 정착 10년만에 다시 여행자의 신분으로 갔던 겁니다. 시간을 되돌려 10년전 라오스의 모습을 잠시 들어봅니다.

이순희: 그때 중국을 떠나서 가장 남쪽 도시인 곤명으로 갔어요. 거기를 넘어서면 라오스나 태국으로 들어서거든요. 브로커를 따라 승용차를 탔는데 도로를 보니까 비포장 흙길인데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물웅덩이가 많았는데 차가 지나니까 흙탕물도 튀고 차도 울렁이고 하니까 차안에 있는 사람들이 막 토했어요. 좁은 차에 사람이 많이 타서 공기도 나쁘고 하니까…

중국 남서부 끝자락에는 운남성의 성도로 쿤밍이 있습니다. 베트남, 버어마, 라오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인데 보통 곤명이라고 합니다. 불법 신분으로 남한행을 하던 이 씨가 경험했던 라오스는 그리 즐거운 기억이 아닙니다. 현재 당당히 관광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거리풍경을 즐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순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순희: 이틀동안을 갔어요. 라오스의 비엔티안은 남쪽에 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하룻밤 자고 차를 타고 왔는데 그 기간 우리는 신기하니까 자꾸 밖을 내다보게 되잖아요. 북한 교과서에서 배우던 남방의 정글, 바나나 나무, 코코아 나무 이런 것을 보게된 거예요.

거리의 풍경만 봐도 더운 지방에 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문명화된 건물이나 도로가 아닌 원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순희: 어땠는가 하면 북한에서 보던 수림과는 다르더라고요. 기온이 벌써 다르니까 북한에서 보지 못했던 활엽수였어요. 북한에선 우리가 동남아 더운 지방에는 잎이 무성한 바나나 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배웠는데 그대로더라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오던 기억이 나요.

탈북해 중국에서 몇 년 살았고 이제는 라오스 국가를 경유해 남한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상했던 것이 북한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탈북했는데 당시 눈에 비춰진 라오스의 모습이 더 좋아보이진 않았던 것입니다.

이순희: 북한보다도 못하단 생각이 그때는 들었어요. 왜냐하면 도로포장도 안돼 있고 사람들 집이 도로를 향해 있는데 우리는 도로포장이 안됐으면 흙먼지가 많이 나는데 왜 그분들은 도로를 향해 문을 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보니까 판잣집이예요. 생리현상을 해결하려고 가다가 휴게소에 갔는데 호기심에 집을 보니까 판잣집인데 지붕은 야자나무를 엮어서 해서 비가 새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북한보다 못사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10년전 4월에 보고 느낀 라오스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찾은 것은 5월 입니다. 시기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데요. 계절은 같아도 그 사이엔 10년 세월이 있습니다.

이순희: 우리가 낮에 비엔티안 공항에 내렸어요.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때는 어둡고 침침했는데 공항 내부도 환하고 유리도 진짜 멋있게 통유리고 현대적 감이 드는 거예요. 진짜 공항이 많이 변했다고 내가 말했어요. 다른 분들은 남한분들이라 저희 감정을 모르죠. 그런데 저는 라오스를 통해 왔으니까 알죠. 그때 같이 갔던 탈북자 분도 라오스 대사관을 통해서 와서 그분하고만 서로 손붙들고 그때보다 달라졌다. 도로포장 했네, 집이 판잣집이 아니고 벽돌집이네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힘들었던 지난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어 무척이나 복잡한 감정이었습니다.

이순희: 결국 우리가 올때는 중국 국경에서 비엔티엔을 왔다면 이번에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중국 쪽으로 가면서 우리가 탈북했던 그 노정을 다시 밟으며 관광을 갔던 거예요

기자: 이번에 라오스를 가게 된 배경은 뭔가요?

이순희: 라오스를 가게 된 것은 여기 대구시에 민주평통 산하 대구시 여성리더 모임이 있습니다. 현재 20기까지기수가 나갔는데 이분들은 15기 16기 때 대구시 리더모임의 간부들이었어요. 그 동기들 모임에 나도 참가했었으니까 그때 참가했던 분들이 라오스 여행을 간 거예요. 이분들은 라오스 처음 가본데요. 구라파요 태국이요 다 가봤는데 라오스는 처음이라면서 가게 된 거예요.

국내여행도 아니고 다른 나라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니 그에 맞춰 준비도 꼼꼼히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행 중 체력이 떨어지면 안되니까 먹거리 준비에 신경을 썼습니다.

이순희: 한국보다 못살기 때문에 혹시 물이나 음식이 우리한테 안맞을 수 있다고 해서 물 하고 김 하고 양념장 같은 것 그리고 장아찌를 준비하세요. 그래서 난 양념장을 가지고 갔어요. 첫날엔 그나라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안남미 있죠. 풀끼없는 길쭉길쭉한 쌀이요. 그것으로 볶음밥을 해서 주는데 막 흩어지는 것 있죠. 그리고 국하고 반찬은 우리하고 비슷하게 감자도 좀 볶고 했는데 향신료 냄새가 너무 강하니까 우리 입맛에 안맞아서 못 먹겠더라고요. 사람들이 한두 숟가락 먹다가 냄새나니까 못 먹고 부랴부랴 부스럭 대면서 김을 꺼낸다 양념장을 꺼낸다 하고 저도 양념장을 꺼내 먹었죠.

기자: 일정은 어땠나요?

이순희: 4박 5일 이었어요.

기자: 라오스에 10년 만에 가서 인상 깊었던 것은 뭔가요?

이순희: 딱 10년만에 갔는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더니 강산이 변했더라고요. 우선 우리가 멀미하면서 온 흙길이 쭉쭉 뻗은 포장도로가 됐고요. 길옆에 있던 판잣집들이 흔적도 없고 다 벽돌집 아니면 시멘트 집이 된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당연히 10년 세월에 그 모습이 변했을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니 천지개벽이라도 한 것처럼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이순희: 그때 우리 올 때는 정전은 아니었는데 거리가 어두웠어요. 이번에 머문 호텔이 25층인데 14층에 묵었거든요. 솔직히 라오스는 나라 크기에 비해 인구가 적어요. 크기는 우리 남북한 합쳐서 3배정도 큰데 인구는 우리는 남북한 합쳐 7천만인데 거기는 7백만 인구도 안돼더라거요. 그러니까 우리처럼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빈땅이 많아요. 전부 단층 집이고 아파트, 국가건물, 호텔이 고층이지 전부 단층이예요.

그렇게 북한보다 못산다고 느꼈던 라오스의 변화. 이렇게 라오스도 예전의 모습을 알 수 없게 탈바꿈했는데 북한은 어떻게 한결같이 변화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순희: 했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전국 대학교에서 올 겨울 압록강에서 신의주 혜산을 바라보면서 그곳 주민이 얼름깨고 빨래하고 물길어 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줬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이 뭔지 압니까? 10년전이나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라오스는 10년 여간에 천지개벽 했더라고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탈북여성 이순희(가명) 씨의 10년만에 다시 찾은 라오스 여행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