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선물-도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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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서 조선작가동맹 소속 시인이었던 도명학 씨가 남한에서 소설가 변신해 책을 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소설집 "잔혹한 선물"은 2018년 9월 푸른사상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왔는데요. 북한의 일상생활을 생생히 그려냈다고 평가 받고 있는 도명학 씨에 작품에 대해 직접 작가를 통해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책이 나온 지 만 2년이 됐는데 현재까지 상황을 좀 알려주시죠.

도명학: 처음에 초판까지 팔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문화예술위원회가 있는데 해마다 우수도서를 선정하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제 작품이 2018년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이 돼서 그 작품은 국가지원으로 재판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책이 전국 도서관, 학습관 등에 배포된 상황입니다.

기자: 보통 요즘은 처음에 얼마나 인쇄를 합니까?

도명학: 천부에서 천오백 부 정도 찍죠.

기자: 잔혹한 선물은 얼마나 했습니까?

도명학: 초판을 천부 찍었을 겁니다.

기자: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북한 사람이 아닌 남한 독자를 대상으로 썼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도명학: 그렇죠. 그것이 중요하죠. 북한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북한에 대해 알리자고 하면 차라리 북한에 대한 자료집 형식이나 보고 들은 것을 복사해 놓듯이 쓰는 글들이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그런 것은 북한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직업상 혹은 학술적 주제를 정해 보는 사람은 괜찮겠지만 남의 얘기로 들릴 수 있는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자료집 같은 것은 광범위한 독자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문화예술 작품은 북한의 이야기든 아프리카의 이야기든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보편화된 감정과 체험 이런 것을 간접 체험하기 위해서 책을 보죠. 그래서 저는 북한에 대해 소개하는 것보다는 사람을 그린 겁니다. 사람은 북이나 남이나 근본적으로 보면 인류는 다 같지 않은가 특히 우린 동포니까 그런 시점에서 작품을 썼어요. 독자들 입장에서는 북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북한을 통해서 또 다시 남한에 사는 자신의 입장도 함께 들여다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인간학이라는 입장에서 썼다고 보면 되죠.

기자: 이 책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북한에서 어떤 계층의 사람들 입니까? 지도층인가요? 일반 노동자들인가요?

도명학: 인텔리도 있고 일반 노동자도 있고 농민도 있고 좀 다양합니다.

기자: 책 한권 속에 7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는데 간단히 책 소개를 해주시죠.

도명학: 예를 들면 거기 북한의 작가의 생활에 대해 쓴 "책 도둑"이 있어요. 이것은 남이나 북이나 작가는 들은 글을 쓰고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같잖아요. 그런데 남쪽에서도 작가는 가난을 훈장처럼 달고 산다고 하고 글을 써서 생활하기 힘들다는 고충은 북한과 같더라고요. 북한 작가의 생활을 그렸는데 처음에는 잘나가서 국가에서 원고료도 많이 받고 선물도 받고 했는데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국가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니까 그 작가의 원고료 선물이 다 옛 이야기가 돼버리고 또 현실과 맞지 않는 글을 써야 하는 고충도 있고 이런 여러 가지 내제적인 모순에 빠져서 살아야 하는 또 글을 써가지고 죽도 겨우 먹는 처지에서도 아주 행복한양 그 체제를 찬양 하는 것에 본인들 자체도 스스로를 우습게 여기고 스스로를 동키호테라고 생각하는데 책 도둑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가가 책을 도둑 맞습니다. 두둑을 맞은 책은 금서들도 회수할 때 안 받치고 몰래 감춰둔 것까지 없어졌는데 나중에 도둑을 잡고 보니 작가의 아내인 거예요. 제가 꾸민 이야기도 아니고 실제 있던 이야기인데 그 작가는 지난해 인맥을 통해 알아보니까 끝내 생활고로 돌아가셨더라고요.

기자: 책 제목이기도 한 "잔혹한 선물"은 어떤 이야기 입니까?

도명학: 잔혹한 선물은 북한에서 공사가 많이 벌어지잖아요. 돌격대, 노력동원 이런 것이 많은데 북한 백두산에 철길 공사를 하는데 엄동설한에 언땅을 파가면서 노반을 닦고 이런 공사를 하다 보니까 굶주리고 춥고 보급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돌격대원들이 일하는 과정을 그린 건데 거기서 일하는 과정에 김정은의 선물이 와요. 수고 한다고 선물로 사과 두알이 오는데 세 명이서 두알을 나눠 먹으라니 우습잖아요. 엄동설한에 몇 조각씩 나눠 먹고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 하고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두워지면 작업이 끝나야 하는데 밤 12시가 되도록 횃불까지 켜들고 그 어두운 데서 일하다가 나이가 제일 어리고 배고파서 밥이나 얻어먹으려고 자진해서 돌격대에 들어온 어린 청년이 무너진 토사에 깔려서 참혹하게 죽게 되는 그런 이야기죠. 결국 그날의 사과 선물만 받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란 말이죠. 그 알량한 사과 때문에 목숨을 잃은 거죠. 그래서 제가 작품의 제목을 잔혹한 선물이라고 붙인 거죠.

기자: 232 쪽에 7개 소제목으로 책을 출판 했는데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들지 않습니까.

도명학: 그렇죠 아무래도 그러니까 그 작품을 단기간에 쓴 것이 아니란 말이죠. 몇 년 걸렸죠.

기자: 얼마나 시간이 걸려 나온 건가요?

도명학: 한 4년 되죠.

기자: 한 권 쓰고 끝이 아니라 계속 후속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요.

도명학: 원래는 금년에 한권을 더 낼 수 있으려니 했어요. 작품은 거의 다 모아졌어요. 그런데 올해 상황으로 봐서는 좀 기다렸다가 내년에 내려고요.

기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남한사람이라 소설 속에 어떤 장치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명학: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죠. 그러니까 독자가 읽을 때 남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것을 먼저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널리 홍보가 잘돼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극대화 시킨 상태에서 나가는 글이 아니고는 남들한테 나의 이야기를 그냥 쏟아놓기만 하면 자기 시간을 내서 그것을 다 읽고 하기가 부담스럽죠. 물론 그 중에 몇 명은 자기하고 감정이 맞아서 읽겠지만 일반적이진 않단 말이죠. 그 점이 항상 글을 쓸 때 고민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탈북자 소설이 100권도 넘거든요. 제가 볼 때는 전부 명작이지만 남한 사람들한테 읽으라고 하면 북한의 이야기가 자신한테 더 절실한 이야기일지 아니면 남한에서 정말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힘든 입시경쟁이란 소재가 더 관심일지 이것은 명백하잖아요. 남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쓰는 것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작품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북에서 쓴다면 북에 있는 절대다수의 민중은 그 책에 있는 내용과 유사한 감정을 늘 느끼고 생활을 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가고 위로가 되겠지만 남한 독자들에게는 다르단 말이죠. 그래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쓰는 것이 제일 큰 과제이고 어려운 문제죠.

기자: 잔혹한 선물 이 책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북한의 현실에 대해 계속 글을 쓰실 계획이십니까?

도명학: 아직은 남한에 대한 것을 좀 더 연구해 봐야겠고 앞으로 남한 현실도 쓸 겁니다. 하지만 한 책 두 권 정도는 북한 이야기를 쓰고 혹시 작품집 형식으로 낼 때는 단편으로 남한 현실도 살짝 들어갈 수 있고 살아가면서 앞으로 정착에 대한 이야기 비중을 높일 겁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작가였고 남한에서도 탈북 소설가로서 활동을 하시는데요. 빠른 시일 안에 다음 작품을 만날 수 있기 바라면서 마무리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도명학: 물론 작가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또 그래서 작가가 됐기는 했지만 또 남과 북에서 작가 생황을 해본다 이런 것을 놓고 봤을 때는 한반도 남과 북을 아울러서 몇 명이 누릴 수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회적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중압감을 느낍니다. 또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얼마나 이루겠는지 이런 것 때문에 명예로움도 있지만 부담감이 좀 더 큰 상황입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2018년 출간된 소설 " 잔혹한 선물" 의 저자인 도명학 소설가와 책 내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