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말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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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주로 중국을 경유해 오는 탈북민들은 중국에서는 말이 안통해 답답했는데 남한에 와서 같은 말을 쓰니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하는 말이 남한에선 외래어를 많이 쓰고 정작 뜻이 통하지 않는 말이 많아 당황스럽다고 합니다. 오늘은 남북한 언어 차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노우주: 억이 막혀 속이 안내려가 정말 억이 막혀 분해 죽겠어 이러는데 여기서는 진짜 기가 막히다 이렇게 표현을 해요. 내가 억이 막히다고 하면 언니들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평안북도 운전군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을 보냈고 이후 함경북도 청진에서 2003년 까지 살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여성 노우주 씨의 말입니다. 남한에서는 억이 막힌다는 말이 아닌 기가차다란 표현을 쓴다는 겁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시죠.

노우주: 저희는 연로보장이라고 하거든요. 나이드신 분들은 국가에서 보장을 해준다 해서 연로보장된 사람이라고 얘기 하는데 여기는 정년퇴직한 사람이라고 하거나 명예퇴직했다고 하니까 무슨 소린지 몰랐어요. 그런게 요소요소마다 쓰여지는 언어가 다르니까 불편했어요.

어휘적인 특징으로 북한에서는 호상이라고 하는데 남한에서는 상호라고 합니다. 예로 북한에서는 호상비판한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상호비판 이라고 해야 자연스럽게 뜻을 전할 수 있습니다. 얼핏들어보면 내가 혹시 잘못들었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자기포기란 말을 남한에서는 자포자기라고 씁니다. 둘다 자신을 포기하고 돌보지 않는다는 뜻인데 표현이 다릅니다.

단어는 몰라도 문장을 다 들어보면 대충 뜻이 짐작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탈북민들은 하나의 문장 안에도 모르는 말이 여러개 있어 상대방의 말을 다 들어보고 나서 재차 그말이 무슨 말이냐고 연이어 질물을 쏟아내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노우주: 제가 한국에 와서 암수술을 받고 있으면서 우울증도 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북한에는 우울증이란 말 자체가 없어요. 그냥 홧병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언니들이 너 우울증 오겠다 같이 어울려서 봉사나 하자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봉사하는 것이 뭐예요? 이러니까 시간이 되는데로 나와서 어르신에게 급식 봉사를 해주는 거래요. 급식이란 말도 새로웠고요. 급식이란 것이 어르신에게 점심식사 대접을 하는 거래요. 북한에는 학교에 가도 급식이란 말이 없거든요. 급식이란 얘기도 놀라웠고요. 그리고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되는 분들이 모여서 봉사단체를 만들어서 어르신이나 양로원에 계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급식봉사를 하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노 씨는 우울증, 봉사, 급식 이렇게 한문장 안에서 세 단어가 생소했습니다. 그러니 상대와 대화가 자연스러울 수 없었는데요. 북한에서는 늘상 쓰던 말이 남한에서는 사라지고 더 이상 안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우주: 북한에서는 이신작칙이란 말을 많이 해요. 제가 여맹위원장 부녀회장을 하면서 사람들을 시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먼저 일에 뛰어들어서 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하고 하거든요. 그런데 같이 일하든 언니가 몸을 사리면서 일을 잘 안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나이도 많은 사람이 어린 친구들에게 배워주려면 먼저 이신작칙하라요. 이랬더니 이신작칙이 뭐야…. 남한에서는 솔선수범을 해라 이런데요. 북한에서는 이신작칙이라고 하거든요.

북한에서 쓰는 이신작칙은 남한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입니다. 이신작칙대신 솔서수범이라고 해야지 상대가 바로 알아듣습니다. 이렇게 남북한이 서로 쓰는 언어가 조금씩 변형이 되고 표현도 달라지고 하다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될 때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비슷한듯 하지만 다르다는 말을 하는 건데요. 노 씨가 남한생활 중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지인과 있었던 또 다른 사례입니다.

노우주: 저도 같이 동참을 하면서 10년째 봉사를 하는데요.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언니가 저보다 몸이 두 배는 되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언니 살까기 좀 해요, 몸까지 좀 해요 했더니 언니가 살까지 몸까기가 뭐야 하면서 눈이 둥실둥실 해서 저를 바라보는 거예요. 언니 너무 뚱뚱 하니까 살을 좀 빼라고요. 그랬더니 죽겠다고 웃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그렇게 말해 이러더라고요. 훗날 알았는데 한국에선 그렇게 대놓고 얘기 하는 것이 실례라고 하더라고요. 북한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얘기를 하잖아요. 제가 서툴은 표현을 해도 언니가 예쁘게 봐주시고 웃으면서 그렇게 지금도 잘지내고 있는데 드문히 제가 그러거든요. 언니 옛날에 제가 살까기하라고 했던 것 생각나요? 하면서 지금도 만나서 그때 얘기를 하거든요.

상대방의 신체적 특징이나 약점에 대해 대놓고 지적을 한다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거론하는 것은 실례입니다. 그런데 노 씨는 진심으로 언니를 위하는 마음에 살까기를 권했던 건데요. 보통 남한에서는 우회적으로 운동이 좋다라든지 또는 어떤 음식은 살이 잘 안찌는 건강식품인데 나는 그것을 먹고 있어 라든지 상대방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우회적으로 표현을 합니다. 처음에 북한식 표현을 못알아 들었기 때문에 넘어갔지 무슨 뜻이었는지 알았더라면 쉽게 오해를 할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그리고 남한에 간 탈북자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과 관련된 말인데요.

노우주: 외국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여기는 해외여행간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외국 여행을 하는 것이 특정인 아니면 하지 못하니까 외국 여행은 꿈도 못꿔봤지만 여기선 해외여행간다 이런 말이 많아서 이것도 같은 뜻인데 표현이 다르구나 했죠. 또 비행기를 타자면 안내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티켓이란 말을 하더라고요. 북한에는 기차 안내표, 기차표 이렇게 말하는 데 남한에선 티켓을 쓰더라고요. 또 저희는 같이 자는 사람은 동숙자라고 하는데 여기는 룸메이트 이렇게 어려운 말이 너무 많았어요. 여기는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쓰니까 혼란 스러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예요.

북한분들이 남한에 가서 상대 여성을 칭찬하면서 쓰는 말인데 정작 남한 사람은 무슨 말인지 눈을 멀뚱멀뚱 뜨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표현 한가지 더 소개 합니다. 삽삽하다 인데요. 국어사전에는 삽삽하다의 뜻이 매끄럽지 않고 껄껄하다 또는 상냥하면서 부드럽다로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삽삽하다는 표현을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노우주: 상냥하고 사람이 잘 따르는 사람을 보고 북한에선 삽삽하다. 저 아가씨 참 삽삽하다고 하는데 여기선 그것을 참 부드럽다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저는 북한말이 몸에 벴으니까 언니한테 언니 참 삽삽하다. 너무 좋아요. 이러니까 무슨 말이냐고 하더라고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북한 서로 다른 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