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북은 각각 서울과 평양말을 표준어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표준어로 말하면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는데 방언이나 각 지방에서만 쓰는 고유 사투리로는 말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기 힘듭니다. 특히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이런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남북한 방언과 사투리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휘호: 지방 사투리로 봐야 하는지? 그런데 어떤 때는 저도 여기 지방 사투리를 못 알아 들을 때가 있거든요. 경상도 말하고 전라도 말이 다르잖아요.
청진이 고향인 남한생활 9년차 탈북여성 이휘호 씨가 때때로 남한사람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한 겁니다. 이 씨는 한 지방에서만 쓰는 사투리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듯 북한에서 쓰던 말을 남한 사람들이 못 알아 듣는다는 겁니다.
이휘호: 제가 요양원에서 근무할 때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어르신 방 창문을 열어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 저 문 우정 열어놨어요? 이랬더니 그 선생님이 가만히 서서 날 처다보는 거예요. 아니, 이 창문을 추운데 우정 열어놨냐구요? 끝내 못아 들었는데 나도 한국말이 생각 안나는 거예요. 내가 문을 닫으니까 자기는 공기갈이 하느라고 열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침 시간에는 찬공기 들면 어르신 감기걸리는데 문 열어두면 안돼죠 이러던 생각이 나는데 훗날 나와 가까워 지니까 그때 그말 못 알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국어사전을 보면 우정은 일부러의 강원도 방언입니다. 남북한 강원도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는 표현인데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북한에서는 여전히 쓰이지만 남쪽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 된 겁니다. 만약 우정이란 단어만 떼어내서 말하면 남한사람은 바로 친구와의 정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방언은 사투리보다 크고 넓은 개념으로 사투리를 모두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투리는 한 지역에서만 쓰는 말로 다른 지방 사람에게는 외국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에게도 마찮가지입니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이 남서지방에서 쓰는 사투리를 못 알아 들어 벌어지는 예를 한 번 보겠습니다. 남한의 군대생활을 보여주는 tvN푸른거탑이란 제목의 드라마 잠시 들어보시죠.
고참병: 우리 아그 낯짝도 쪼까 반반한게 대굴빡도 겁나게 야물게 생겼고마 솔차게 대굴빡도 야무지쟈? 기여, 안기여? 아, 기여 안기여?
신병: 네?
고참병 : 기여, 안기여?
신병: 잘 못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군데에서 두 병사가 전투화를 닦고 있다가 고참병이 군에 갓 입대한 신병에게 야, 너 얼굴도잘생긴게 머리도 좋게 생겼다며 너 머리 좋지 그래 안그래 라며 동의를 구하는 데 엉뚱하게도 신병은 땅을 기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단어가 기여, 안기여 즉 그래 안그래 또는 맞아 안맞아 란 방언 때문입니다. 이 동영상에서 소리를 끄고 영상만 본다면 사이좋게 각자의 전투화를 닦고 있던 두 명의 병사 중 한명은 당황해 하고 다른 한명은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땅을 기기 시작하는데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떤 영문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일 겁니다. 다 시 한 번 상황을 들어보시죠.
고참병: 우리 아그 낯짝도 쪼까 반반한게 대굴빡도 겁나게 야물게 생겼고마. 솔차게 대굴빡도 야무지쟈? 기여, 안기여? 아, 기여 안기여?
신병: 네?
고참병 : 기여, 안기여?
신병: 잘 못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기가 살던 곳에서 쓰던 말을 다른 지역 사람이 알아 못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겁니다.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남한의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서울말을 하면 남쪽 어디서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겠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 어디든 서울말을 배운다면 정착하는게 좀 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탈북여성 이 씨가 말하는 남북이 서로 다른 표현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이번에는 뭬라니 일없어 남한식으로는 괜찮다는 말입니다.
이휘호: 괜찮지, 이말은 뭬라니 뭐? 일없어 그래요. 뭬라니는 괜찮다는 말하고 같아요. 남한분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모르는데 북한분들과 앉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말이 나와요. 저번에 중국에서 2년동안 같이 살던 아이가 왔는데 무슨말을 해서 내가 뭬라니 뭐 이랬더니 막 웃더라고요. 이북에서 쓰든 말을 오랜만에 들으니까 우숩다고요. 젊은 사람들은 남한말을 빨리 습득하는데 우리 나이 50넘어 온 사람들은 오래 쓰든 습관 때문에 그냥 튀어 나오죠. 남한분들 앞에서 그런 말하면 하나도 못 알아들을 겁니다.
배고프다. 목이 마르다. 이런 말은 생각을 한뒤에 나오는 말이 아니죠. 자신의 몸 상태를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본능적인 말입니다. 즉 경험적으로 바로 입에서 생각하지 않아도 튀어 나올 수 있는 말이란 겁니다. 이 씨가 말한 것처럼 북한에서 사회생활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북한말이 입에 배서 남한말을 배우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이휘호: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아침에 누릉지를 국을 대신해드릴 때가 있거든요. 간호사들은 아침에 와서 어르신들 식사한 상태를 밤근무 선 직원들에게 듣고 원장님이나 복지사, 간호과장 보고하고 임원회의를 해요. 그런데 거기서 저도 모르게 툭 뒤어나온 거예요. 아침에 가마치 죽을 쑤었는데 이 어르신이 잘 안 잡수셨답니다. 그랬더니 못 알아듣더라고요. 여기선 누릉지라고 하지만 북한에선 밥강지(밥과줄) 또는 가마치라고 하거든요. 누릉지라고 말하는 곳도 있긴 한데 밥 밑에 강치라고 해서 밥강치 또는 가마에 붙는 찌꺼기라고 해서 가마치라고 말해요. 여기 남한분들은 못알아 듣고 내얼굴을 눈이 둥그래서 쳐다 보는거예요.
밥강지는 강원도와 황해도 방언입니다. 함북도에선 밥과줄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가마치는 남한에서도 예전에 썼지만 어느 순간에부터 안쓰는 말이 됐습니다. 즉 젊은세대는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많은 단어란 겁니다.
이제 방송을 듣는 북한주민은 북한사람이 남한에 가면 왜 간혹 대화가 안되고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 하는지 이해가 되셨을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탈북자들이 남한에 가서는 중국 조선족인가 하면 네 그렇습니다. 하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전국 각지에 사는 젊은이가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를 드라마를 보면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tvN 푸른거탑 군대 드리마 입니다.
병사: 야 큰일 났다 어떻하면 좋나? 소대장의 허연개가 끊을 풀고 눈깔이는 시뻘게가지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연병장을 이리저리 뛰고 있으니 소대원 데리고 연병장으로 다 뛰어 나오라고 해
병사: 아휴 미치겠네…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영동방언은 얼핏들으면 북한 사투리나 연변 사람인것으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남한사람도 못알아 듣는 다는 제주도 사투리 입니다. 계속해서 푸른거탑 입니다.
병사1(제주도 사투리도 말함): 야, 너 이리와봐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어떻게 할거냐?…. 너 그렇게 하면 군생활 하기 힘들어 죽고 싶나? 맞고 싶나? 정신 똑바로 차려라.
병사2: 못알아 듣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레이터: 생전처음 들어보는 사투리는 내게 엄청난 멘탈 붕괴를 몰고 왔다.
제주도 병사는 뜨거운 물이 안나온다며 자기보다 계급이 낮은 후임병사에게 말하는데 서울에서 자란 병사는 그 고참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자 죄송하다는 말만 하며 당황해 합니다. 해설자가 신임병사는 처음 들어보는 사투리로 해서 마음과 정신에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하며 상황이 끝납니다.
어떤 사람은 남북한의 언어 차이에 대해 그저 다른 또 하나의 방언에서 오는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개인에 언어습득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북한의 서로 다른 언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