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 남한에서는 북한건축 전체를 대상으로 한국 건축계가 통일 과정 또는 통일 후 무엇을 준비하고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통일건축 총서 발간의 총 책임자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를 통해 남북 건축협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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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교수님 안녕하세요
옥종호 교수: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교수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남북 건축협력에는 총체적인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오셨는데 북한 건축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옥종호 교수: 네, 제가 2015년도부터 대한건축학회가 운영하고 있는 통일건축산업위원회라는 조직의 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2015년은 박근혜 행정부 시절이었는데 당시 통일은 대박이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남북교류 방안이 많이 나왔던 그런 시점이었는데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 안에서 우리 건축 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건축분야 협력에 대한 연구를 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런 과정에서 북한건축물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자: 네, 그리고 올해 초에도 건축계 학술회의가 있었는데 주로 어떤 논의가 있었습니까?
옥종호 교수: 네, 작년 가을과 올해 초에 건축학계에서 여러 가지 학술회의가 진행됐는데요. 기본적인 전제는 건축산업의 경제활동은 결국 많은 다른 산업의 경제활동과 연계되어 있고 또 국가경제와 연결돼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큰 맥락 안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또 남북관계에 있어서 교류가 먼저냐? 통일이 먼저냐? 이런 이야기와 연계해서 통일의 주체는 누가 되느냐? 그와 더불어서 우리가 지금 75년동안 다른 체제하에서 살다 보니까 건축관련 법이 다르고 제도가 다르고 설계, 시공의 과정도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서로가 상대방의 것을 이해할 것이냐 하는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이야기 전에 해결되어야 하는 선결 과제가 무엇인가 이런 주제가 주로 논의 됐습니다.
기자: 건축물은 그 용도에 따라 주택이나 공장건물, 병원, 종교 시설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우선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옥종호 교수: 네, 건축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선 교류하고 통일로 가고자 할 때 먼저 살펴봐야 할 건축협력 대상물은 병원이라고 봅니다. 건강해야 교류도 하고 논의도 하고 할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협력대상 건축의 그릇은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건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병원이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옥종호 교수: 네, 최근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보고 있지만 질병의 창궐은 예측할 수 없으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최근 제 주변에 있는 탈북민(새터민) 수 십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북한에는 평양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의 의료기관은 식수와 전기공급 부족으로 원활한 진료활동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질병의 종류를 보면 남한의 경우는 주로 감기, 독감 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주를 이루지만 북한은 남한에서 1980년대 유행했던 결핵, 말라리아, B형 간염 등 세균성 질환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이러한 질병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성급하게 교류할 경우 양쪽 모두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도 병원건축물 분야의 남북협력을 먼저 시도 하고 그 이후에 다른 쪽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기자: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건축협력 사업은 북한 주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옥종호 교수: 네,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1998년도에 시작해서 2003년인가 2004년에 현대건설이 평양에 체육관을 지어주었던 것은 인도적인 차원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행위였다고 볼 수 있고 또 금강산에도 비슷한 시기에 호텔을 짓고 금강산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금강산 관광이라는 이름 하에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하고 서로가 경제적으로 협력하자는 의미로 건설되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보다 중장기적인 지원방향과 또 필요한 건설 행위들을 명확히 규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교수님은 기존 남북 건축협력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옥종호 교수: 좀 우려스런 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 건축물들은 건설을 위해 남측이 설계와 기술, 주요 자재의 공급을 맡았고 북측은 노동력과 골조를 제공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목상의 협조형태는 상징성 이외에는 의미가 없고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 부분은 민감할 수 있으니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시는 겁니까?
옥종호 교수: 네, 저희가 가지고 있는 큰 문제점은 북한 지역을 가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 주변에 와계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그분들과 대화를 하는 것인데 평양에 살았던 분들의 말에 따르면 이 건물들은 설계단계에서 북한에 부족한 물, 전기, 난방 등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추진했기 때문에 완공한 후 많은 애로가 있었다는 것이죠. 정주영 체육관은 국가에서 주는 지역난방 방식에 의거하여 설계하고 전기온돌 난방을 채택했는데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겨울에 동파사고가 많이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 기술자가 전부 철수한 후 북한 인력이 정전에 대비하여 태양광 발전기도 설치하고 겨울철 온수와 난방문제 해결을 위해 연탄보일러 시설을 해서 근 1년 동안 보강 후 최종 완공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기자: 금강산 호텔은 김정은 위원장이 보기 흉하니까 철거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것도 관리의 문제라고 보십니까?
옥종호 교수: 정확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남한에서 지어준 건물이니 정치적으로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평양 중심에 건설된 정주영 체육관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을 먼저 철거해야 하죠. 제 생각으로는 정주영 체육관이나 평영과학기술대학 등의 건물은 북한의 여건상 가능한 방식으로 계속 개조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금강산 호텔은 남한의 호텔설비 등이 많이 적용되어 남한의 협조가 없다면 유지관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건축물을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남한이 자재와 공법을 제공할 경우 추후 북한 사회가 시설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자재나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 물, 난방 등의 공공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고려한 이후에 건설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건축산업 분야 남북협력에 대해 정리를 해주시죠.
옥종호 교수: 네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건축분야의 남북협력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들을 먼저 이해한 후에 상호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틀을 먼저 구상하고 건축분야 교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한가지는 반드시 직접적으로 북한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그런 남북교류 방향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옥종호 교수: 네 고맙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통일건축 총서 발간의 총 책임자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를 통해 남북 건축협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