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있는 데 못 가는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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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추석에는 흩어져 있던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서 햇곡식으로 조상의 넋을 기리는 차례를 지냅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부모님 산소에도 못 가고 가족을 만나지 못해 각자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요. 오늘은 남한의 추석 풍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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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복: 바쁘죠. 주문 들어오면 다 물량 내보내니까요.

남한에서 떡 요리 전문가로 활동하는 함경북도 출신의 원순복 씨는 요즘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추석이라고 하면 일년 중 제일 먹을 것이 풍성한 명절이 아닌가 싶은데요.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고 차례상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각자 집에서 음식장만을 하지만 명절 음식을 대신 만들어 주는 업체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순복: 지금 저의 경우는 고급 디저트라고 해서 건강에 관한 음식이 많이 나가거든요. 곶감단지라든가 정과 같은 거요.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운 분들은 5만원 대도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디저트가 나가거든요.

기자: 곶감단지란 것이 뭔가요?

원순복: 곶감단지는 곶감 안에 호두 넣고 대추 넣어서 단지로 만들어서 넣고 정과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모든 분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잖아요. 도라지, 견과류 이런 쪽으로 많이 나가죠.

기자: 아무래도 추석 하면 송편이 떠오르는데요. 북한 송편하고 남쪽 것이 만드는 방법이나 맛이 다른가요?

원순복: 송편은 남쪽이나 북쪽이나 똑같아요. 여기 분들은 주로 집에서도 해먹지만 옛날처럼 많이 해먹는 것이 없고 그냥 시장에서 조금 사다 먹고 그렇거든요.

기자: 요즘 보면 떡이 참 예쁘고 작아진 것 같아요.

원순복: 고급스럽게 먹죠. 옛날에는 송편도 크게 해서 먹지만 지금은 작게 고급스럽게 디저트 식으로 모양을 내서 먹죠. 그런데 일반 시장에서 만들어 파는 송편은 집에서 하는 것과 똑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선물세트로 만들어 파니까 조금 화려하거든요.

기자: 화려하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원순복: 송편에다 여러 가지 꽃을 예를 들어 봄, 여름, 가을 이런 식으로 봄에는 꽃이 피고 이런 식으로 형상을 해서 송편을 만들죠.

기자: 모양이 다 다르다는 말이군요.

원순복: 그렇죠. 모양을 동백꽃이나 철쭉 꽃으로 색조를 써서 그렇게 만들거든요. 떡에 천연색을 이용해서 화려하게 만드는 거죠.

차례상 차림을 보면 조상의 신위를 놓고 1열에는 밥과 국 2열에는 고기전과 생선전이 놓이고 3열에는 탕 종류가 그리고 4열에는 삼색 나물과 물고기 말린 것 즉 포 그리고 김치 등이 차려집니다. 다음 마지막 5열에는 대추, 밤, 배, 감, 사과 그리고 과자류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술은 어디에 올리냐고요? 이렇게 5열 다음에 작은 상을 놓고 그 위해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립니다.

차례상 준비하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 않는데요. 제가 4열에 올라가는 삼색 나물 즉 시금치, 도라지, 고사리 만드는 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시금치를 잘 손질한 다음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살짝 데쳐 줍니다. 이렇게 살짝 데친 시금치는 바로 찬물에 헹궈서 물기를 꼭 짜줍니다. 그리고 맛소금을 조금 넣고 다진 마늘과 대파, 참기름을 넣고는 조물조물 재료가 잘 섞이게 해주면서 먹어보면서 간을 맞추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은 통깨를 넣어주면 시금치 준비 끝.

다음은 도라지 나물입니다. 도라지를 잘 찢어서 먹기 좋게 준비한 다음 설탕과 굵은 소금을 넣어주고 소금과 설탕이 녹을 때까지 조물조물 섞어 줍니다. 설탕은 도라지의 쓰고 아린맛을 없애주기 위해서 넣는 겁니다. 5분 정도 지난 뒤에 물기는 버리고 찬물에 헹궈줍니다. 잘 헹군 다음에는 쌀뜨물로 살짝 데쳐줍니다. 쌀뜨물이 끓으면 도라지를 넣고 삶아준 다음 찬물에 살짝 헹궈서 열기를 빼줍니다. 이렇게 쌀뜨물에 살짝 데쳐내면 남아있던 아린맛이 없어지고 도라지가 더 부드러워집니다. 도라지를 찬물에 씻은 다음엔 들기름, 다진 마늘을 중불에 마늘이 타지 않게 볶은 다음 도라지를 넣어 마늘 향이 베이도록 볶아줍니다. 이때 소금을 조금만 넣고 대파를 넣어 약한불에 볶으면 도라지 끝.

마지막 고사리 나물 만드는 법 입니다. 들기름 다진 마늘을 넣고 마늘이 타지 않게 볶은 다음 고사리를 넣고 2분 정도 잘 볶아 줍니다. 마늘향이 잘 베이도록 한 다음 국간장을 조금 넣고 계속 볶습니다. 여기에 대파 조금 넣고 고사리가 뭉치지 않도록 살살 풀어주면서 볶을 때 소금을 조금 넣습니다. 그리고 갈은 통깨를 넣어 마무리 하면 삼색 나물 준비 끝.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인데요.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명절 때가 되면 더 외로워진답니다. 그래서 고향 사람들과 연락을 해 만남을 갖기도 합니다. 청진 출신으로 남한생활 14년차가 되는 인문학 강사 최금희 씨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예년보다는 적은 수의 친구들이 자기 집에서 모인다고 했습니다.

최금희: 해마다 세네 집이 모였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동생 한두 집에서 올 것 같아요. 그래도 대구는 코로나가 많이 회복돼서 오늘 저녁에도 외식을 했는데 식당에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식당 입구에서 철저하게 체온을 재고 인적 사항을 다 적고 들어가니까요. 올해도 가까운 친구들은 또 모여서 보낼 것 같습니다. 멀리 시집간 친구들은 못 온다고 연락이 왔고요. 그래서 아쉬움 반 또 모이는 인원이 적어지니까 제가 좀 준비하는 게 수월해져서 홀가분한 마음 반 이렇게 보낼 것 같습니다. 고향에 대한 아픔 그리움은 늘 마찬가지고요. 엊그제도 꿈에 어머니를 뵙거든요. 때가 되니까 그렇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도 조용히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대표: 추석 때마다 탈북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죠. 길은 있는데 가지 못하는 고향. 또 추석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고향 찾아간다고 바쁜 걸음을 옮기고 도로는 또 얼마나 꽉 막히고 그런데 탈북자들은 가지 못한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있는데 가지 못한다. 이런 생각을 늘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은 경우는 아버지 어머니 제사도 해야 하고 그래서 추석 음식을 가지고 늘 해마다 생각을 하는데 북한식 개념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남북한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데 일단 추석에는 반드시 술이 상에 올라가야 하고 송편을 비롯해서 떡도 올라가고 또 풍성한 가을이라고 하니까 북한에서는 물론 못 그랬지만 한국에 와서는 가을 음식들을 꼭 햅쌀밥을 비롯해서 햇밤, 감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데 올해도 마찬가질 겁니다. 저는 외아들이고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늘 생각해야 하니까 나름대로 고향 추억도 묻어나고 그리고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어요.

풍성한 가을 음식을 차려놓고 둥근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빕니다. 그 소원은 늘 하나입니다.

김성민 대표: 저는 올해뿐만 아니라 해마다 추석 때면 고향 가고 싶은 그 소원을 늘 빌어요. 고향에 가서 돌아가셨지만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 꼭 가서 내 손으로 술 한잔 부어 드리고 밥 한술 떠서 물에다 말아드리고 또 아버지께서 좋아하신 음식 중에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드시고 싶어한 파인애플이 있어요. 파인애플이 한국에 오니 참 많고 흔한 음식이던데 아버지 돌아가신 해인 1974년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에는 파인애플이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 현관에 외국인 상점 다니는 분이 있어서 그분이 언젠가 줬던 파인애플 통조림이 있었는데 그것을 아버지가 그렇게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어머니가 그 집에 다시 찾아가서 구한 그런 생각도 나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2020년 추석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