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북한 주민들은 핵실험을 '원한다'

0:00 / 0:00

요즘 세계 언론이 북한을 다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일 때문이 아닙니다. 누가 3대 세습이 아니랄 까봐 선지 김정은 정권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겠다고 연일 위협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해외에 머무는 대북인터넷 신문 뉴포커스 통신원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저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핵실험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염원은 김정은 정권의 핵 실험 성공을 기원해서가 아닙니다. 하긴 그 정도로 충실한 민심이면 김정은이 굳이 핵 실험까지 할 정도로 초조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핵실험을 원하는 것은 3대 세습이 끝장났으면 하는 갈망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제사회가 군사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3대 세습을 당장 끝장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뉴포커스 통신원은 미국이나 유럽이 김정은의 핵 협박에 보내는 경고를 더는 말로만 하지 말고 제발 행동으로 보이라며 자기 개인 생각이 아니라 북한 내 민심이라고 전했습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핵무기를 원하는 것은 인민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입니다. 인민에게 절실한 것은 식량이고, 보다 나은 세상이지 선군 정치도, 더구나 핵 무기도 아닙니다.

얼마 전 북한이 장거리 로켓실험에 성공했을 때에도 김정은 정권만 자축했지, 인민은 자부심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땅 위에서 달리는 네 바퀴 자동차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경제로 웬 우주 점령이냐고 비웃었다고 합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일 정권이 광명성 1호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 실험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때에도 김정일 정권은 성공을 운운하며 우주 강대국의 자부심을 주민들에게 강요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당 강연회들에서 "우리가 미사일 실험에 들어가는 돈만 인민경제에 돌려도 배불리 먹으며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허리띠를 조이면서까지 군사력에 힘을 집중하는가. 미사일을 갖고, 핵만 가지면 거기에서 식량도 나오고 돈도 나오고, 인민경제 발전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허풍을 떨었습니다.

처음엔 그 강연회들이 북한 주민 세뇌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주민들은 군비강화가 곧 정권강화를 위한 목적이고 또 국제적 고립을 자처하는 자멸의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거리로켓 1호 실험 이후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더 많이 변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자기 주민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로켓 실험의 명분을 국제사회가 부정한다며 김정은 정권은 이번에 핵실험을 또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 정권 스스로가 그 동안 평화적 목적이라고 억지 부리던 그 가면마저 벗어 던지고 장거리로켓의 진짜 목적을 드러낸 셈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이번 핵실험은 3대 세습 정권의 자폭탄이 될 것입니다. 우선 김정일의 실책과 김정은의 실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김정일은 유일지도 권력의 안정만큼이나 정책 실패에도 큰 교훈이 없었습니다. 정치인은 실패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하는데 부동의 독재의식으로 무책임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사일이나 핵실험 이후 국제 제재에 의한 물가폭등이나 인플레 현상에도 외부책임으로 돌리는 한편 주민들에 대한 억압의 수위를 더 노골화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의 실패에 더는 관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나이가 30살이기 때문입니다. 의무병역제로 10년 군사복무를 해야 하는 북한 남자들의 나이와 비교해봤을 때 김정은의 30살은 북한 대학생들의 나이입니다.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의 장기집권에 길들여져 권력 노화만을 알던 북한 주민들이어서 나이 어린 김정은의 실책에는 매우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 노동신문이 김정은의 안보협의회 주관 사진들을 공개한 것도 주민들의 이런 따가운 시선과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한 책임 분산 전략의 일환일 것입니다. 현재 김정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3대 세습 안정을 위한 신격화 기반을 굳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핵실험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질 경우, 최소한 시장이 타격을 받고 물가가 폭등해도 김정은의 신격화 권력에는 중대한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중국의 새 정부를 자극한 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김정일의 "주체외교"에 종종 국제적 망신을 당했던 중국은 북한의 3대 세습정권은 어떻게 하나 초반부터 길들이려고 할 것입니다. 더구나 시진평 새 정부가 30살짜리 김정은의 핵실험에 대국의 체면을 구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될 경우 원조를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결코 빈말이 아닌 듯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의 핵실험이 북한 시장과 물가에 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고 격앙된 민심은 철부지 김정은에게 쏠릴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심리적 한계선을 붕괴시키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군사적 조치까지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정말로 할지도 모릅니다. 설사 군사제재는 안 할지라도 대화를 통한 북 핵 포기보다 정권교체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국제적 공감대를 가져오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은 당연합니다. 장거리로켓 실험이 성공하고, 핵실험도 위험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국제사회의 "북한 정권교체"결심은 더 현실화 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김정은 정권에선 상상할 수 없는 권력층 붕괴현상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3대 세습 내부의 사정도 잘 알고, 국제사회의 정권교체 의미도 잘 아는 북한 간부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김정은이라면 지금은 핵실험보다 장거리로켓 실험으로 만족하고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외부를 자극하는 방식의 대내결속은 아무리 완벽한 핵을 가졌다고 해도 금방 3대 세습을 시작하는 30살짜리 김정은 정권에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될 모험입니다. 신격화 연장을 위해 할아버지, 아버지를 흉내 내는 것은 좋지만 진짜처럼 해보겠다면 그 후과는 매우 비참할 것입니다. 이런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어서 핵실험으로 자폭하게 될 김정은정권의 실패를 간절히 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