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동포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한국생활을 한지도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불쑥 생각나는 것이 북한에 있을 때 이력서에 출신성분과 사회성분에 대한 내용을 기입하던 일입니다.
현재 지구상에 북한처럼 성분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는 그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에만 여전히 조선시대에 존재하던 성분제도가 그대로 존재하기에 대를 이어 김씨왕족이 통치하는 북한을 가리켜 전 세계는 현대판 봉건왕조국가라고 비난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성분제도는 조선시대의 연좌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선시대의 연좌제와 현재 북한에 존재하는 성분제도에 대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연좌제는 죄를 지은 사람과 특정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제도입니다.
북한에서 “삼대를 멸족한다”는 말이 바로 연좌제와 관련된 표현이죠. 할아버지가 정치범이면 손자들까지 정치범관리소에 끌려가는 북한의 현실이 바로 조선시대 연좌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 됩니다. 결국 조부모나 부모들의 현대판 왕족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도와 업적이 자녀들과 손자, 친척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성분으로 결정되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고려시기 봉건정부는 중국 당나라시기의 형법전을 참고로 당시 법전인 대명률(大明律)을 편찬하였고 조선시대 경국대전과 경제육전 제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좌제는 천오백년 이전의 중국 당나라시기에 도입된 낡은 사회의 유물이지만 지금도 봉건왕조 김씨 일가의 체제유지를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초기에 백성들을 처벌하던 법전으로 사용하던 ‘대명률’에는 연좌제 처벌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의 죄목과 처벌방식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연좌제 관련 규정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가장 큰 범죄로 취급되던 모반대역(謀反大逆)죄는 현재 북한의 반역죄에 해당하는 범죄로 연좌제 수위도 가장 높았습니다. 모반대역죄는 왕을 살해하려고 시도했거나 반란으로 국가를 전복하려고 한 행위에 해당하는 범죄로 당사자들은 능지처참, 거열형, 참수형, 부관참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처형하고 남은 가족들은 연좌제로 처벌받게 됩니다.
조선시대 죄인의 연좌대상 가족처벌은 16세 이상의 아들은 교수형에 처하고, 15세 이하 아들, 어머니와 딸, 처와 첩, 할아버지와 손자, 형제, 자매, 며느리는 공신(功臣)의 집에 주어 노비로 삼도록 했고 재산은 모두 몰수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형제들과 처남, 조카들은 인적이 없는 시골에 유배를 보냈습니다.
모반대역죄보다 한 단계 낮은 범죄행위는 모반(謀反)죄였습니다, 모반죄는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 붙어서 이적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는 범죄로 죄인은 참형(斬刑)에 처해졌고 가족들에게 연좌제가 적용되었습니다. 모반죄의 가족에 대한 연좌제는 처와 첩, 자녀는 공신의 집에 주어 노비로 삼고 재산은 몰수하였으며, 부모, 할아버지와 손자, 형제는 유배를 보냈습니다. 북한에서 죄인이 평양거주자나 대도시 주민인 경우에 노동교화소에 보내고 가족들은 지방으로 추방하는 방식과 같다고 할 수 있죠. 모반대역죄는 아들도 처형했지만 모반죄는 부모와 자녀들은 노비로 삼는데 그치고 처형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습니다.
또 다른 연좌제는 흉악한 살인범에 대한 연좌 처벌입니다. 대명률에는 “일가족의 3인 이상을 죽인다거나, 사람을 죽여 죽은 자의 신체의 일부를 약으로 쓰거나 절단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등 패륜 살인행위를 저지른 자는 능지처사하거나 참형에 처하며 재산은 몰수하고 처자와 가족은 추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그러면 지금의 북한 형법은 어떤가요? 북한 형법 제3장 44조는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무장폭동의 음모 주모자와 주동분자는 사형 및 전 재산 몰수형’, 45조는 ‘공화국에 반항할 목적으로 간부들과 애국적 인민들에 대하여 테로행위를 감행한 자는 5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사형 및 전 재산몰수형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47조는 ‘공화국 공민이 공화국을 전복할 목적으로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로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전 재산 몰수형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사형’이나 ‘전 재산 몰수형’은 조선왕조 봉건시대에 존재하던 형벌로 지금 대한민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21세기도 20년이 더 지나간 지금까지도 북한에서 흔히 말하는 “삼족(삼대)을 멸족한다”는 표현을 살펴본다면, 조선시대 후기 다산 정약용은 그의 저서인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삼족(三族)에 대해 위로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백부, 숙부 등 선친인 조족(祖族)과 형제와 그의 자녀들인 조카 등 부족(父族) 그리고 아들과 손자 등 기족(己族)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는 선친들의 죄가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지기에 결혼을 하는 경우에도 성분토대가 나쁘면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마저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죠. 그래서 생긴 말이 ‘까치는 까치끼리’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살면서 놀라는 것은 그 어떤 막중한 범죄를 범하더라고 당사자에 대해서만 처벌이 주어지고 부모형제, 자녀들에게는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 때 저와 가까운 한 친구는 1999년 양강도 혜산시상업관리소 소장이었던 어머님이 보위사령부 검열 때에 공개처형으로 총살당하자 그 친구와 자녀들은 심심산골에 추방갔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하여 같이 공부했기에 너무도 잘 알던 그 친구는 당시 혜산시 당 간부부 양성지도원을 하다가 어머니가 총살당하면서 농촌에 추방되어 한 순간에 농민으로 전락된 것입니다. 우리말을 금방 배우기 시작한 어린 손자도 할머니의 ‘죄 아닌 죄’로 부모들을 따라 농촌에 추방되었죠.
북한에서 가장 혹독한 연좌제는 당의 유일사상체제와 어긋나는 정치범들에 대한 연좌제 처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6년 8월 종파사건, 1967년 박금철 부수상 등 국내파 숙청사건, 김평일 등 곁가지 숙청사건, 장성택 처형으로 수천 명의 측근 숙청사건으로 처형되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가족들에 대한 연좌제는 조선시대 봉건왕조보다 더 혹독한 연좌제 처벌방식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려시기와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북한의 정치범관리소 같은 대형 특수 감옥이 없었습니다. 북한의 곳곳에 존재하는 정치범관리소는 동서고금에서 찾아볼 수 없고 21세기 지구촌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인권유린 현장, 지옥같은 곳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지옥같은 북한을 탈출해 이곳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이 3만 5천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재일귀국동포인 할아버지가 정치적인 발언을 잘못하여 9살 어린 나이에 연좌제로 함남도 요덕군에 있는 정치범관리소 혁명화지역에 들어갔다가 10년 만에 풀려나와 탈북에 성공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정치범관리소에서 죄수로 수감되어 있었던 사람들과 그곳에서 계요원(간수), 경계근무병 등으로 근무했던 사람 등 여러 명이 더 있습니다.
이들에 의해 북한의 정치범관리소 내막이 공개되게 되었고 전 세계가 반인륜적이며 반인권적인 현대판 봉건왕조국가인 북한에 대해 비난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시대 연좌제 처벌은 1894년 6월 갑오개혁을 계기로 고종에 의해 ‘죄인 본인 외에 친족에게 연좌 형률을 일체 시행하지 않는다’는 의안(議案)이 윤허를 받게 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북한에서는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은 여전히 봉건왕조국가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반증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언컨대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봉건왕조국가이며 반드시 개혁개방을 통해 현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주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