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동포 여러분, 지나친 음주습관은 인간의 몸에 해로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술은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쁠 때나 슬플 때, 나라의 큰 경사가 있거나 국가수반들을 위한 행사장에도 술은 빠질 수 없습니다.
북한과 같이 궁핍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술에 대한 의존성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술에 의지해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래려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세습통치하고 있는 김씨 봉건왕조의 술사랑은 좀 유별났습니다.
김일성도 애주가였지만 김정일은 시도 때도 없이 도수 높은 알코올을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의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김경희는 여러 나라의 유명한 병원들에서 알코올 중독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술을 끊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김정은이 배가 처지고 괴상하게 체중이 불어나는 원인도 알코올 중독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배가 아래로 축 처져 있는 증상도 프랑스 샴페인이나 스위스에서 만든 맥주를 지나치게 마셔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삼촌 김영주와 배다른 동생 김평일이 후계자의 자리를 노리지 못하도록 측근들을 끌어 모으느라 밤마다 술판을 벌려 놓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화됐을 무렵엔 벌써 알코올 중독을 우려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특히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김일성까지 사망하자 체제불안으로 더욱 술에 집착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청산연구원에 배치됐을 때 그곳엔 이미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출신의 조두형 박사를 책임자로 하는 술 연구팀이 따로 있었습니다.
애주가였던 김일성의 건강을 위해 좋은 술을 연구해 온 조두형 박사는 술이라면 오금을 못 쓰는 김정일의 음주습관에 맞는 술도 연구를 하여야 했습니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 있듯이 그래서 제조된 술이 바로 백두산 불로초 술이었습니다.
김정일은 술에만 집착한 것이 아니라 술이 깬 후에 정신이 맑아질 수 있는 해정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술 습관에 특효가 있는 해정제를 연구하라고 만청산연구원에 직접 지시를 내릴 만큼 술 해정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김정일이 매일 밤 측근들과 술판을 벌려놓고 한 병에 수천달러짜리 200년 묵은 프랑스 고급술 헤네시를 4~5병씩 마셔댔다는 사실은 김정일의 일본인 전용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의 책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조두형 박사가 책임진 연구팀도 김정일이 즐겨 마시는 프랑스 고급술 헤네시에 특화된 술 해정제를 개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조상들이 즐겨 쓰던 술 해정제와 다른 나라에서 잘 알려진 해정제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자주 써왔던 술 해정제로는 개머루, 헛개나무, 민들레, 칡뿌리, 부추, 산청목, 오리나무, 엉겅퀴, 우엉, 기린초, 앵초 등이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약초들은 모두 간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난 자연산 약초들이었습니다.
이런 약초들 중에서 술 해정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산청목은 한국에서 산겨릅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겨릅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며 지역에 따라 벌나무, 산청목, 봉복이라고 불리는데 중국에서는 청해척(靑楷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건강 상식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텔레비전 통로(채널)가 따로 있는데 여기서 산청목이 혈액순환을 돕고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손발 저림과 이뇨작용에 특효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광고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다 죽었던 간도 다시 살린다는 산청목은 해발고가 높은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귀한 약재로 한국에서는 산림청의 보호종으로 선포된 약용식물입니다. 한국에서는 산청목은 자연적으로 쓰러져 있거나 벌목현장에서 허락 된 것만 채취가 가능합니다.
북한에서 산청목은 양강도와 자강도를 비롯해 해발고가 1,500m이하의 고산지대 어디서나 자라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산청목은 헛개나무, 오리나무와 함께 간에 좋은 3대 명약으로 불렸습니다. 산청목은 어떠한 체질에도 부작용이 없는 약재입니다.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은 먼저 간에 부하를 받는데 그로 인해 생긴 간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약이 바로 술 해정제입니다. 산청목을 우려낸 물은 맛이 담백하고 지방간, 간경화에 효과가 뛰어나고 간의 온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 주는 치료제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산청목을 혈액 청혈제, 이수제로서 난치성 간 치료에 사용해 왔습니다. 산청목 껍질은 소독작용과 지혈작용이 높아 외상출혈이 있는 환부에 짓이겨서 붙이기도 하였다고 우리 조상들이 남긴 의학고서들에 기록되어있습니다.
조두형 박사 연구팀은 산청목으로 먼저 엑스(엑기스)를 제조하였습니다. 산청목 엑스로 동물실험, 인체실험을 진행하면서 주요 약성분은 잔가지와 청색 빛깔이 나는 껍질에 있으며 채집 시기는 물이 오르는 봄철이 좋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서는 산청목으로 술 해정제를 개발하면서 강원도 회양군 귀락리에서 간복수를 전문으로 치료한다고 이름난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1991년 여름까지 강원도 세포군에 속해있던 귀락리는 지금은 회양군으로 행정소속이 바뀌었습니다.
귀락리는 언덕과 야산으로 된 해발 500m 안팎의 평탄한 고원에 자리 잡고 있는데 주변의 군사기지들로 하여 통행이 금지된 구역이 많고 이런 곳에는 산림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산청목이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당시 귀락리 병원 원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고려약(한약) 기술을 배웠다는 사람이었는데 전문대학에서 의학적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의료 요법으로 간치료를 잘 한다고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지어 평양 적십자병원이나 김만유병원, 중앙당 간부들만 취급하는 남산진료소에서도 치료를 포기한 고위간부들이 이곳 병원을 찾았습니다. 가망이 없다던 고위간부들이 간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만청산연구원에서도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당시 세포군 검찰소는 의사자격도 없이 치료를 한다며 귀락리 병원 원장을 법적으로 처벌하려고 준비를 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때에 김일성 일가의 건강비법을 연구하는 만청산연구원에서 찾아 왔다는 소식은 병원 원장에겐 든든한 방패였습니다.
병원은 숲속에 남성병동과 여성병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매 병동들에는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간치료를 위해 찾아 온 환자들이 적게는 30명, 많게는 50명 이상까지 수용돼 있었습니다. 환자들은 몇 달간씩 치료를 받으면 완쾌돼 퇴원했습니다.
만청산연구원 연구사들이 찾아가 병원 원장으로부터 치료방법을 알아보려 했으나 그는 의료 비밀은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세포군 당위원회 책임비서까지 나서 김정일의 건강장수를 위한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이렇게 알아낸 약의 주성분은 산청목과 박의 수액이었습니다. 수액을 분석한 결과 청혈제(淸血劑)와 이수제(利水劑)로 놀라울 정도로 배합이 잘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독풀이작용, 지방분해, 신경안정, 지사제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산청목 추출물은 항산화 활성과 항지질과산화 활성, 항미생물 활성이 뛰어나며 장수식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인정되어 김일성 일가에게만 특별히 올려지는 '9호제품'의 명단에 올랐으나 제품의 오감평가에서 탈락했습니다.
오감평가는 맛과 냄새, 색 등을 가지고 식품을 평가하는 제도인데 김정일에게 제공되기 전에 최종적으로 거치는 과정입니다. 외국에서 좋다는 약은 다 사다 먹는 김정일이 왜 우리 조상들이 인정한 고려약(한약) 사용을 꺼렸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산청목으로 제조한 약재를 김정일이 일찍부터 복용했다면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의 건강연구 비밀이라며 인민을 위한 치료제로 개발되지 못한 산청목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가슴이 먹먹합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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