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동포 여러분, 북한에서 법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김씨 왕조의 교시나 말씀이 상위법처럼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서 살고 있는 여러분이나 저처럼 북한에서 살았던 탈북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취자 여러분들은 교시나 말씀이 법보다 더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인권을 크게 유린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해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 법률학 학보 2022년 제68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우리나라를 법이 아니라 도덕이 지켜주는 나라로 만들데 대한 사상의 정당성’에는 서두에 김정은의 말씀이 실려있습니다. 그 말씀 내용의 황당함과 반인민성은 세뇌된 북한주민이라면 잘 알수 없습니다.
“전체인민이 수령을 중심으로 사상의지적으로, 도덕의리적으로 굳게 뭉치고 온 사회가 동지적으로 서로 돕고 이끄는 하나의 대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본질적 특성이며 무한대한 힘의 원천이다”라는 내용의 말씀을 보면 봉건왕조시기 절대적인 통치자인 왕을 북한에서는 현대판 수령제도로 바꾸고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법률학 학보에 실린 형사책임에 관한 논문은, 김정일 선집에 나와 있는 “위법행위를 한 사람들을 엄격히 다스리고 책임추궁을 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법적투쟁입니다”라는 김정일의 말씀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법학논문들은 서론에서 김씨 왕조의 교시나 말씀을 인용하고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며 만약 논문을 쓰면서 교시나 말씀을 인용하지 않았다면 그 학자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궁극적으로는 정치범으로 처형될 수밖에 없습니다.
2009년 인민보안성에서 발간한 법 관련 참고서적인 「법투쟁부문 일군들을 위한 참고서」를 보면 책의 앞부분의 16페이지에 걸쳐 김일성의 교시와 김정일의 말씀이 서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법일군들이 형법이나 형사소송법보다 우선적으로 법의 준수나 집행과 관련된 김씨 왕조의 교시나 말씀, 또 노동당의 방침이 법제의 연원, 한마디로 법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헌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한 내용은 법보다 더 상위에 있는 일당독재 노동당의 지도적 지위를 헌법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김정은의 말씀이 곧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정된 노동당 당규약 전문(前文)에서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하는 주체형의 혁명적 당이다. 조선로동당은 주체사상을 당 건설과 당 활동의 출발점으로 당의 조직사상적 공고화의 기초로, 혁명과 건설을 령도하는 데서 지도적 지침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제3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00조에는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북한의 최고령도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법체계는 김씨 왕조의 교시나 말씀이 최고 상위규범으로 되고 있고 그 아래에 노동당규약과 헌법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김씨 왕조의 교시나 말씀이 법의 지도 원리이자 초헌법적 법원이 되고 있으며 북한의 법 이론은 주체사상을 근원으로 하고 있고 북한의 모든 법은 수령과 노동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률학자들이 북한에서 살았던 탈북민 600명을 대상으로 ‘북한주민들은 김일성 유훈, 김정일 말씀, 당의 지시, 주체사상,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원칙 가운데 어느 것을 더 권위있게 생각하는가’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김일성의 유훈과 김정일, 김정은의 말씀이 차지하는 비율이 91.8%를 차지하였습니다. 이것은 10명 중에 9명은 북한에서 법보다 김씨 왕조의 교시나 말씀이 법 처벌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증언한 셈입니다.
그리고 다른 설문조사결과에서도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살면서 법에 대한 개념에 대해 김정은의 말씀을 90.5%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다음은 인민보안성 포고문, 헌법, 당의 방침, 내각 결정문 순이습니다.
김씨 왕조의 3대 세습독재자로 등장한 김정은의 말씀은 지난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나 말씀을 능가하는 초법적 기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김정은 시대에 북한에서 살다가 탈북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말입니다.
현대판 봉건왕조국가인 김씨 왕조의 붕괴를 촉진하는데 탈북민들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이 탈북행렬을 막기 위해 처벌수위를 높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정은이 2010년 11월 18일에 ‘탈북행위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할 데 대한 말씀’을 전달하면서 점차 탈북민 행렬이 급속히 줄었습니다. 김정은은 당시 “국경에서 시범으로 경적을 한 번 울리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 지시에 따라 국가보위부, 보위사령부, 중앙당 간부들로 이뤄진 검열대가 국경지역에 파견되어 불법월경자 색출에 열을 올렸습니다.
김정은은 2011년 1월 3일에는 정치사상 진지를 허물어뜨리는 자들이 바로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라며 “중국 내 탈북자를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국가보위성에 내렸고 같은 해 4월에는 탈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철조망과 조명지뢰를 매설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의 말씀만 하달되면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률보다 그 말씀 집행을 위해 안간힘을 다 쓰는 북한의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등 사법기관들은 탈북자 단속과 관련된 김정은의 말씀 관철을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지구상에 현대판 봉건 왕조국가인 북한처럼 법보다 국가 영도자의 말씀이 더 중시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일당독재가 아닌 다당제가 실현되어 국가정책이 국민들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당,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당, 국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정책을 우선시 하려는 당, 종교우선을 강조하는 종교정당, 심지어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정착과 북한인권을 위해 싸우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남북통일당 등 대한민국에는 수십여 개의 정당이 있습니다.
이 정당들은 총선거 기간에는 자기 정당의 정책을 국민들 앞에서 설명하고 국회의원 즉 북한으로 말하면 대의원 후보자를 선출하여 선거에서 경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지역마다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정당의 후보자가 그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됩니다.
이렇게 국민이 선택한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며 심지어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교도소에 수감되게 됩니다. 결국 김정은도 정치를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주원,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