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천연조미료

0:00 / 0:00

북녘에 계신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살던 때를 생각하면 주변 장사꾼들이 힘들 때마다 '이건 살자고 먹는 건지, 아니면 먹자고 사는 건지'라고 통탄하던 모습들이 자주 떠오릅니다. 사람은 먹어야 몸을 움직이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류역사는 어떤 면에서 볼 때 식생활의 발전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해 배를 채우는데 집중해야 했던 중세와는 달리 현시대는 음식의 맛을 더 좋게 살리기 위해 조미료 개발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음식물의 맛을 독특하게 살리는 식품첨가제를 조미료라고 하는데 조미료는 천연재료와 화학적인 합성재료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천연적인 조미료는 인간에게 약이 되지만 화학적 조미료는 몸 안에 축적 되어 건강을 파괴하는 역할도 합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먹던 풍요로운 진수성찬도 음식물의 맛과 질을 더 높이려고 여러 가지 첨가제를 사용하였는데 오늘 시간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식용과 건강만을 위해 연구되었던 천연조미료에 대하여 이야기해 드리려 합니다.

흔히 식품첨가제는 식용색소와 유화제, 조미료, 향미료, 산화방지제, 방부제 등으로 구분합니다. 유화제는 기름과 물이 잘 섞이게 하고 식용색소는 음식의 색깔을 살리는데 이용됩니다. 조미료는 음식 맛을 보태고 향신료는 음식의 기호 성을 높입니다.

식품첨가제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은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까지 서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찾는다는 구실아래 이슬람교와 8차례에 걸쳐 감행한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십자군 원정은 성지를 찾는다는 구실을 내 걸었지만 사실상 인도와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 '비단의 길'을 이슬람교들이 가로막고 후추, 겨자와 같은 향신료들을 수백 배의 비싼 값으로 서유럽에 팔아 온데서 비롯됐습니다. 지금 널리 사용되고 있는 후추와 정향, 민트, 고추, 바닐라, 올스파이스, 너트메그, 들기름, 참기름 등은 인간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연산 향신료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는 맛내기와 사카린 역시 조미료입니다. 맛내기는 1907년 일본 도쿄대 기쿠나에 이케다 교수가 우동에 다시마 가루를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연구했는데 이때 찾은 감칠맛을 일본어로 '아지'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자본주의의 산업화를 가장 먼저 시작한 일본은 조미료 개발에서도 세계적으로 앞선 나라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이유로 1980년대 말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은 조미료 개발 연구를 위해 일본에 기술자들을 파견하였습니다.

김정일의 지시로 금수산의사당경리부 만청산연구원의 식료공학연구실 장경룡 실장과 통보과학연구실 오명석 교수가 일본의 이름 있는 조미료 회사들인 큐비(キューピ)회사와 히가시마루(ヒガシマル)회사, 에스앤비(S&B)회사들을 다녀왔습니다.

큐비회사는 마요네즈를 비롯한 가공 양념제품들이 인기가 있었고 히가시마루 회사에서 생산된 분말 건조 국물인 다양한 스프와 에스앤비 회사에서 만든 카레와 향신료들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천연 조미료들입니다.

그들은 이 회사들에서 생산되는 가쓰오부시(鰹節)와 와사비(山葵), 다시(出し), 미림(味醂), 미소(米ソ), 산바이즈(三杯酢), 시치미토가라시(七味唐辛子), 아지노모도(味の素) 등 다양한 조미료의 생산 공정과 제조방법에 대하여 파악했습니다.

가쓰오부시는 우리나라의 남해바다와 일본의 근해에서 잡히는 줄 삼치라고도 부르는 다랑어의 살을 저며 증기에 찌고 건조시켜 곰팡이가 피게 한 일본 가공식품입니다. 육수에 들어가며 우동이나 볶음 요리에 고명으로 뿌려 먹으면 좋습니다.

와사비는 일본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조미료인데 우리가 고춧가루 양념을 즐기듯이 일본인들은 와사비의 매운맛을 매우 좋아합니다. 일본에서는 산골짜기 언덕에서 야생으로 자라던 와사비를 지금은 전문적으로 재배하여 조미료 생산에 이용합니다.

다시는 다시지루라고도 하는데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멸치 등을 끓여서 우려낸 국물입니다. 국물이 있는 요리의 국물뿐 아니라 양념이나 조림에도 사용됩니다. 미림은 찹쌀에 소주와 누룩을 넣어서 약 2개월 정도 발효시켜 만든 투명한 액체입니다.

미소는 보리, 쌀 등으로 만든 일본식 된장입니다. 산바이즈는 식초에 간장과 설탕 또는 미림을 넣은 일본의 조미료로서 우리 민족의 초간장과 유사합니다. 시치미(七味)는 고추를 주재료로 여기에 다른 향신료를 섞어 만든 조미료입니다.

흑초는 율초(葎草)라고도 하는데 보통 식초에 비하여 색깔이 검고 짙은 특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인민들이 흔히 먹는 식초는 화학제품인 빙초산을 희석시킨 것으로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실제 쌀과 현미, 율무 등의 곡류를 주원료로 만든 식초는 아미노산과 펩티드 성분이 많고 탄수화물이 적어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만청산 연구원에서는 총련을 통해 일본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천연조미료 견본품들을 구입, 분석하여 룡성특수식료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조미료라고 하면 중국도 일본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일본 자연산 조미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사람들의 주식인 초밥도 즐겨 먹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은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룡성특수식료공장 기술진과 함께 일본 조미료 생산 공정을 참고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김일성의 생일 80돌에 분말육수와 분말숭늉을 개발한데 이어 일본 조미료를 바탕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입맛을 사로잡는 여러 가지 천연조미료들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 천연조미료 생산은 천문학적 돈이 들었습니다.

땅이 좁은 북한에서 조미료에 들어가는 수백 가지의 원료 작물을 일일이 심고 다루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식품들은 믿을 수 없다며 건강에 좋은 천연 조미료들을 자체로 생산하라고 고집했습니다.

또 만청산연구원과 룡성특수식료공장 기술자들이 천연 조미료를 생산했을 때에는 자체로 천연 조미료를 만드니 얼마나 좋은 가고 칭찬하면서 조미료 개발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연구사들에게 감사문과 훈장, 표창들을 수북하게 안겨주었습니다.

김정일이 일본의 조미료를 바탕으로 자신들만 먹을 수 있는 조미료를 개발한데 대해 연구소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들이 일었습니다. 김정일의 세 번째 여자였고 김정은의 어머니이기도 한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음식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그 중의 한가지였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총련계 출신인 고용희는 어렸을 때 자주 먹던 조미료들과 일본 음식들이 생각나서 김정일에게 자주 부탁을 했던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김정일은 고용희가 좋아하는 일본요리를 만들기 위해 1982년 6월 일본인 요리사인 후지모토 겐지를 북한으로 데려와서 2001년까지 일본요리들을 만들어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배급을 못 받은 인민들이 굶어서 죽어야 했던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김정일은 일본에서 비싼 식자재들을 들여다가 매달 일본돈 50만 엔이라는 월급을 요리사 후지모토에게 주면서 온갖 일본의 전통 음식과 고급 요리들로 살쪄왔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지 5년이 넘도록 자신의 어머니인 고용희를 우상화하지 못하는 원인도 고용희가 백두혈통이 아닌 일본 총련계 출신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일본출신이고 어려서부터 김정일의 전용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와 친분관계가 깊었던 김정은도 일본 조미료와 음식에 길들여져 있음은 너무도 뻔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김주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