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동포 여러분, 북한의 3대 세습이 21세기 전 세계가 경악하는 가장 낡고 부패한 통치방식과 정권계승방식이라는 사실을 북한 청취자 분들도 잘 아실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3대혁명소조에 파견되어 27살의 나이에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을 당시까지만 해도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건강장수연구소인 만청산연구원에서 연구사로 근무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인줄로만 알았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붕괴되고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저는 비로소 북한은 비정상적인 현대판 봉건왕조국가임을 절감하게 되었죠. 성분제도, 공개처형, 추방, 여행증명서, 정치범수용소, 중앙당 5과, 쇄국정책, 10년 군복무 등 대한민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가장 낡은 중세기적인 폭압을 강행하는 북한의 현실은 전 세계의 진보적인 인류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직 김정은만 토지, 재산, 건물 등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은 조선시대 왕족들을 능가하는 가장 철면피하고 부조리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선시대 상속법과 북한의 상속에 대해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한 재산상 법률관계의 포괄적 승계를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획득한 돈과 집, 공장, 토지, 산림 등 가치로 인정되는 것들은 죽고 나면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상속됩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선친으로부터 후대로 이어지는 상속이 다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상속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민법 제5편 상속을 상속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속법인 민법 제997조는 상속 개시의 원인에 대해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속인에 대하여 직계,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가족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법에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조건으로는 같은 형제를 살해했거나 살해하려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은닉한 자 등은 상속인에서 배제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이러한 상속법이 존재하기에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열심히 살면 자녀들이 부모가 남기고 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고 부모에게 효도하면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버지가 간부라 하더라도 직업을 놓으면 간부사택에서 나와야 하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잘 꾸려도 그것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언제든지 쫓겨나야 한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도 상속법이 존재했습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고려시대에 존재하던 재산상속이나 제사상속을 그대로 이어받아 아들과 딸을 가리지 않고 균등하게 상속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17세기 중엽에 이르러 상속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들과 딸을 가리지 않고 균등 분배하던 상속이 장남우대, 남녀차별 차등 상속으로 변했고 이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되기 전까지 유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장남이 연로한 부모들을 모시는 관례가 생겨났고 장례와 제사도 장남이 주관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제사를 지내는데 드는 비용을 장남이 다 부담해야한다는 인식하에 장남에게 더 많은 상속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부부지간에도 재산관리 및 상속에서 남녀의 재산을 철저하게 자기 몫으로 나누어 관리하였습니다. 아내가 친정에서 가져온 재산의 처분권은 전적으로 여자 쪽에 있었고 부인의 재산을 함께 상속할 경우에는 부부가 동의한다는 서명을 나란히 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상속은 당대사회의 지배층이나 봉건관료, 재산을 가진 지주들에게나 해당한 일이였죠. 7%에 불과한 양반을 제외하고 절대다수의 백성들과 노비들은 가진 것이 없었고 상속이라는 말은 그림의 떡과 같았습니다.
그러면 지금의 김씨 왕조국가인 북한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청취자 여러분, 북한에도 가족법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저도 북한에서 살면서 북한에 가족법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북한 가족법 제1조에는 “사회주의적 결혼, 가족제도를 공고발전시켜 온 사회를 화목하고 단합된 사회주의 대 가정으로 되게 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김씨 왕조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임을 먼저 말해 둡니다.
국가가 있어 가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 있기에 국가도 존재한다는 보편적인 상식을 벗어난 북한의 가족법은 북한주민들을 김씨 왕조의 영원한 노예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 가족법 제5장은 상속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죠. 북한당국은 상속순위에 대해 가족법전 제46조에서 “공민은 사망하면 그의 재산은 배우자와 자녀, 부모에게 상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배우자와 자녀, 부모가 없을 경우에는 손자녀와 조부모, 형제자매에게 상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7조에서는 “상속인이 여럿인 경우에는 그들에게 차례지는 몫이 같다”고 규정함으로써 조선시대 초기에 존재하던 균등분배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이 정한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사망자를 생전에 몹시 학대하였거나 의식적으로 돌보지 않은 자, 고의적으로 상속조건을 만든 자에게는 상속권을 주지 않는다”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50조에서는 “공민은 자기의 재산을 유언으로 상속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기도 했죠.
청취자 여러분들은 북한당국이 규정한 상속법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상속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성립될 수 없는 일이죠.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 제2장 21조에는 “국가소유는 전체 인민의 소유이다. 국가소유권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소유가 국가에 종속되어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그 어떤 소유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도 자기의 소유가 아니기에 국가에서 발급해주는 입사증도 ‘주택이용 허가증’이지 개개인의 소유가 아닌 것입니다.
상속에서 가장 큰 재산이 토지와 건물이지만 북한에서는 토지와 주택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가소유입니다. 국가소유는 상속될 수 없으며 결국 북한의 상속법은 어디까지나 형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북한에서 고위 간부들도 상속권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나 승용차도 간부를 할 때 이용하다가 사회보장을 받거나 간부직에서 물러나면 후에 그 자리에 승진한 간부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간부사택이라고 하여 마음대로 자녀들에게 상속할 수 없으며 배정된 승용차도 자녀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러면 북한에서 상속이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직 한 사람 김정은에게만은 상속의 의미가 통하는 거죠. 김일성이 살아생전에 업무를 보던 금수산태양궁전과 전국에 있는 초대소들은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 상속되어 소유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씨 왕조를 위해 존재하는 특수식료품생산기지들인 룡성특수식료공장과 운곡목장 등 8, 9호 제품 생산단위들도 여전히 김정은을 위한 진수성찬 요리를 만드는 식자재 생산기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김정일이 급사할 당시 김정은에게 상속된 소위 ‘충성의 외화자금’은 약 46억 달러였다고 합니다. 이 돈도 고스란히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 상속된 외화입니다. 상속법은 있어도 오직 김씨 왕조만이 통하는 그런 상속법은 북한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법이죠.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해방 전이나 6.25전쟁 시기 그리고 1990년 이후에 급증한 탈북민들이 사망하면서 남긴 재산을 통일되면 북녘에 살고 있는 배우자와 자녀들, 부모형제들에게 상속하기 위한 상속법인 ‘남북주민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 규정되었습니다.
김정은과 북한정권은 겉으로만 인민을 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잘 살 수 있고 노력해서 획득한 재산들이 자녀들에게 골고루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주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