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시대와 선군혁명문학

지난 2013년 평양시내에 북한의 인민군 창건을 축하하는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만세!' 간판이 걸려 있다.
지난 2013년 평양시내에 북한의 인민군 창건을 축하하는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만세!'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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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동포 여러분, 1980년 당 제6차대회 이후부터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까지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공동정치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말엽에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국가들에서 일당독재를 실시하던 공산당들이 해체되면서 사회주의 체제가 허물어지고 자본주의 복귀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1991년에 소련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사회주의 군사동맹 조약기구인 바르샤바(와르샤와)조약기구가 붕괴되었고 북한이 더 이상 ‘사회주의 동방초소’의 역할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50년대 중반부터 40여 년간 ‘사회주의 동방초소’라는 이유로 제공되었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군사적인 원조과 경제적인 지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평양시 배급소들에서 소련에서 제공하여 공급하던 ‘베개빵’이 사라졌고 식료상점에서 쿠바의 사탕가루(설탕)도 더는 볼 수 없었습니다. 1994년 김일성이 급사하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연이어 흉년이 들면서 국가 배급체제가 허물어져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시기도 아닌데 길거리에는 굶어서 아사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체들이 몇일 동안 방치되기도 하였고 생사를 건 탈북이 국경지역들에서 발생하였습니다. 함경도와 평안도, 황해도에서도 굶어죽지 않으려고 친인척들을 찾아다니느라 통행증 검열체계가 허물어졌고 배급이 끊기며 공장에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도 마비되었습니다.

당, 행정기관 간부들도 국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일반 주민들은 탈북으로 정부를 대항하기도 하였습니다. 군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탈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도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기에 몰렸습니다. 김정일은 체제위협세력이 될 수 있는 군대를 든든히 틀어쥐고 인민군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묘안으로 ‘총대중시사상’을 제시하였습니다.

인민군 보위부가 보위사령부로 격상되면서 군이 당과 국가 위에 군림하는 선군시대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노동당에 대한 불만이 민심으로 변하고 주체사상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선군사상’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여 이를 토대로 한 사상주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선군혁명로선’, ‘선군령도’, ‘선군정치’ 등 선군이라는 용어가 어디에나 약국의 감초처럼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문화예술분야의 ‘선군혁명미술’, ‘선군혁명음악’, ‘선군영화’ 등을 북한당국은 ‘선군혁명문학’이라고 불렀습니다.

선군이라는 용어는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에서나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서 북한에서만 유일합니다. 선군은 다른 말로 군사독재를 의미합니다. 국방의 의무는 침략자들로부터 나라를 방위하기 위한 것인데 북한에서 선군은 자국민들의 반항을 억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민군에 입대한 군인들이 김정일을 위해 자기의 부모형제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 반인민적인 ‘선군시대’, ‘북한식 군사독재’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1998년부터 1999년 사이에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국경지역과 평성을 비롯한 북한의 도소재지들에 대한 보위사령부 검열과정에 수백여 명의 당간부들과 행정일꾼들, 무역일꾼들이 공개처형되거나 정치범관리소로 끌려갔습니다. 북한당국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시기를 ‘김정일시대’라고 불렀고 강연과 해설담화 내용들에서 ‘김정일시대는 곧 선군시대’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것은 선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김정일에 의해 북한에서 군사독재가 노골적으로 강행된다는 것을 암시하였습니다.

북한당국은 “선군시대는 자기 시대에 맞는 음악을 요구하며 선군음악은 선군시대를 반영하게 된다”며 선군혁명문학창작을 촉구하였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출간되는 잡지인 ‘사회과학원 학보’에는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이 인민대중의 투쟁의욕과 건전한 혁명정신을 마비시키려고 집요하게 책동하고 있는 오늘의 정세에서 무의미하게 자연이나 노래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나 보여주는 음악은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에 길을 열어주는 해독적인 작용을 한다”며 선군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에 이바지하는 선군음악을 창조할 데 대해 강조하였습니다.

사회과학원 학보 2008년 1호에는 “자주적 인간이란, 당의 선군혁명사상으로 무장하고 수령에 대한 끝없는 흠모와 당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뢰, 수령과 당의 영도를 받는 혁명적 긍지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여 대중적 영웅성과 희생성, 낙천성 등과 같은 감정과 정서를 지닌 인간”이라며 공훈국가합창단이 창작한 합창조곡 ‘백두산아 이야기하라’, 국립교향악단에서 만든 교향조곡 ‘선군장정의 길’ 등이 대표적인 선군음악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 잡지 ‘조선문학’ 2002년 3월호엔 김일성이 죽은 1994년부터 2000년 12월 말까지 북한에서 창작된 선군음악이 약 1만 5천여 편에 달한다며 이를 선군혁명문학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 2003년 1월호 머리글에는 선군혁명문학 창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형상을 가장 완벽하게 최상의 수준에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선군혁명문학의 중요한 주제는 ‘혁명적 군인정신’입니다. 북한당국은 “선군혁명문학의 혁명적 군인정신은 ‘수령결사옹위정신’, ‘결사관철정신’, ‘영웅적 희생정신’ 이며 이것이 ‘총폭탄정신’, ‘자폭정신’, ‘육탄정신’ 등으로 표현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선군혁명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서사시 ‘영원한 우리수령 김일성동지’, ‘평양시간은 영원하리라’, ‘철령’, 가요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네’, ‘높이 들자 붉은기’, 소설 ‘영생’, ‘붉은 산줄기’, ‘역사의 대하’, ‘평양의 봉화’ 등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아동문학도 선군사상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2003년 10월 25일 ‘문학신문’에는 ‘아동영화도 어린이들을 선군사상으로 교양하는위력한 무기가 돼야 한다’며 대표적인 아동선군문학작픔으로 ‘다람이와 고슴도치’, ‘소년장수’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두 아동영화는 당의 자위적 군사로선의 정당성과 선군정치의 필요성을 동화적 화폭으로 보여준 성과작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올해 2019년 11월 23일 북한의 대외선전인터넷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선군시대의 문화와 문학예술’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에는 “오늘의 시대는 선군시대이며 선군시대의 문화는 혁명적 군인정신을 시대정신으로 창조하고 있다는데 그 중요한 특징이 있다”며 “선군시대의 문화가 시대를 상징하는 사회주의 문화의 본보기로 되는 것은 거기에 실천을 통하여 그 고상함과 생활력이 확증된 혁명적 군인정신이 약동하고 있다는데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김정일시대에 이어 김정은시대도 군사독재를 공공연히 강행하는 선군시대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선군혁명문학을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켜 김정은에게 순종하는 노예로 만들어 영원한 김씨왕족 독재국가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구상에 인터넷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들은 인터넷도 접속할 수 없는 북한주민들을 가리켜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라고 말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선군혁명문학의 반동성을 똑바로 알고 라디오와 CD 등 각종 매체들을 통해 외부정보를 아는 것이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찾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