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그동안 남북교류 분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다양했습니다. 이 중에는 역사 공동연구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 국보 제122호로 지정된 개성 만월대는 2007년부터 남북이 공동발굴조사를 해 적잖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기광서 기획총괄위원장을 만나 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기광서: 네, 안녕하세요.
기자: 남북역사학자협의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기광서: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먼저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어떤 단체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기광서: 저희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역사학 분야의 남북교류에 관심을 가진 300여 명의 학자들이 구성한 학술단체입니다. 저희 단체의 설립 취지는 역사 연구, 문화유산 조사 및 보존에서 남북의 연구자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상호 이해를 높임으로써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6.15공동선언 이후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가 활기를 띠면서 최초로 남북 역사학자 교류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남북 역사학자들이 평양에서 함께 모인 자리에서 남측 역사학자들이 "남북 간 학자교류 및 공동학술회의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자"고 제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2003년 남북 역사학자 대표가 학술교류를 정례화하기 위해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구성키로 구두로 합의하였습니다. 이어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측 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이듬해 2004년 2월 허종호 북측 공동위원장과 공동 서명하여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정식으로 발족되었습니다.
기자: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사업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광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은 저희 단체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데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개성 소재 고려 정궁터인 만월대에 대한 발굴조사와 보존사업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차에 결처 진행하였습니다.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 받아 남북 사회문화교류 분야에서 유일하게 지속된 사업입니다. 특히 2011년에는 5.24조치 하에서도 한국 정부의 유연화 정책 대상으로 선정되어 만월대 긴급수해피해 복구사업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만월대 등 개성역사지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했는데 2013년 7월에 등재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 발굴 사업이 더욱 의미가 있게 됐습니다.
기자: 만월대 발굴사업을 남북이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광서: 북한이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보니까 이런 발굴사업도 자체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한과 협력 사업으로 추진해 재정 지원을 받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남한 입장에서는 비록 북한에 있는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이 역시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보존 및 관리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던 겁니다. 결국 이것이 민족동질성 회복과 민족공동체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요. 또 학문적 차원에서 보면 한국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자: 남북관계 경색으로 여타 사회•문화 협력사업이 전면 중단되었던 상황에서도 남한 당국이 이 사업만은 허락해주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기광서: 문화재는 민족적 정체성과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라는 본질적 성격으로 인해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책 당국의 의지에 따라 남북관계 악화 상황에서도 예외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 정치 경제적 통합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통합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민족 문화유산의 교류협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문화재는 그 자체로 유일무이하며 한 번 훼손되면 영원히 멸실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문화재 보존사업은 정치 군사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기자: 개성 만월대 말고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발굴사업 또 뭐가 있습니까?
기광서: 그동안 저희는 개성 만월대 말고도 여러 사업을 추진해왔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게 고구려고분 남북공동 발굴 보존사업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평양 대성동에 있는 고구려고분을 추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 소재 발해유적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북한 서북지역 성곽과 철원 지역의 '궁예도성'에 대한 발굴조사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궁예도성 발굴 조사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DMZ 평화공원 개발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남북이 함께 발굴 작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뭡니까?
기광서: 남북공동발굴 사업을 하면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상호 토론과 협력을 통해 대부분 해결했습니다. 문제는 외부적인 요인입니다. 지난 2010년 4차 발굴조사 때와 2011년 5차 발굴조사 때와 같이 천안함 사건 등 발굴조사 도중 정세악화를 이유로 갑자기 정부 당국으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남북 발굴단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게 발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고요. 결국 남북관계가 좋아야 이런 사업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남북한 역사교류를 위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광서: 현재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일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통일은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통일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남북한 교류라는 것은 이런 제도적 제약으로부터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역사교류가 그동안 굴곡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제약 없이 진행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기광서 기획총괄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위원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광서: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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