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5년 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평양에서 닭고기 전문식당을 열어 큰 화제를 모았던 사람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맛대로 촌닭'의 최원호 대표입니다. 최 대표는 북한에서 닭요리집을 개업하게 된 동기와 함께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방화동에 있는 최 대표의 닭고기 식당에 찾아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최원호: 네, 안녕하세요.
기자: 2008년 북한 락원무역총회사와 합작운영 계약을 맺고 향후 15년간 영업권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닭고기 식당은 지금도 하고 있는 건가요?
최원호: 그럼요. 시설은 완벽히 다 돼 있기 때문에 식당은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단지 식자재 등이 올라가지 못하니까 닭을 일부 팔면서 다른 요리까지 판다고 얼마 전 평양에 다녀오신 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기자: 북한에 있는 식당 이름은 뭡니까?
최원호: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입니다. 그 당시 상호 때문에 북측과 많이 싸웠습니다. 저는 저희 상호인 '맛대로 촌닭'으로 하자 그랬는데, 북측에서는 촌닭이 촌스럽다는 의미에서 정서상 안 어울린다고 해서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으로 했습니다. 대신 식당 내부 장식은 모두 여기 남한식으로 했습니다.
기자: 지금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북한에 직접 들어가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심정 어떻습니까?
최원호: 안타깝죠. 저는 남북 당국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 닭집 하나 지켜주지 못하면서 통일을 논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북한과의 교류 자체를 막다 보니까 저희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남한에서 북한에 연락할 수가 없으니까 물건도 못 가고 사람도 못 가고.. 이걸 누구한테 따지겠습니까. 그저 남북관계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작정 기다리려니 답답해 죽겠습니다.
기자: 투자는 어느 정도 하셨나요?
최원호: 식당 건물 빼놓고 모든 시설을 제가 투자해 다 한 겁니다. 남한에서는 주방 집기부터 모든 자재를 올려보냈고요. 심지어 냉동차까지 보냈습니다.
기자: 대북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나요?
최원호: 저는 지금까지 닭 사업만 22년 동안 했습니다. 처음에는 닭고기 수입을 많이 했었습니다. 미국이나 브라질, 태국, 중국 등에서 닭을 들여왔는데, 그러다가 생각을 했죠. 어차피 같은 값으로 수입할 것 같으면 외국에 달러를 지급하지 말고 차라리 가까운 북한에서 닭을 길러서 여기로 가져오면 북한도 살고 우리도 살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기자: 그러면 처음엔 닭요리 사업이 아니라 양계장 사업을 하려고 했던 거네요?
최원호: 네, 사육해서 수입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당시 북한에서 갑자기 조류독감이 발생해 사업을 포기하고 차라리 저의 전문인 닭요리를 해야겠다고 해서 평양에서 식당을 열게 된 겁니다.
기자: 북한에서 사업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하다가 망하면 어떡하나 걱정되지 않았습니까?
최원호: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도 사업하다 보면 망할 수 있는 거고. 오히려 저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사업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제 의지와 관계없이 저의 사업을 막는 상황이 문제였습니다. 지금 저뿐만 아니라 대북사업하는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 누가 있습니까.
기자: 사업을 하기에 앞서 많은 준비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최원호: 개업을 하기에 앞서 저는 평양에 3~4번 갔습니다. 가서 시장 조사를 하고 상권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을 만나 식당 자리를 확보하고 식당 공사를 위해 도면까지 보냈습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한 달 만에 할 일을 북한에서는 3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더라고요. 그 정도로 일이 더뎠습니다.
기자: 먹는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고 하잖습니까. 평양의 식당은 자리가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최원호: 자리는 평양에서 제일 좋은 곳에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식당은 북새거리에 있는데 개선문이 바로 있고요. 주변에 김일성경기장과 모란봉공원도 있습니다. 더구나 대로변에 있어 위치는 아주 좋습니다.
기자: 식당 자리는 누가 잡아준 겁니까?
최원호: 제가 보고 결정한 겁니다.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거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기자: 식당이 꽤 크다고 들었습니다. 몇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나요?
최원호: 크기는 100평이 넘습니다. 120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닭요리를 오토바이로 배달한다면서요? 배달 문화에 익숙지 않은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최원호: 흔히 저기서 장사가 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생각을 달리하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도하면 다 됩니다. 사람이 사는 곳엔 어디든 편리한 것을 찾게 돼 있습니다. 사업 초기 전단 효과가 있어서 그런가 배달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닭요리 판촉을 위해 예를 들면 10번 먹으면 한 번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든지 하는 전략을 여기 남한에서처럼 했는지 궁금합니다.
최원호: 네, 북한에서는 쿠폰을 봉사카드라고 하는데요. 거기서도 마찬가집니다. 10매를 모으면 닭고기튀김 1마리를 무료로 주었습니다. 이를 알리기 위해 당시 전단을 이용했습니다. 이것은 저희뿐만 아니라 평양의 다른 식당에서도 그랬습니다.
기자: 남한과 북한의 입맛이 다를 텐데, 북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평양에서 따로 개발한 닭요리가 있나요?
최원호: 네, 제가 평양에 가서 닭요리 좋은 거 하나 내놓으라고 했더니 거기서 칠향닭찜을 내놓더라고요. 칠향은 말 그대로 7가지 향이 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7가지 향이 나는 닭찜인 거죠. 그래서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를 써서 달라고 해서 제가 서울에서 안동닭찜의 좋은 점을 추가해서 '칠향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칠향계를 먼저 서울 식당에서 팔고, 평양에도 소스를 보내 거기서도 팔았습니다.
기자: 지금도 여기 식당에서 칠향계를 팔고 있겠네요?
최원호: 네, 그럼요. 지금도 잘 팔립니다.
기자: 끝으로 요즘 남북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향후 사업 계획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최원호: 저는 앞으로 30년을 더 닭 사업을 할 겁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겁니다. 평양을 거쳐 중국시장으로 진출하고, 더 나아가 유럽시장에도 진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열리기만 하면 북한에 갈 겁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평양에서 닭고기 전문식당을 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맛대로 촌닭'의 최원호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대표님, 오늘 바쁘실 텐데 회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최원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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