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어느 덧 여름의 막바지인 8월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남북한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는 개성공업지구에서는 쉬지 않고 생산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선 활발해진 사회문화교류가 눈에 띄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코리아선진화연대의 김광인 이사를 모시고 최근 남북교류의 흐름과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이사님, 안녕하세요?
김광인: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기자: 요즘 사회문화분야에서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한데요. 현재 어떤 것들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김광인: 현재 개성 만월대에서, 그리고 중국 선양에서 남북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성 만월대에선 남북공동 발굴조사가, 또 중국 선양에선 <겨레말큰사전> 편찬회의가 각각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계의 활동도 눈에 띄는데요. 먼저 지난 6월말 금강산 신계사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열반 70주기 기념행사가 열렸고요. 7월 말에는 천도교 관계자들이 개성을 방문해서,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행사에 북측 천도교인들을 서울로 초청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비록 사회문화분야에 국한된 것이지만, 예년보다 교류가 활발해진 이유는 뭘까요?
김광인: 이 부분을 설명하기에 앞서, 현재 남북관계를 잠깐 설명드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시다시피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계속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그나마 진행되던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도 지난해 말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개성공업지구 국제화 작업도 진척이 없습니다. 입주 기업들 입장에선 너무 아쉽죠. 현재 북측은 개성공업지구와 관련해선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문화분야는 좀 다르죠. 일단 여기에 참여하는 남측의 민간단체들이 사업의 모든 부분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북측으로선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재정 지원의 뒤에는 남한 정부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남북관계와 관계없이 인도적 부분과 농축산사업, 그리고 사회분야에서 필요한 부분은 꼭 지원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개성 만월대 유적지 발굴사업이라든가, 남북한 언어의 동질성을 찾으려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교계의 방북은 과거에도 계속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은 최근 선전매체 등을 통해 참가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는데요.
김광인: 참가 의지만 계속 밝히고 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일단 북측이 남북 실무접촉에 빨리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있었던 실무접촉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결렬시켰습니다. 어쨌든 결렬시킨 쪽은 북측입니다. 그러므로 접촉을 재개하려면 결렬시킨 쪽에서 먼저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북측은 남측 정부가 협상재개 요청을 먼저 하길 바라고 있는 눈치예요. 대회 개막이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늦어도 이달 중순 전까지는 결론이 나야 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남쪽에선 '평화공세'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선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다 이런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김광인: 북한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참가의 의미를 남북 화해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경기대회가 남북한만을 위한 체육행사는 아니지요. 이것은 엄연히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주관하는 아시아인의 체육행사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으로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만약 대회가 다른 나라에서 열렸더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그리고 참가비용 문제가 있는데요. 체류에 필요한 제반 비용은 참가국이 알아서 준비하는 겁니다. 어느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지요. 물론 북한은 우리와 피를 나눈 형제•자매니까 여느 나라하고는 다르게 잘 대접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북측이 순수 체육행사를 남북관계와 결부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결국 북한이 이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일단 대회 준비를 위해선 8월 중순까지는 어떻게든 참가 여부가 결정돼야 하겠네요?
김광인: 그렇습니다. 오는 8월 15일까지 참가국 선수단의 최종 명단이 제출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주 안에는 실무접촉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요. 북한의 아시아경기대회 참가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광인: 글쎄요. 일단 북측이 그동안 여러 차례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까 참가할 것으로 봅니다만...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정치적 이유를 들어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예컨대, 오는 8월 중순 한미합동 을지훈련이 예정돼 있는데요. 이런 것을 핑계로 북한이 불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죠. 순수 국제행사를 정치적 이유로 거부한다면, 국제사회의 비웃음만 살 테니까 북한 당국도 이런 것들을 저울질 하겠지요.
기자: 개성공업지구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지난해 조업 중단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정상화를 찾은 것 같습니다. 개성공업지구, 지금의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김광인: 일단 정상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정상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정도지요. 지난해 조업 재개를 하면서, 남북이 합의했던 사항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남북공동위원회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아래에서 진행돼야 하는 분과별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 기업들이 바라는 국제화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개성공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단의 국제화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야 남북관계나 정치적 문제와 상관없이 공단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단의 국제화가 안 되니까, 최근 몇몇 외국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다가 다들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그들이 와서 보니까 마음대로 통행할 수도 없고, 통신도 잘 안되고, 통관도 마찬가지죠.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기자: 지금 맡고 계신 코리아선진화연대는 남과 북 해외동포 모두를 망라하는 한민족 전체가 선진화하자는 그런 취지에서 만든 단체인데요. 한반도 선진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김광인: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통일과 선진화입니다. 통일과 선진화, 선진화와 통일은 우리 민족이 나아갈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입니다. 선진화를 위해서든 통일을 위해서든, 먼저 낙후한 북한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야 선진화를 하든 통일을 하든 할 것 아닙니까. 문제는 북한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느냐 하는 건데요. 제가 보기에 참으로 난감합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자본, 경험 등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면 이런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진화와 통일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코리아선진화연대의 김광인 이사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광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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