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남북한의 의식주 문화를 살펴보는 '남북의 맛과 멋' 시간입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분단 70년동안 달라진 남북한의 음식문화와 의류문화 그리고 생활문화를 짚어보고 이렇게 이질화 된 문화가 다시 합쳐질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남북의 맛과 멋'을 마련했습니다.
사람이 기본적인 삶을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요소 의. 식. 주. 북한에서는 식. 의. 주. 라고 하죠. 이런 생활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식. 바로 음식입니다. 북쪽에서는 오랜 경제난으로 우리의 전통 식단이 변질되었고 남쪽에서는 음식문화의 서구화로 예전의 밥상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과연 남북이 같이 먹던 우리의 밥상은 어떤 모습이었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음식문화 평론가 윤덕노 작가님과 살펴보겠습니다.
이규상: 안녕하세요? 윤 작가님
윤덕노 작가: 안녕하세요? 음식의 역사와 관련된 책을 쓰고 있는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입니다.
이규상: 아마도 북쪽에 계신 청취자 분들께서는 '음식문화평론가'라는 직업이 참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음식문화평론가'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먼저 소개를 해 주시죠.
윤덕노 작가: 낯설기는 남쪽에 계신 분들도 비슷할 거예요. 맛있는 음식이나 맛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많아도 음식문화 자체를 소개하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요... 저는 음식 자체의 역사나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서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한 마디로 음식과 관련된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규상: 정말 흥미로운 직업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윤 작가 님은 어떻게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윤덕노 작가: 먹는 것이야 누구나 좋아하겠지만 어쩌다 보니까 직업적으로 음식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됐는데요. 저는 신문기자 생활을 25년 정도 했어요. 기자라는 직업이 아무래도 여러 사람과 만나 식사할 기회가 많은데 화제거리 삼아 내가 먹는 음식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조사를 하다 보니까 재미있는 이야기,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자료를 찾고 연구를 하다 보니까 이제는 아예 직업처럼 됐네요.
이규상: 네. 앞으로 어떤 얘기를 들려주실지 참 기대가 많이 되는데요. 오늘 저희 첫 방송에서는 어떤 내용을 소개해 주시나요?
윤덕노 작가: 앞으로는 개별 음식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 생각입니다만, 오늘은 첫 시간인 만큼 특별히 우리가 언제부터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세끼를 먹게 됐는지 삼시세끼의 유래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해요. 하루 세끼는 당연한 거니까 먼 옛날부터 먹었을 것 같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통 사람들이 하루 세끼를 먹게 된 건 얼마 안 됐어요. 기껏해야 2~300년 정도예요. 기나긴 인류 역사에 비춰보면 상당히 짧은 편이지요.
이규상: 정말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던 것인데요. 사람들이 삼시세끼를 먹게 된 것이 생리적인 것이었나요? 아니면 문화적인 유래가 있나요?
윤덕노 작가: 둘 다겠지요. 복합적인 거니까... 가장 큰 이유는 인류 역사에서 현대 빼고는 언제나 먹을 게 넉넉지 않았으니까 하루 세끼를 다 먹지 못했던 것인데요. 그래서 옛날에는 왕은 하루 네 번을 먹고 제후는 하루 세 번, 벼슬을사는 사람은 두 번, 평민은 필요할 때 먹는다고 했어요. 이렇게 먹는 이유는 신분의 차이, 귀천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이규상: 아니, 누가 그렇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을까요? 우리 속담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신분에 따라 하루 세끼 밥 먹는데 차이를 두다니요?
윤덕노 작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이래로 내려온 전통 유교 사상이에요. 옛날은 봉건 계급사회였으니까 그랬던 것이고 현대사회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옛날 낡아빠진 봉건시대 이야기라고 무조건 비난만 할 것도 아니에요. 그 뜻을 알고 보면 상당히 깊은 의미가 있는 말이고 그 기본정신만큼은 시대를 막론하고 현대에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규상: 먹는 것에 차별을 둔다는 게 어떤 경우라도 용납이 안 될 것 같은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윤덕노 작가: 왕이 하루 네 번 먹는 것은 그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어떤 자격이냐 하면 백성을 굶주리지 않고 세상을 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하루 네 번 먹어도 된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백성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세상이 불안하면 왕은 식사 횟수도 줄이고 먹는 양도 줄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조선시대 때 임금이 흉년이 들거나 가뭄이 들면 식사횟수를 줄이는 감선(減膳)을 했던 것인데 이런 전통 유교 사상에 근거를 둔 것이에요. 쉽게 말해서 백성을 배부르게 먹게 하지 못하고 편하게 만들지 못하는 지도자는 밥 먹을 자격이 없다는 소리에요.
이규상: 그러면 평민들은 필요할 때마다 먹으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먹고 싶을 때 마음대로 먹으라는 소리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윤덕노 작가: 옛날에는 식량이 넉넉하지 못했는데 일반 백성들이 먹고 싶다고 아무 때나 마음대로 먹을 수는 없었겠지요. 필요할 때 먹으라는 이야기는 평민들은 일을 해야 하는 노동계급이고 배가 고프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일을 할 때 먹으라는 이야기에요.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일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는 뜻인데 필요할 때 먹으라는 말, 이게 사람 사는 사회의 기본이고 공산주의의 원칙이에요.
이규상: 삼시세끼가 아니라 필요할 때 먹으라는 말인가요?
윤덕노 작가: 기본 원칙이 그렇다는 말이고, 하루 세끼가 꼭 정답은 아니니까요. 옛날 유교 사상에서 이야기했던 필요할 때 먹으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에요. 이게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이 성경 구절에 나오는 이야기거든요. 게다가 레닌도 같은 말을 했어요. 물론 레닌이 한 말은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자본과 토지로 착취만 하는 자본가를 비판한 이야기지요. 옳은 말인데 마찬가지로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는 일한 자는 그에 합당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걸 못해주는 지도자야 말로 먹을 자격이 없다는 게 전통 유교의 핵심 사상인 것이지요.
이규상: 이야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루에 세끼를 먹는 것은 일반 적인 식습관인 것 같은데요. 사실 요즘은 간식, 야식 등 끼니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윤덕노 작가: 먹을 게 넘치는 시대니까요. 다시 옛날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조선시대 임금들은 하루 다섯 번, 여섯 번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봐요. 식사는 하루 세 번 내지는 새벽 공복에 먹는 간단한 죽까지 네 번이었어요. 나머지는 전부 간식이지요.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을 열심히 하면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이지요. 옛날에는 왕이니까 그렇게 먹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도 열심히 일했으면 배고프니까 간식도 먹고 야식도 먹는데 일도 안하고 그렇게 먹으면 살 밖에 더 찌겠어요. 결국 자기 손해지요.
이규상: 이렇게 하루에 다섯 번, 여섯 번씩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구 곳곳에서는 아직도 하루 세끼를 못 챙기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저희 남쪽에서도 전쟁이 끝나고50, 60년대 보릿고개라는 것을 겪었고요. 또 북쪽에서는 아주 최근까지 고난의 행군에 대한 아픈 기억이 생생할 것 같고 말이죠. 아직까지도 인류는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윤덕노 작가: 개인적으로 인류가 식량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먹거리가 넘치는 곳은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고 부족한 곳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양만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사회적인 빈부격차야 다 같이 노력해서 풀어나가야겠지만 국가적인 부분은 정말 문제라고 봅니다.
이규상: 우리가 만들어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봐도 식량생산이 부족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사람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 섭취량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윤덕노 작가: 어느 자료를 보니까 한국영양학회에서 제시한 한국인 성인의 1일 영양섭취량은 남녀와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여자는 최소 1,900kcal, 남자는 2,400Kcal라고 해요. 남북이 갈라진 직후인 1950년대에는 남북 모두 지금 기준으로 평균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영양섭취량도 그렇지만 70년이 지나니까 이제 남북의 밥상 자체에도 미묘하지만 차이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이규상: 네. 남북이 분단된 이후 거의 70년 동안 남북한의 밥상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남북의 맛과 멋'에서 그 동안 달라진 밥상의 모습과 우리의 변화된 식습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 작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윤덕노 작가: 다음부터는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음식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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