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칭찬합니다] 두부밥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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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은구: 탈북민들은 처음 와서 커피 주문하는 거에 되게 당황한 사람이 많아요. 아메리카노가 뭐지? 커피면 커피지 또 아메리카노, 라떼는 뭐야? 영어는 그 중 하나로, 너무 새로운 충격인 거죠. 탈북민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우리가 그냥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데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장을 쭉 우리가 열어주자. 영어를 하고 나니까 "북한에서 온 게 뭐 대수야. 내 고향이 북한이지" 이제 그런 변화를 보니까 영어라는 게 단지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도구 이상으로 내가 자신감을 갖고 내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한국에 막 정착한 탈북민들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너무 많이 써서 못 알아듣는다고 말합니다. 탈북민들에게 영어교육이 절실하다는 걸 알게 된 교육 전문가 라티그 씨와 북한 인권 알리기에 애써온 이은구 씨는 그래서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를 공동 설립했는데요. 영어를 배우고 싶은 탈북민이라면 누구나 조건 없이 원어민 자원봉사자들과 1:1로 연결해 영어를 가르쳐 온 글로벌교육센터에는 지난 10년 동안 500명이 넘는 탈북민이 영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열심히 영어를 배운 탈북민 중 몇 명은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로 된 책으로 펴냈다고 하는데요.

라티그: 책을 쓰면서 작가 스스로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탈북민이 책을 쓰고 나면 특별한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탈북민은 책을 쓸 때 엄청나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겪은 북한의 일상적인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독자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기도 하고, 읽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벨소리)

한송미: 안녕하세요

이은구: 어머 뭐야. 갑자기?

한송미: 잘 계셨어요?

이은구: 오랜만이야. 추운 날 또 이렇게 갑자기 왔어. 들어와, 들어와.

한송미: 제가 서프라이즈 해드리려고.

이은구: 진짜 이거 되게 좋아하는 건데…

이지요: 저 아까 그 책에서 그 표지에서 뵌 분 맞네. 이렇게 딱 하니까 맞네.

탈북민들이 영어로 출판한 책을 소개하던 중에 깜짝 방문한 한송미 씨. 송미 씨 역시 영어로 책을 쓴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책 표지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송미 씨, 책을 쓴다는 것, 특히 영어로 책을 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의 어릴 때 이야기를 꺼내는 것부터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한송미: 내가 어릴 적 기억을 이렇게 다 되살려서 써야 되는 거기 때문에 가장 힘든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막 견디기 힘들어하면 기다려 주시더라고요.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그래, 기다릴게. 괜찮아' 막 화가 나서 막 그 케이시 대표님한테 막 짜증낼 때도 있었거든요. 그럴 때도 웃으시고… 그때는 정말 이런 분들도 계시구나 싶어서 이제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 같아요.

그때의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송미 씨가 두부밥을 잔뜩 만들어왔는데요. 두부밥에 대한 추억은 송미 씨가 영어로 쓴 책에도 담겨있다고 합니다.

한송미: 두부밥이 되게 저에게 좀 의미가 좀 깊은 게 어릴 적에 항상 그림의 떡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두부밥을 이모가 해서 주면 이제 제가 팔았거든요. 근데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볼 수도 있는데 제가 먹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하나라도 더 팔아야 우리 저녁거리를 살 수가 있어서…

상에 둘러 앉은 라티그 씨와 이은구 씨, 탈북민 교육생 효심 씨, 그리고 칭찬 배달부 지요 씨까지 모두 송미 씨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시선은 온통 두부밥에 꽂혀 있는데요.

효심: 진짜 오랜만에 봐서 진짜 너무 기뻐서 지금 손이 가는데 여기서 이야기하셔가지고…

일동: 고마워

효심: 고향의 맛 그대로 옮긴 것 같아요.

한송미: 너무 뿌듯해요. 이렇게 대표님이 이렇게 맛있게 드셔서…

송미 씨는 두부밥을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데요. 송미 씨가 싸온 두부밥을 맛있게 먹은 라티그 씨와 은구 씨는 그런 송미 씨를 위해 미리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선물은 바로 아주 예쁜 앞치마였는데요

한송미: 예쁘다. 저 그냥 이거 입고 있을래요.

이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두 분께 선물을 또 안 드릴 수가 없죠. 예쁜 꽃상패입니다.

(노래)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이지요: 우리 탈북민들이 뭔가 애벌레의 느낌으로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한 그런 입장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두 분께서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를 활짝 달아주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티그, 이은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탈북민들이 용기를 내서 영어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당신을 칭찬합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주인공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