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포용적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 특히 의료기기 협력을 짚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로버트 팔라디노)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해서 이행할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이 최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 말, 들으셨는데요, 지난 2월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미국과 북한 관계가 예측불허의 상태에 빠져들고, 남북관계도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비핵화에 막힌 남북한은 보건의료 협력으로 신뢰 쌓기에 나서야 한다고, 한국의 보건의료 민간단체인 ‘의료기기규제연구회’의 이진휴 위원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진휴) 북한도 보건의료의 교류 및 협력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긴급을 요하는 백신의 경우 국제적 인도주의 단체에 요청해 일부 독감백신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은 정책적 계획 수립과 더불어 국제사회나 남한과의 협력을 통한 교류에 관심도 많고 의욕도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초 국제기구에 신종독감 확산을 막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약 8만2000여명이 신종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고, 4명이 사망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사실을 북한 보건성 부상이 2018년 1월 세계보건기구 평양 사무소를 통해 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1월 백신 3만5000여정을 지원했으며 5000여정을 추가 지원했습니다.
남한의 경우, 개성공단 병원을 비롯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최근까지 지원과 원조를 제공한 편이라고 이 위원은 말합니다. 한국의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개성공단에서 협력병원을 운영했습니다.
(이진휴) 대북제제가 이어지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 전에는 국제기구, 남한 정부, 민간단체, 종교단체 등을 통해, 병원 설립과 보수,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혹은 소모품의 공급이 이루어 졌습디다. 하지만, 대북제제 이후 극히 제한적인 접촉이 이루어져 지금은 거의 모든 교류가 단절된 상태입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남북평화협력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보건의료 협력이 안건 중 하나로 채택돼 남한 사회도 준비를 하지만 아직 논의 단계이고 실질적 교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면제요청을 공식 승인했고, 한국의 통일부는 한달 뒤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725억원을 별도로 배정해 전염성 질병의 방역 등 남북한 보건의료협력 추진사업에 사용토록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는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가 더 시급하다고 이 위원은 지적합니다.
(이진휴) 1차 기관에서는 단순 진료와 처치를 위한 기구류 세트가 필요합니다. 주로, 검이경, 검안경, 청진기, 체온계 같은 기초적 기구를 들 수 있습니다. 2차기관에서는 진단장비인 엑스레이 등이 필요합니다. 3차나 4차는 더 고도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서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패 사례이기도 한데요, 우선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기구와 내구성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일부 제품 중에 전등을 주기적으로 갈아야 한다든지 보수를 한다든지, 배터리 구동이라든지 할 때, 그 제품 자체를 구할 수 없어서 얼마 가지 못해 사용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째는, 관련 소모품이 매우 적어야 합니다. 북한의 물류체계가 그리 원활하지 않아 주기적이고 안정적인 소모품 공급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를 반영해, 예컨대 기존의 필름용 엑스레이가 아닌 디지털 방식이 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통일의학센터의 신희영 소장은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북한에서는 엑스레이 필름을 인화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 인화하는 대신 영상의학과 의사가 엑스레이를 밟고 올라가 찍힌 영상을 보고 직접 손으로 그려 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과대학교 학생들은 엑스레이 필름을 볼 일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북한의 사회경제적 기초체계가 미흡하고 경제적으로도 낙후돼 있는 만큼 민간투자나 상업차관의 가능성은 낮아 당분간은 지원이나 원조 형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교류협력 체계를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이 위원은 강조했습니다.
(이진휴) 지금까지 의료기기는 개별 단체별 필요에 따라 일회성으로 공급해왔습니다 무슨 단체가 북한측과 협의하여 필요한 장비나 기구를 수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지속 가능한 체계를 구상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북한이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 발전계획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당면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조사를 통한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의료장비는 설치환경에 매우 민감합니다. 결국, 제품의 수명이나 진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북한정부의 정책, 예방의학 차원의 실태조사, 그리고 남한의 협력단체들도 이를 통한 중장기적 전략을 고려해서 지원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거점별 병원 등을 만들어 교육과 장비운영에 대한 재생산 구조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 세부적인 상호협력 방안이 추진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은 관련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진휴) 한국의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 부서에서 주관해서 저희가 관련 TF 를 만들었고 현재 조직이나 운영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지원단체에서도 다방면으로 준비 중입니다. 의료기기의 경우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라는 민간기관에서 남북보건협력교류를 위한 준비단계로 TF를 만들어 1차 조사를 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의료기기관련 단체들과 협력과 홍보를 준비하여 참여를 독려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위원이 언급한 TF는 ‘Task Force’라는 영어단어의 줄임말인데요, 특정한 업무를 할당 받아 해결하기 위해 편성되는 임시 조직을 뜻합니다. 앞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 여름 한국의 인터넷 신문인 ‘메디파나’에 "영유아, 아동, 모성 등 모자보건과 관련한 진단과 치료용 설비가 우선 지원 대상으로 파악된다"며 "외부 원조기관과의 상호연계를 토대로 북한의 보건현실과 보건의료정책에 맞게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의료기기가 낙후되거나 불량, 사용불가 상태인 점을 고려해 이를 대체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