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필수 의료서비스 부재->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 치료제로 사용->마약 의존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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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이해 남북한 마약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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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가 최근 유엔이 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기념했습니다. 유엔은 마약류 오‧남용과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퇴치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1987년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마약류 문제는 각국의 주요 언론에 거의 매일 등장하는데요, 마약은 모르핀, 코카인, 아편처럼 미량으로도 강력한 진통작용과 마취작용을 지닙니다. 일반적으로 아편, 대마,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등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일반인이 알아야 할 마약 유해성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6년 간 근무한 탁상우 박사에게 물었는데요, 마약의 가장 큰 위험은 한번 시작하면 끊기가 힘들다는 점이라고 강조합니다.

(탁상우) 환각, 환청, 영양 불균형, 내분비계, 신경계통의 질환, 심혈관계 질환, 사회 부적응,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등의 부작용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조금 더 심각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 마약의 중독성입니다. 예컨대, 근처 놀이공원에 가서 엄청나게 빠른 궤도열차를 탔다고 합시다. 신나고 즐거워하겠죠? 그렇게 한번 놀이공원에서 궤도열차를 탔다고 해서 바로 중독돼, 이후 놀이공원에 가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마약은 다릅니다. 단 한번의 사용으로도 중독의 수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강력한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런 마약이 과거엔 소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지금은 마약 사범이 한해 만 명을 넘을 정도로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2015년 이후 매년 1만 명을 넘어 서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한국에서 마약 사건이 흔해지는 이유는 마약에 대한 접근이 과거에 비해 훨씬 용이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구입이 가능한데다, 가격이 낮아지고 있거든요. 마약에 이르도록 부추기는 여러 마약에 버금가는 제품들이 규제나 법망을 피해서 늘어나는 것도 마약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반적 진통제보다 중독성이 강한 옥시코틴 같은 제품들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유행이죠. 다이어트 보조식품이나 약품으로 소개되는 많은 상품도 약간의 마약성분이 들어있게 되면 식욕을 낮추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중독성으로 더 강력한 성분을 찾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실제로, 남한에 밀반입되는 마약류 적발량·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류 적발량이 약 6배 늘고, 적발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북한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북한이 삼엄한 감시와 폐쇄성으로 ‘마약 청정 국가’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도 급속히 마약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탁 박사는 특히 북한주민들이 열악한 의료현실에서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우려합니다.

(탁상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마약을 생산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외화확보를 위해 자주 활용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마약이 북한 내부에서 동시에 소비되고 있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봅니다.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 주민들도 아편 등의 마약에 많이 노출돼 있고, 심지어 가격도 높지 않다고 합니다. 일부는 마약을 서로 선물하거나 이를 나누어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삶이 상당히 열악하고 각종 필수 의료서비스가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을 일종의 치료제로 사용하다 보니 많은 북한주민들이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일종의 악순환이 형성된 게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으로 부족한 자원이나 재원 때문에 주민들이 그 피해를 감당하면서 너무나 큰 값을 치르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북한은 2013년 형법을 개정해 ‘비법아편재배·마약제조죄’에 대해 사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남한은 마약 투약의 경우 종류에 따라 처벌이 다른데요, 필로폰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지난해 재판을 받은 마약 사범 가운데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약 40%이고 벌금형까지 합하면 절반 가까이는 징역형을 받지 않았습니다. 처벌을 받게 하기 보다는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인데요, 탁 박사는 마약중독은 당뇨처럼 평생 관리해야 할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 접근법이 절실하다고 조언합니다.

(탁상우) 마약 중독에 대한 치료를 논할 때는 의약기술 수준보다는 사회적 참여와 동의가 더 필수적입니다. 흔히, 마약치료라고 하면 마약중단 치료를 떠올리죠? 이는 매우 극단적인 치료입니다. 당뇨환자를 치료한다고 해서 갑자기 당 섭취를 금지시키면 매우 위험하고 실패 확률도 높습니다. 당뇨환자를 치료할 때는 당 과다, 혹은 당 부족으로 치명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을 조절하면서 치료를 병행합니다. 마약중독자도 점진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야 합니다. 당뇨병처럼 치료가 극히 힘든 질병과는 달리 마약 중독은 치료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가족이나 주위의 어떤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약 중독을 대하는 사회 태도가 바꿔야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지속 가능한 마약 중독 치료, 혹은 예방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전체가 ‘마약 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 남북이 어떻게 하면 마약 퇴치에 나설 수 있을지 물었는데요, 탁 박사는 마약류 의약품이 오남용 되는 북한 보건의료 실태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보건의료 교류와 협력이 시급하다고 대답했습니다.

(탁상우) 북한의 의료시설과 의료서비스 환경을 개선해 주민들이 불가피하게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존에 마약에 중독된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는 적절한 재활이나 치료 시설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남한의 인도주의적 보건의료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마약 문제가 남북한 단독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적 문제라는 인식을 두 국가가 공히 가져야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해 5만명 이상이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고 보고될 정도로 마약 문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이고, 북한 주민들이 마약 피해자가 된다면 남북한 다 마약 피해국가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이해 남북한 마약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