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남북한에서 확산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방역공조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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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자 남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인데요,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처음 확진됐습니다. 정부는 파주와 김포 지역의 모든 돼지를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5달 이상 사육해 식용으로 출하 가능한 비육돈을 사들이기로 하고 4일부터 수매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수매되지 않은 나머지 돼지는 모두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데다 아직 백신조차 개발돼 있지 않아, 축산당국은 물론 전 국민이 긴장하고 있는데요, 탁상우 박사는 보건 측면에서는 너무 걱정할 것은 못 된다고 말합니다.
(탁상우) 보건 측면에서 우려할 점은 없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간에게는 감염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거든요. 물론 그런 경우는 없어야 되겠지만, 만약 감염된 돼지 사체를 섭취한다고 해도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런 돼지의 사체를 유통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서 있었고 감염된 돼지고기가 남겨져서 잔반으로 다시 돼지의 사료로 사용되면 그로 인해 다시 돼지열병이 확산되는 일이 반복되거든요. 그래서,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잔반을 돼지에게 먹이로 주지 말라는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남한에서는 폐사된 돼지의 돈육을 유통시키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는 현재로서는 없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북한은 남한보다 먼저 돼지열병이 발생했는데요, 남한 국정원은 지난달 말 국회 보고 때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감염된 돼지가 순대, 족발 등 돈육으로 장마당에 유통됐을 가능성인데요, 탁 박사는 북한에서 개인들의 부업 축산이 크게 증가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북한이 발표했던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체 양돈업의 약 60% 정도가 개인 부업 축산이었습니다.
(탁상우) 현재, 북한에서는 많은 돼지가 폐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아직도 질병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고기 자체가 흔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더욱 큰 경제 부담이죠. 북한의 식량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 가축한테 발생하는 이런 질병은 참으로 민생에 고통을 안기는 재난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인데요, 실상 북한에서는 돼지열병으로 죽은 돼지의 사체가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돼지를 몇 마리 수준으로 사육하는 가정의 경우, 당국의 규제를 피해서 돈육을 유통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중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결국 전국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는데 일조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통일 연구기관인 평화재단의 평화연구원은 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 시장에서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도 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수역사무국에 공식 보고한 직후 시장 가격이 폭락했고 그에 따라 소비도 늘었다”며 “이는 죽은 돼지고기의 유통이 급증했고 북한 주민들이 가격 하락에 따라 소비를 늘렸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지난 5월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됐는데요, 이후 남하 가능성이 줄곧 제기돼 왔지만, 1차 조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서 남측은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비무장지대의 멧돼지가 감염원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탁 박사는 현 시점에서 단정짓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을 아낍니다.
(탁상우) 북한에서 유행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경을 넘나드는 멧돼지에 의해서 전파됐을 것으로 초기에 짐작됐었는데요, 국경을 통과한 멧돼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고 비무장지대 인근의 멧돼지들 혈청을 조사한 결과,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수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곤충 같은 매개체에 의해서 전파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선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조금 기다려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가운데, 남한 국방부는 접경지역 방역관리 강화를 위해 비무장지대 내 헬기 방역을 실시했다고 밝혔는데요, 국방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지역인 경기 연천 중부 일대 비무장지대 내에 4일부터 헬기 방역을 시작했습니다. 관계기관은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민간인통제선 이북 모든 접경지역에 대해 약 7일 간 항공 방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군은 비무장지대 내 헬기 방역 조치에 대해 사전에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했으며 북측에도 관련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협력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는데요, 탁 박사는 북한도 이 문제만큼은 신속한 협력을 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합니다.
(탁상우) 북한에서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번지고 있을 때, 몇 달 됐죠. 남한 정부에서 협력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협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축의 질병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적다고 인식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감염병이 국경을 초월해 빠른 시간에 확산되고, 그 피해가 세계적인 규모로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고 보는데,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남한 정부는 중국에서 지난해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이후 북한에 확산 방지와 관련해 남북방역 협력을 조속히 추진하자고 지속적으로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비단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아니더라도 남북 모두에 치명적일 전염병들은 상당히 많이 있는데요, 그런 전염병의 유입이나 확산 방지를 위해 남북한이 취할 현실적인 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탁 박사는 단기적 조치로 감염병과 관련한 남북간 신속한 상호 정보교류를 꼽습니다.
(탁상우) 남북 양국의 정보체계가 역량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고, 감염병 관련해서는 전문적 역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보교류를 통해서 양국의 효율적인 방역을 위한 협력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정보교류를 통해서 양국의 협력이 본격화되면 이를 위한 소통체계를 상설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양국 협력의 결과로, 물자나 인력이 이동하게 되면 이를 위한 운송수단, 경로, 체계를 갖추는 것도 단계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인수공통 감염병을 포함해 모든 감염병의 관리와 예방을 위해서 인력, 기자재, 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협력내용이 될 것입니다. 이런 보건 영역에서의 협력은 많은 경우, 연구개발의 성과로 연결됩니다.
오늘은 남북한에서 확산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방역공조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