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 급증; 설상가상, 건강 불평등 격차 너무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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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남북한의 늘어나는 만성질환 환자 실태와 건강 불평등 격차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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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쪽에서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환자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혈압, 당뇨병 외래환자는 917만 명으로 전년보다 36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만성질환의 증가 원인은 뭘까요? 탁상우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국인의 식습관과 신체활동 정도의 변화를 지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열량이 높고 고염도 위주의 음식문화가 가정뿐만 아니라 외식산업에서도 너무나 흔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체활동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지난 50년간 자가용 등의 운송수단이 확대되고 개인적으로 운동이나 신체활동 등을 위한 여가시간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오랫동안 제기되는 대기오염 문제도 이런 심혈관계 질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한반도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에서도 심혈관질환, 당뇨, 만성간질환 합병증, 암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CDC, 즉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탁 박사의 분석입니다.

(탁상우) 제가 조사한 결과, 북한주민들도 이런 만성질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2011년에 보고된 사망자료를 보면, 남한에서 10명 중 8명이 만성질환을 포함한 비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10명 중 6명-7명 정도가 비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아시아의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북한 남성의 흡연과 음주도 이들 개발도상국 남성들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이런 건강문제는 극심한 빈곤과 영양 불균형과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요, 우선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만성질환의 악화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만성질환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영양부족 등으로 면역력 감소와 부족한 보건의료 재원으로 치료와 조기진단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상당 부분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겠나 생각됩니다.

북한에서 흡연, 음주, 고혈압, 당뇨병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겠죠? 실제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회고록에서 “북한에 머물 때 김정은과 담배를 함께 피웠다. 김정은은 10대 중반부터 음주와 흡연을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의 체형 변화를 입체 분석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고혈압과 당뇨 등 가족병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는 기간에 비만과 당뇨병 등 성인병에 관한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일본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김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걱정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밀검진을 권유하면서 검진이 이뤄졌는데요, 북한 최고지도자가 베이징에서 건강 관련 검사를 받은 것은 김 위원장이 처음이어서 상당히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에는 성인병 정밀검사를 받을 만한 시설이 없는 걸까요? 탁 박사는 인프라, 즉 기반시설은 있지만, 일반주민들이 사용하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탁상우) 북한 내 고위급 인사나 상류층은 성인병 정밀 진단검사 등을 받거나 치료받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왜냐면, 북한 연구자들이 발표한 의료관련 논문들을 봐도 최첨단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정밀진단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북한주민 대부분에게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어려운 서비스라는 데 있습니다. 이런 보건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은 도시와 산간 지역에서도 크게 나타납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이처럼 남북한에서 고혈압과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정말 고려해야 할 점은 사회계층간, 지역간, 직업군 간에 정도 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탁 박사는 지적합니다.

(탁상우) 남한의 경우, 예를 들면, 사무직 중에서도 고액 연봉을 받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이를 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저임금의 노동계층은 신체활동과 건강관리에 시간적, 경제적으로 투자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만성질환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그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건강 불평등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도 전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경우, 이런 건강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탁 박사는 우려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지속돼야 하는데, 탁 박사는 지금까지의 단순 물자 지원보다는 시설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탁상우) 결핵이라든가 말라리아를 위한 대북 국제적 지원은 우선 의약품, 의료기기, 장비가 주를 이룹니다. 반면, 비 감염성 질환은 이런 국지적인 지원으로 해결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릅니다. 예컨대, 고혈압, 당뇨 등은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이를 위한 보건의료 지원은 지역사회에서 예방활동, 영양지원사업, 조기진단 등에 사용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전 국가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재원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1차 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의료시설 지원 등의 형태로 국제적 지원을 하고 싶어도 자칫하면 유엔의 경제제재 합의를 위반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에 비 감염성질환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지원은 이뤄진다 해도 현재는 매우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지원 연도별 현황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남북 직접 지원이 전 세계 지원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난 2011년에 교류가 중단된 이후 다자간기구를 통해서만 지원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비 감염성 질환 관리를 위한 대북 보건의료 지원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나온 자료인데요, 박 교수 역시 북한에 만성질환과 암이 많이 늘었다면서, 금연과 절주 등 보건교육이 있지만 실천은 부족하고,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남북한의 늘어나는 만성질환 환자 실태와 건강 불평등 격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