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홍역과 남북한에 미치는 여파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전 세계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홍역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 어린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며, 발병하면 열과 함께 기침과 콧물이 나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필리핀에서는 올해 2만8천여명이 홍역에 걸렸고 이 중 389명이 사망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올해 각각 1560명, 2020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선진국인 일본, 유럽 국가들, 미국에서도 홍역 환자가 올해 나왔습니다. 왜 이처럼 홍역이 세계적으로 유행할까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에서 6년 동안 근무했던 탁상우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백신 접종률의 부진을 꼽습니다. 홍역 백신 접종률이 과거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85% 정도의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문가들은 인구의 95% 이상이 접종을 받아야만 홍역이 박멸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나라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홍역 백신 접종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홍역 유행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몇몇 선진국에서는 홍역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백신 접종률이 지역적으로 차별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근본 문제는 아직도 이 흔하디 흔한 백신을 뭇 어린이들에게 맞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전 국민 예방접종이라는 게 동시다발적으로 보건소와 보건시설을 통한 기본적인 1차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데,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아직도 자국의 미흡한 1차 보건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홍역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역은 한번 앓았거나 2회 예방접종을 하면 평생 걸리지 않을 수 있는데요, 지난 1960년대 백신이 보급되면서 빠른 속도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종종 백신 거부 운동이 일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얼마 전 AP 통신은 미국 내 일부 지역사회에서 홍역 예방 접종률이 매우 낮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루클린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조지프 카플로비츠 박사는 통신에 "지역사회 내 백신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잘못된 정보를 많이 퍼뜨리고 있다"며 "백신에 수은이 포함돼 자폐증을 유발하고, 홍역 자체가 암이나 습진 등에 안 걸리도록 한다는 정보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탁 박사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탁상우) 이미 최초의 이런 연관성을 보고했던 영국의 란셋 학술지도 그 연구가 대단히 잘못됐고 조작과 왜곡이 많기 때문에 발표했던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조금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서 그 연관성에 합당한 증거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 인류의 지식으로 만든, 현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홍역 예방법이라는 데는 전문가들간에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해도 그 확률은 사실 홍역 백신을 맞는 아이들이 백신과 전혀 관계없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현저히 낮거든요. 저는 제 아이들을 차로 데려가서 홍역 백신을 맞추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다행히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는 가장 최근의 소식은 2015년에 있었는데요, 이는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지난 2015년 3월 말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고 처음 보도했고, 한국의 일부 언론들도 이 방송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전했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UNICEF, 즉 유엔아동기금은 북한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북한은 최근 공식적으로 홍역이 박멸됐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를 매우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홍역을 박멸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일반서비스가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예방사업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백신 공급, 의료자원의 지속적인 공급이 없이는 홍역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은 언제든지 북한과 같이 제한된 자원을 가진 나라들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시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앞서, 북한에서는 지난 2014년 7월 홍역이 발생해 UNICEF를 포함한 유엔 기구가 북한 보건성과 함께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해 지원 활동을 벌였습니다. 유니세프는 지난 2007년에도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을 때 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해 북한 주민 1천600만여 명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과는 달리, 남한에서는 지난해 12월 처음 환자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1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매년 20명 미만의 환자가 발생한 2014년 이후 최고치인데요, 이 때문에 남한의 보건복지부와 통일부는 즉시 홍역환자 발생 정보를 북측에 통보했습니다. 홍역 환자가 다름아닌 경기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혹여 홍역이 남한에서 대규모로 유행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우선 한국에서는 대규모 유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홍역 사망률 등이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예방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백신 접종률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유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유입되는 홍역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을 봐서 여전히 우리는 백신 접종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홍역 유행국가 방문 시 감염돼 남한 내에서 발병한 환자로 소규모 유행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남북한은 홍역을 비롯한 감염병과 관련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까요? 탁 박사의 말입니다.
(탁상우) 홍역의 경우, 우선 남북한이 공히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감염병이라고 봅니다. 반면, 결핵이나 매개체 감염병 등 많은 감염병 관리를 위해서는 아직 남북한 간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사회적 환경은 남북이 매우 다릅니다. 그렇다 해도, 백신 등 남한의 의약품을 비롯해 무료 자원을 북한에 제공한다든가 하면 그 효과는 매우 크겠죠. 마찬가지로 북한의 의료인력이 남한의 소외된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다든가 하는 등의 정책이 실행된다면, 남한의 1차 보건의료서비스가 조금 더 적절히 제공될 수 있는 겁니다.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니겠습니까? 나아가서 감염병 관련한 보건의료 연구가 남북한 공동으로 이뤄진다면 아마 전 세계 보건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금 더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고, 남북한 간 조건 없는 보건의료 교류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홍역과 남북한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