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게임중독은 질병”… 남, 게임중독 위험수위, 북 게임중독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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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한 새로운 규정과 남북한의 게임중독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ICD-11)’ 등 70여 안건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은 전 세계 모든 질병과 사망의 표준 분류법인데요, 전 세계 120여 국의 사망과 질병을 들여다보며 석학으로 인정받은 의사들이 10년 넘게 논의합니다. 이번에 최종 의결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즉 ICD-11은 1990년 ICD-10이 나온 지 30년 만에 개정된 것입니다.

사실, 건강에 직접 연관되는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ICD-10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000년부터 나오기 시작됐는데요, 각국 보건 당국은 오랜 기간 회의를 통해 지난해 ICD-11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게임중독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는데요, 탁상우 박사는 게임중독이 이번에 질병군으로 포함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탁상우) 세계질병코드에 이 게임중독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아무래도 게임중독이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특히 청소년을 비롯한 성장기 인구에게 건강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세계 보건 의료 전문가들의 판단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해서 이 건강문제가 어떻게 국가별로, 혹은 국제적으로 변화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질병분류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래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취급돼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많은 전자게임, 혹은 인터넷 게임이 개개인의 통제능력을 저해하고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런 경우가 매년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해서 임상적으로 개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이를 위한 공통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라도 질병코드에 포함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본거죠.

홍콩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인구는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6%인 4억20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편두통이나 니코틴 중독과 맞먹는 유병률입니다.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2016년 남한 성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00명 중 1명이 게임중독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이고 젊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18∼29세 남성 유병률은 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남한 청소년의 게임이용률과 중독 현상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동향 2017’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고학년의 91%, 중학생의 83%, 고등학생의 64%가 게임을 하고 전체의 2.5%가 게임중독 상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반도 북쪽에서도 게임중독의 우려는 큽니다. 북한에서는 게임중독을 ‘오락의존증’이라고 하는데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미 지난해 1월 말 “손전화 오락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고 있다”며 “장시간 손전화 오락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정신·육체에 피해를 주는 심한 오락의존증에 걸렸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 이런 내용이 실린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에서도 게임중독의 우려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컴퓨터오락실을 운영했던 한 탈북민은 “최근 북한에서 손전화가 확산하면서 모바일 게임이 일상화돼 가는 추세”라고 한국의 일간지 서울경제에 전했습니다. 탁 박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탁상우) 그 부분을 조사해봤는데, 북한에서도 게임중독에 대한 심각성이 꽤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남한에서 제기되는 게임중독 수준에 익숙해져 그런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사회적,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 영향에 대한 사회적 근심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물론, 남북한에서 점점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게임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이용자의 스트레스, 즉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중독성인데요,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게임 중독으로 탈선한 사람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으나 그게 게임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는다고 우려해왔습니다. 때문에, 탁 박사는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탁상우) 우선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전 세계 일반 인구에게 게임에 몰두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부정적인 건강 영향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게 하고,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개인과 개인이 속한 지역과 사회에서 지지를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중요한 게 정부를 포함한 보건의료 전문가 영역에서 이 문제를 보건의료 문제로 인식하게 된 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을 해서 인류가 게임중독으로 인해 밝지 않은 미래를 맞이하지 않도록 조금 더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을 하게끔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개정된 ICD-11은 원칙적으로194개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되는데요, 남북한은 다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탁 박사에게 물었습니다. 탁 박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탁상우) 회원국이라고 해서 이를 꼭 적용해야 하지는 않지만, 적용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현재 공표된 계획으로는 2022년 1월 1일부터 이 규정을 지키게 돼있는데요, 물론 이전 버전, IDC-10과 최신 버전이 공존하는 시기가 상당히 오래될 것입니다. 이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 아마 두 버전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차표가 곧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년 뒤에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가 사용하게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각각, 혹은 상호적으로 게임중독과 관련된 해결방안을 마련할 길은 없을까요? 탁 박사의 말입니다.

(탁상우) 이 부분은 사실 제가 조심스럽게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우선은 많은 자료가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신의학 분야에서 어떤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수준에는 분명히 차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정신의학적인 증상들에 대해서 남한에서는 많이 인식이 나아지는 상황이고, 그러다 보니 진단 기술이 많이 선진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한 교류를 통해서 진단기술을 교류하거나, 아니면 남북한 차이에 관한 연구결과 등을 공유하게 되면, 세계적으로 공통된 진단기술이라든가, 아니면 새로운 지식의 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의 협력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한 새로운 규정과 남북한의 게임중독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