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M 서울대회: 북 응급의료체계 정보 제한적, 국제사회 북 응급 의료진 접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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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2019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와 북한의 응급의학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 (ICEM 2019)가 서울에서 성황리에 열려 주목 받고 있는데요, 우선 청취자들을 위해 세계응급의학회가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세계응급의학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응급의학회인데요, 전 세계 응급의학 의사와 전문가들이 참가해 최신 응급의학을 논의하고 주요 응급처치의 기준을 결정하는 응급의학분야 최고권위의 학회입니다. 세계응급의학회가 지난 1986년 시작된 이래, 남한이 처음 개최하는 행사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70여 개국에서 약 2600여명이 사전 등록했고, 현장등록까지 포함해 약 3000명이 참석했습니다.

양윤정: 사실, 남한은 3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응급의료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요?

장명화: 맞습니다. 남한의 60~70년대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응급환자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위중한 상태로 각급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79년에 이르러서야 대한의학협회에서 ‘야간응급환자 이송센터’를 운영했는데요, 각급 병원 병실이나 의료진의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전화로 신고를 받으면 구급차를 출동시켜 해당 환자를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 주는 체계로 진일보했습니다. 1982년에는 119 구급대가 창설되면서 공공 서비스로서의 구급 출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1991년에 응급의료시행규칙이 제정되면서 기본적 응급의료체계의 도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홍은석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2019년 세계응급의학총회 조직위원회에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홍은석) 30년 전에는 저희 대한응급의학회가 외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을 많이 다니면서 그쪽의 시스템을 배워왔습니다. 이번 ICEM 2019를 기점으로 저희도 저희의 발달된 시스템을 저개발국가에 전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ICEM에서도 조직위원장이 많은 생각을 하셔서 총 19개국에서 22명의 저개발국가 의사들을 초청해 저희 학회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경험을 나눠서 그 나라로 돌아가서 발전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양윤정: 이번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는 북한 의료진이 참석했나요?

장명화: 아니요. 하지만, 앞서 대한응급의학회와 2019년 세계응급의학총회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리 왈리스 세계응급의학회 전 회장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수 차례 회의를 열고 북한 응급의료 전문가를 세계응급의학회 서울 학술대회에 초청하는 안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 북한 사무소에 공식 초청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의료진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 북한과 관련한 논의는 있었나요?

장명화: 네. ‘한반도 응급과 재난의료에 관한 협력’을 위한 특별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주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분석한 북한 응급의료 현실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정 교수는 "북한에는 '119' 체제’가 없다"며 "개별 병원에 환자가 알아서 연락해야 하고, 연락을 받은 병원의 의사, 간호사가 현장에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고, 이어 "구급차나 구급약 등도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려고 정주 교수에게 연락했는데요, 정 교수는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 의료인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어 협소한 학술적인 목적 외에는 북한에 대해서 언급할 만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며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양윤정: 북한의 응급의료체계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장명화: 솔직히, 북한의 응급의료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북한과 상호접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리 왈리스 전 회장은 "남한 의료체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지만 북한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런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북한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협력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북한의 응급의료체계 담당 핵심인사와 접촉할 기회나 북한 의사들과 교류 방안을 모색하는 게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다각적으로 도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국제사회가 최근 들어 북한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등 인도적 지원을 늘리고 있지 않나요?

장명화: 네. 우선, 남한 정부는 세계식량계획 등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백만 달러를 공여한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의 대북보건의료지원 사업 등에도 추가 공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또, 미국의 구호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3주간 북한을 방문해 의료 지원 활동을 펼쳤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역시 연말까지 북한 주민에게 2억5000만원 상당의 의료물자를 지원한다고 얼마 전 밝혔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대북의료지원이 봇물처럼 터지는 듯한데요, 단순한 지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장명화: 네. 맞습니다. 이번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북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개발도상국 지원 경험을 보면 좋은 병원을 짓고 구급차를 사줘도 작동을 안 한다"며 "지원국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의사 교육시스템 등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응급의학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나요?

장명화: 네. 응급의학 분야에서 유명한 주디스 틴티날리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응급의학이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의학정보, 데이터 분석, 멀티미디어 개발과 교육 내용 개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원격 의료, 재해관리, 사용자에 의한 웹 기반 의료 등의 발전방향에 대해 자세히 말했습니다. 여기서, 멀티미디어는 음성, 문자, 그림, 동영상 등의 다양한 형식의 정보가 혼합된 매체를 말하고, 웹은 동영상이나, 음성 따위의 각종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는 인터넷을 뜻합니다.

양윤정: 이 가운데, 원격 의료는 요즘 남한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원격 의료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인가요?

장명화: 아닙니다. 원격 의료는 이미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협력추진단 대외협력팀장은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은 2007년부터 세계보건기구 지원을 받아 북한식 원격의료인 '먼 거리 의료봉사' 체계를 구축하고 평양의 중앙병원에서 지방의 군 단위 병원까지 인트라넷을 연결했다고 발표했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국제제재가 해소되면 정책 추진에 많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2019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와 북한의 응급의학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