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건강, 북한 보건의료인 책임’ 관점 상당 기간 견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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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의료현실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뛰어온 전문가를 통해 남북 보건의료 격차를 들여다 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국 정부가 최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을 결정했는데요, 지원액은 800만 달러로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지원 대상입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영양지원 사업에 식품재료 조달, 사업수행비 등으로 450만 달러, 유니세프 모자보건과 영양사업에 보건, 영양 분야 물품 조달과 사업수행비 등으로 350만 달러가 집행됩니다.

이런 시점에, 북한의 보건과 복지를 주제로 한 강연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요, 강연자로 나섰던 김신곤 고려대학교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이번에 의결된 지원 계획과 일맥상통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현재, 김 교수는 고대안암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외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통일보건의학협동과정을 가르치고,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의대 내과학과 김신곤 교수.
고려대학교 의대 내과학과 김신곤 교수. (/고려대 의대 웹사이트 캡쳐)

(김신곤) 영유아 문제, 출산기 여성의 모성사망률 등의 경우 남북을 비교해보면 남측의 7배 정도까지 사망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영유아의 영양상태를 좋게 만드는 것, 출산 즈음해 모성사망이 되지 않도록 출산과 관련된 사안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 감염성 질환 중에 결핵이 문제입니다. 여러 국제기구, 특히 유진벨 재단 같은 곳에서 열심히 일해오지만, 결핵이 약만 들어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6개월-9개월간 약을 먹으려면 영양상태가 좋아야 합니다. 약이 상당히 독하기 때문에 영양상태와 관련된 지원이 같이 되지 않으면 지속적 투약이 어렵게 됩니다. 그 결과, 다제내성결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전부터 남북 보건, 복지,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소신입니다. 지금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앞으로 의료비와 관련한 통일비용은 막대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어느 정도나 되길래 그럴까요?

(김신곤)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남측에서는 일년에 의료비 약 70조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이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는 ‘의료급여’라고 해서 급여와 관련된 것은 100% 본인 부담 없이 국가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남측 기준에서만 보자면, 북한에 있는 상당수 주민들은 (일년간) 급여 6조원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면, 몇 년 동안 들어가야 할 보건의료비가 수십 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남북의 보건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비한다는 원론은 좋지만, 각론이 있어야 할 터. 김 교수는 멀리 갈 것 없이 1990년 분단국가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독일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김신곤) 동서독은 1974년, 즉 통일되기 16년전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보건의료협정은 전염성 질환의 경우, 서로 치명적인 감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알리고 공동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동서독으로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예컨대 서독사람이 동독에 갔을 때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을 협약에 담아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사람들도 건강의 격차를 줄여서 건강한 사람으로 준비시켜야 합니다. 통일은 단지 영토의 통합이 아니라 사람의 통합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역시 투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서독 같은 경우 통일 전부터 거의 매년 10조 정도씩 적립해 그 중에 일정 정도를 다양한 명목으로 동독에 투자될 수 있도록 진행했습니다.

남북이 보건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앞서, 2007년 10월에는 당국간 보건의료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협력 논의도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한국 국회에는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이 제출됐지만, 통과돼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문제는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는 가능성인데요, 한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통일이 되면 북한 인구 8%가 남한으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인들이 대거 포함돼 북한 보건의료에 구멍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요? 김 교수는 그런 이유로 일정 기간 북한 보건의료는 북한 의료인이 책임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신곤) 상당한 교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통일됐기 때문에 서독에서 동독 의사들의 면허를 모두 인정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동독 의사들이 서독에 와서 진료를 보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동독에서 온 사람들이 서독에 와서 진료하면서 성공했느냐?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동독이 가졌던 나름대로의 장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장점들이 일방적으로 흡수 통합되는 방식을 통해 서로의 장점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남북 교류협력이 되고 통일이 되도, 상당기간 상호간의 격차들이 좁혀질 때까지 각각의 의료는 각각의 의료인들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고, 일정한 예외를 두어 남측 의사들이 북측에 가서 함께 협력 진료하는 것, 또 북측 의사들이 남측에 와서 함께 협력하고 훈련하는 것은 열어둘 수 있지만, 일정 기간 각각의 의료는 각각의 의료인이 책임진다는 원칙과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통일은 당장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선지, 김 교수는 2008년부터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검진을 시작해, 통일을 향한 개인적인 준비를 해오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꿈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김 교수의 대답입니다.

(김신곤) 당뇨병 전공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선 의사 선생님들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만 좋아지면, 연구년이나 안식년 같은 때 가서 북한 의료인이나 학생들을 교육하고 싶습니다. 당뇨병 영역에 한정하자면, 남측에서 당뇨병이 상당히 증가해 지금 미국의 당뇨병 유병율을 넘어설 정도가 됐습니다. 당뇨는 빈곤하다가 풍요로워지면서 생기는 병이어서 우리가 대사적으로 취약해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더 심각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쪽에서 당뇨병 예방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전통적인 사회주의 의료에서의 예방을 중시하고, 의사들이 가가호호 방문해서 책임집니다. 이는 북한이 갖고 있는 장점입니다. 결국, 남한이 가진 첨단의학과 북한이 가진 좋은 장점을 연결시켜 한반도에서의 당뇨병 예방모델을 만들고, 이게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북한과 같은 비슷한 상황에서 발전될 개발도상국으로 이 모델을 수출해 우리가 가진 경험을 갖고 다른 나라의 당뇨병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는 한반도 당뇨병 예방모델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북한 의료현실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뛰어온 전문가를 통해 남북 보건의료 격차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