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세계보건기구 (WHO)의 최신 세계흡연실태보고서와 남북한 사례를 들여다 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가 얼마 전 세계흡연실태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세계흡연실태보고서는 2년 마다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비용 효과적인 담배수요 감소조치의 이행 수준을 평가하는 자료인데요, 담배의 피해가 어느 정도이길래 급기야 이런 보고서가 나올게 된 걸까요? 탁상우 박사는 흡연자가 입는 피해보다는, 오히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에 대해 더 많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탁상우) 우선, 가장 흔하게 알려진 건강피해로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암 발생 원인으로 꼽히고 있고요. 직접 원인이 아니더라도,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밝혀져 있죠. 현재, 많은 나라의 노령 인구에서 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도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각종 성인병, 비만,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에도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내혈관계 질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 산모의 태반을 통해서 전달된 담배 유해물질이 태아의 선천성 기형이나 조산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감염병의 경우를 보면, 흡연자들이 독감 등의 감염병에 더 쉽게 걸리고, 회복도 더 느리거나 더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 보면, 아마 흡연으로 인한 근골육계 질환 등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들이 흡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주변인, 즉 가족구성원처럼 간접적으로 담배연기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필터를 통해 담배연기를 흡입하는 흡연자들보다 훨씬 유독한 물질들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런 질병에 더욱 취약합니다.
이처럼 흡연의 폐해는 심각한데요, 현재 남북한의 흡연율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탁 박사는 남한은 흡연율이 감소 추세지만, 북한은 특히 성인 남성 흡연율이 매우 높다고 지적합니다.
(탁상우) 한국의 19세 이상 성인의 경우, 2018년에 보면 20.3%가 된다고 조사됐는데, 이는 해마다 감수하는 수치입니다. 다만, 성별로 보면 흡연자 10명꼴에 한 명꼴로 여성 흡연인구가 있는데, 이 인구는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북한은 성인 남성의 절반 이상이 흡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남한의 약 20년전 남성 흡연율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또한, 흡연율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흡연이 당연시된다거나, 주변 피해자에 대한 배려의식이 낮은 것, 또 남성이라면 담배를 피워야 한다 등 잘못된 편견이 있는 것으로 봐서, 흡연예방이나 금연문화에 있어서도 북한이 남한의 약 20년전과 비슷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남성 흡연율은 37.3%입니다. 여성은 0%입니다. 한국보다 낮습니다. 세계폐암재단의 2014년 자료는 북한 남성의 흡연율이 45%, 여성이 2.5%로 돼 있습니다. 둘 다 북한 보고를 토대로 작성한 것인데요, 남한의 한 매체는 금연 전문가를 인용해 “믿을 수 없다. 조사 체계가 안 돼 있을 텐데”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보건기구는 특히 남한에서 흡연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주목했는데요, 남한의 금연지원서비스가 우수사례로까지 소개됐습니다. 남한은 모두 7개의 평가 분야 중 담배사용 정보수집, 금연지원서비스와 금연홍보정책이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는 최고이행수준을 달성하는 것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탁 박사의 구체적인 설명, 들어보시죠.
(탁상우)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다각도로 금연과 흡연 예방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최근에 흡연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보면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노력이 담배에 대한 세금을 대폭 늘려서 직접적으로는 담배 소비를 줄이고, 나아가 걷어진 세금을 다시 흡연자의 금연 보조를 지원하는 간접적인 금연 효과를 동시에 거둔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만 갖고는 지금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힘듭니다. 한국 정부는 담배 가게에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여러 질병들의 충격적인 사진들을 의무적으로 붙이기도 합니다. 2005년부터는 금연 보조 프로그램을 전국 보건소에 확대해 실시하게 됐습니다. 누구나 금연을 결심하면 우선적으로 많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무료 전화상담이나 보건소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들도 실시하고, 전국적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금연의 심각성과 폐해 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도 나름 금연 정책을 시행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병원, 대학교를 제외한 학교, 대중교통 등에서 금연입니다. 심지어, 지난 2005년 남한보다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을 한 달 먼저 비준했습니다.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흡연율을 낮추는 데는 크게 두 가지의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데, 하나는 흡연이 공공장소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해서 비흡연자들이 담배의 독성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을 포함하는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과 이를 위한 정책 마련입니다. 북한도 세계보건기구에서 관장하는 공공장소 금연을 위한 법령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부시설 등과 같은 곳에서 흡연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금연 지원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는 몇몇 의료시설에만 국한돼 있어 중앙정부 차원의 금연 추진전략이나 금연보조 프로그램 등은 실시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국가적인 금연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5월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흡연 문화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요, 한 남성은 "금연을 권하는 교양이나 깜빠니아(캠페인)가 나오지만 신경을 쓰는 남자들은 별로 없다"면서 "감기나 질병으로 건강이 나빠져도 남자들은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금연을 장려할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를 탁 박사에게 물으니, 금연은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답합니다.
(탁상우) 우선 개인적으로 노력해야겠죠. 담배는 끊는 게 아니고 피우지 않고 참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담배의 중독성이 그 어떤 마약성분에 못지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라든가 금연보조를 위한 각종 지원 등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전체 국민의 문화나 정서를 변화시켜서 ‘흡연이 아주 부정적인 건강행위다’라는 인식이 사회에 정착돼야 합니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캠페인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개인수준의 금연이나 국가 수준의 금연이나 모두 성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세계보건기구의 최신 세계흡연실태보고서와 남북한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