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 시기 적절한 치료 지연으로 안과 질환 악화하는 경우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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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주민들의 늘어나는 안과 질환과 치료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질문에 홍알벗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홍알벗: 중국 의료진이 올 여름 북한을 방문해, 200여명의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주는 등 무료 안과 진료를 진행했다죠?

장명화: 네. 주 북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톈진의과대학 안과병원 의료팀이 지난 7월 북한에서 '젠캉콰이처' 북한-중국 협력 광명사업을 실시했습니다. 젠캉콰이처는 무료 안과 수술 등 자선사업을 하는 중국의 안과 진료 전용 기차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국제교류협력센터와 북한 병원협회가 협력해 최초로 북한에서 진료했습니다. 리진쥔 주 북한 중국대사는 심일철 적십자병원 원장과의 대화에서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해 의료분야에서 구체적으로 협력하고 우호교류를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안과 진료가 "시 주석의 방북 성과를 실천하는 실질적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홍알벗: 과거 네팔 의사가 북한을 방문해, 백내장으로 인한 실명 환자들에게 수술해서 성공한 적이 있죠?

장명화: 네. 미국의 CNN의 지난 2014년 보도에 따르면, 네팔 안과의사 산두크 루이트 씨가 2006년 북한을 방문해, 1주일 정도 머물면서 백내장 실명 환자들의 시력을 되찾아 주고 북한 전역에서 몰려든 안과 의사들에게 수술기법을 전수했습니다. 루이트 씨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 주재 북한 외교관의 백내장을 치료해주고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 북한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루이트 씨를 따라다니며 개안 순간의 환희를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 마이클 아멘돌리아는 CNN에 북한 의사들은 수술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술대에 바짝 붙어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홍알벗: 백내장을 포함해 북한주민들의 눈 건강 실태는 어떻습니까?

장명화: 북한의 안과 질환 실태에 관한 정보의 양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북한을 몇 년째 방문해 안과 시술을 펼친 재미한인 안과의사들에게 물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안과진료를 하는 줄리아 송 씨와 엘리스 송 씨인데요, 자매인 이들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주민들 역시 미국인들처럼 백내장, 녹내장, 눈물길 폐색, 눈꺼풀 종괴, 안와종양, 갑강생눈병 등 흔한 안과 관련 질환들을 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기 적절한 치료가 지연돼 눈 질환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백내장의 경우 초기 시력에 불편함이 없다면 문제 없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시력장애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데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시력장애가 시작될 때가 백내장수술의 적기라고 합니다.

홍알벗: 북한주민들이 안과 질환 치료시기를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줄리아 송 씨와 엘리스 송 씨는 의사 수 부족과 병원설비 부족을 꼽았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북한을 방문해왔는데요, 특히, 수술실, 백내장 관련 장비, 현미경 등이 많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녹내장, 백내장 시술도 북한에서 했는데요, 의료기기 부족도 문제지만, 북한 내 백내장 환자들의 경우 영양부족 탓도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주민들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색안경이나 모자를 사용하지 않아 놀랐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외선은 백내장과 각종 안과 질환을 야기할 있기 때문에 치명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홍알벗: 그럼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안과 치료부터 먼저 받기를 원하겠네요?

장명화: 네. 맞습니다. 마침, 단국대학교병원이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하나원, 즉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을 통해 단국대학교병원에 진료를 받기 위해 외래로 내원하거나 입원한 탈북자 환자들 중 19세 이상의 170명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이들이 방문한 진료과를 순서대로 보면 안과가 16% 로 가장 많았습니다. 안과 진료를 받은 탈북자 중 20%가 백내장으로 진단받아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했고, 근시, 결막염, 단안실명 혹은 양안실명을 주진단명으로 내원한 환자가 각각 10%으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홍알벗: 현재 대북 제제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유엔이 미국 구호단체들의 대북 인도주의 물품 반입을 허가하는 추세인데요, 안과 분야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의료기기 부품은 뭘까요?

장명화: 송 자매에 따르면, 북한에는 세극등현미경과 수술실 현미경, 백내장 기기가 있긴 하지만, 매우 오래돼 새로운 장비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밖에, 안과 질환 의약품, 수술용 봉합제품, 학습용 영상기기 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녹내장 전문의인 줄리아 송 씨는 북한 내에서 인터넷, 세계 최대 동영상사이트인 유튜브, 펍메드(PubMed) 등이 덜 제한적으로 접근된다면, 북한 의료진이 배울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펍메드는 생명과학이나 생물의학 주제에 대한 참조와 요약을 담은 자료를 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검색엔진입니다.

홍알벗: 북한에는 안과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있습니까?

장명화: 네. 재 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평양에 류경안과종합병원이 개원했습니다. 신문은 “평양에는 안과병원과 유리체망막 수술을 하는 종합병원도 있으며 전국의 도와 시 병원들에서도 백내장을 비롯한 웬만한 질환은 모두 치료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에 앞서 지난 2005년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이 개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병원은 한국라이온스협회 주도로 국제라이온스협회의 150여개 회원국에서 모은 800만 달러가 투입돼 2005년 6월평양 통일거리에 건립됐는데요, 연건평 1천 평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76개 병상을 갖춘 북한 최대의 안과병원입니다. 하지만, 북한 출신 주성하 기자는 지난 2016년 동아일보에 이 병원에서 라식수술을 할 때 한동안 미세각막절삭기라는 특수 수술칼이 없어 당사자가 직접 구입해 가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병원의 첨단기계가 고장 난 뒤론 라식수술을 할 곳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홍알벗: 중국, 네팔 등이 북한의 눈 질환 관련 지원을 해왔는데요, 남한 단독으로 지원활동에 나선 경우도 있었나요?

장명화: 네. 지난 2007년 서울시의 북한 의료지원단 일원으로 김민호 안과전문의가 북한에 다녀왔는데요, 평양의대의 안과 사정을 파악해 부족한 의료기기와 약물을 지원하고, 평양의대에 안과 의술을 전수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김 전문의는 지난 2015년 한국의 일간지인 조선일보에 자신이 2007년 6월 사전조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두 눈으로 본 평양의대의 의료 실태는 참담했다면서, 평양의대 병원은 북한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상급병원인 4차병원인데, 항생제나 안약은커녕 솜도 충분치 않아서 당장 진료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망막수술 등에 필요한 기기도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 전문의는 서울시에 부탁해 각종 의료기기와 항생제, 약물 등을 평양의대에 보냈는데요, 같은 해 12월 다시 북한을 방문해 이번에는 평양의대 안과 과장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주민 10명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줬다고 합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북한주민들의 늘어나는 안과 질환과 치료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