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공개한 ‘전 세계 연령 표준화 자살률’ 보고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는 자살이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자해행위’라고 정의하는데요, 세계보건기구는 최신 보고서에서2016년 기준 ‘전 세계 연령 표준화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10.5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세계적으로 40초에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자살을 세계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탁 박사는 이번 보고서를 보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수가 말라리아, 유방암, 전쟁, 살인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보다 많다고 우려했습니다.
(탁상우)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는 한 해에 약 80만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살률은 흔히 선진국에서 더 높은데, 전체 자살의 3분의 2정도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몇 배씩 높다는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습니다. 문제는 15세-29세 사이의 젊은이들한테는 교통사고 다음으로 높은 사망원인이 자살이라는 데 있습니다. 한국도 높은 자살률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살률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마침, 한국 보건복지부가 지난 22일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2017년 기준 한국 내 자살률은 24.3명으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을 자살까지 이르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탁 박사는 여러 요인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탁상우) 경제적 박탈감, 실업, 생계곤란, 가족갈등 등의 문제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왜 한국만 유독 높은 자살률을 보이느냐입니다. 한국은 2007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후 사정이 크게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2007년이후부터 자살 예방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그 증가폭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수준이 개인적으로 차이가 발생하거든요. 이게 사회적, 경제적 계층의 격차로 나타나기도 하고, 개인들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자살률 사정은 어떨까요?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는 지난 2012년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 의사들의 면담을 토대로 작성한 논문에서, 북한에서는 자살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북한에서 자살자는 민족에 대한 반역자, 조국에 대한 배반자, 변절자 취급을 받고, 자살자가 발생하면 해당 유가족들의 출신 성분이 강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세계보건기구가 2014년에 낸 보고서는 북한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했는데요, 탁 박사는 이 같은 북한 관련 통계 수치가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서 삭제된 것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탁상우) 북한의 경우는 최근 보고서에는 보고돼지 않았는데요, 2014년에 발행된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는 북한의 자살률이 매우 높게 보고가 됐습니다. 이 사실이 여러 언론에 보도됐는데, 현재 이 보고서를 다시 들어가 보면 북한의 자살률 통계가 삭제돼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통계가 삭제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 자살은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히 금기시돼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자살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자살이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에 낸 보고서에서, 지난 2012년 북한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10만 명 당 38.5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조사대상국 172개 가운데 44.2 명을 기록한 남미의 가이아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앞서 지난 2000년 북한의 자살자가 10만 명 당 47.3 명이었다며, 12년 사이에 약 19% 감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자살률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앞으로가 관건인데요, 세계보건기구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자살 예방 계획을 교육 프로그램에 통합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38개국만이 자살 예방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이런 자살 예방 계획을 갖고 있을까요? 탁 박사의 대답입니다.
(탁상우) 자살 예방 계획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하는 게 자살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들을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수단이 맹독성 농약, 흉기, 총기 등입니다. 남한의 경우, 맹독성 농약을 2011년부터 금지했는데, 이런 노력들이 실제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중매체에서 유명인의 자살을 다루는 경우에도 자살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언어표현에 있어서 유의하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정책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자살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형성돼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서 자살 소식을 접한다든가 하는 위험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맹독성 농약에 대한 접근이 통제되고 있는지, 정신건강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는지는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자살 예방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통일 독일인데요, 독일 정부 산하 인구연구소가 2014년 집계한 결과, 지난 2012년 독일 내 자살자 수는 9천9백 명으로, 통일이 이뤄진 1990년의 만 3천여 명보다 약 30% 가까이 줄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통일이 남북한의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는데요, 탁 박사는 남북한이 일단 자살 예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탁상우) 독일은 유럽 내 자살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통일이 있기 전부터 자살률이 조금씩 줄고 있었습니다. 굳이 통일을 이루어서 자살률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힘든 면이 있습니다. 다만, 통일 이전에는 지역적으로 동독이 서독보다 자살률이 월등히 높았는데, 이런 격차가 통일 이후에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남성 대 여성의 표준화된 자살률은 동독과 서독간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동서독 지역간의 차이만 줄어든 것입니다. 이를 동독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종교활동을 공개적으로 할 수 없었던 것과 연관해 종교활동이 확대되면서 동독 지역의 자살률이 낮아졌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독일도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자살 예방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살 예방 정책이 조금 더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국제적인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공개한 ‘전 세계 연령 표준화 자살률’ 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