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노인복지서비스 제공 위해 북한에 경로당 설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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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남북한과 고령화 복지 교류방안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한이 2045년에 세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이미 지난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뤄져 약 50년 후인 206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47%까지 치솟습니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고광선 사무처장.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고광선 사무처장. (/고광선 사무처장 제공)

이는 남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과 전망'에 나오는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45년에 37%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을 넘어섭니다. 한반도 북쪽 역시 고령화로 치닫고 있을까요? 남한 보건복지부 산하의 사단법인인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에서 일하는 고광선 사무처장의 말, 들어보시죠.

(고광선) 북한은 2004년 전 인구 7%가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2019년 현재, 9.5% 정도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노인문제 전문가인 고광선 사무처장은 북한 당국도 이러한 고령화에 직면해 노인복지를 포함해 다양한 정책 변화를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 노인복지 실태는 아직 열악하다고 말합니다.

(고광선) 북한도 남한의 노인복지법에 대응해 2007년 연로자보호법을 제정했고, 노인 권익신장, 건강증진의 기여하고, 공로자에 대해 연금과 의료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말부터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했고, 90년 이래 마이너스 성장으로 공장가동률도 20-30%에 그쳤고, 급기야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경제난이 심화돼 주민생활은 황폐화됐습니다. 1개월 연금으로 겨우 식량 4kg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열악한 실정입니다. 복지는 그저 구호에 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도 젊어서 군인을 했거나 노동당 핵심당원들은 은퇴 이후에도 주택임대권을 팔아 생활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의 형편은 그렇지 못합니다.

앞서, 북한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자 2003년 ‘조선연로자방조협회’를 발족했고, 2006년에는 이 협회를 ‘조선연로자방조연맹 중앙위원회’라는 상설 국가기구로 승격시켰습니다. 임춘식 전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 연로자는 만 60세 이상의 공민이고, ‘연로자보호법’의 보호대상은 노동연한을 마쳤거나 현재 노동을 계속하는 60세 이상 남성과 55세 이상 여성으로 규정돼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마침, ‘고령사회 남‧북한 복지협력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남한의 국회의원회관에서 얼마 전 열렸는데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2038년이면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북한의 인구 고령화 문제는 사회통합과정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일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고령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는 유엔 기준에 따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합니다.

기조연설 이후 고령화 대책을 포함한 남북한 복지 협력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토론자로 참석한 고 사무처장은 “통일 한국에서 통합된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경로당 설치와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 사무처장은 ‘경로당 이용만족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고 사무처장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고광선) 경로당은 누각, 정자, 사랑채, 사랑방에서 유래한 한민족 문화유산입니다. 미국의 시니어센터가 있다면 한국에는 경로당이 있습니다. 한국의 노인여가 복지시설 97%를 차지하는 경로당은 전국에 6만8천여개가 설치됐습니다. 경로당의 장점은 노인 스스로 주체가 돼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복지관보다 매우 저렴합니다. 서울에도 있고 농어촌이나 산간벽지 어느 마을에도 경로당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경로당을 노인의 여가복지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이라고 봅니다. 이런 경로당을 북한 땅에도 설치해주고, 한 핏줄인 우리 동포를 가난에서 구제해주기 위해 쌀, 고기, 의약품을 보내고자 제안한 것입니다.

이 같은 경로당 설치를 포함한 북한 노인 복지를 위해 남북한이 협력사업을 벌인 적이 있는지 궁금해져서 물었는데요, 고 사무처장은 아직 없다고 답하며 안타까워합니다.

(고광선) 제가 이 경로당 사업을 북한의 연로자방조협회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싶어서 통일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저는 새로운 길이기에 가고 싶었고 한국 최초의 경로당이라고 할 수 있는 평양 대동강변 부벽루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부벽루는 서기 323년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 세워진 한국 최초의 경로당입니다. 저는 정부를 설득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통일 이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대비가 어려운 게 보건 복지 체계인데요, 지금 시점에서 남북한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고 사무처장의 조언입니다.

(고광선) 독일 통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제일 먼저 법제가 통일돼야 합니다. 노인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합리적으로 통일돼야 노인복지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법의 동화과정과 조정을 통해 단일법제를 실현할 정책을 먼저 도입해야 합니다. 북한 또한 미풍양속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이를 보존하도록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또, 대통령 산하에 노인위원회를 설치하고 복지부 산하에 노인복지청을 설치해 노인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을 해야 합니다.

한편, 같은 토론회에서 김석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남북한의 고령화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차이에 관해 설명했는데요, 남한에서는 60세가 한창 활동할 나이라고 인식되지만, 북한에서는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엔 늦은 나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합니다.

이런 인식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는데요, 따라서 김 교수는 “차이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 노인들의 일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차이를 인지하고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남북한과 고령화 복지 교류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