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선진 연구개발 역량, 북 전통의약품 연구기술 결합시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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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남북한의 치매질환 실태와 향후 치매 치료제 공동 개발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한 정부가 치매질환 연구에만 약 2000억원, 미화로 무려 1억7천만 달러를 투입하는 대규모 국가연구사업을 시작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2028년까지 이 같은 내용의 사업 추진상황을 심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치매는 인지 기능의 장애로 일상 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인데요, 이 질환이 한반도 남쪽의 연구사업으로까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탁상우 박사는 남한의 빠른 노령화 속도와 이에 따른 치매 환자 급증을 꼽습니다.

(탁상우) 한국인이 치매를 가장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될 질병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된 결과, 치매 환자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증가해 국가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한국은 치매인구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속도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치매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데,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2015년에는 65만명 정도였던 치매인구가 2050년에는 약 2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정부는 예측합니다. 이 때문에 치매에 대한 연구개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의 치매 대규모 연구사업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치매 환자가 생기면 그 가족이 상당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죠. 치매를 '가족병'이라고도 하는 까닭인데요, 특히, 환자가 병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어섭니다. 암이라든지 다른 병에 걸리면 환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있어서 치료를 받고, 치료하는 사람과 의사 소통하면서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스스로 습득하고 치료에 협력을 얻을 수 있는데 반해, 치매 환자는 심해지면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를 돌보는 가족이 안고 가게 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이로 인해 뉴스에서 환자를 돌보다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런 치매가족들의 슬픔이 개인적인 영역으로만 남아있을 수 없다고 탁 박사는 강조합니다.

(탁상우) 치매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건강 현상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즉, 개인간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건강문제라는 건데요, 그렇다고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어두기에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너무나 크다는 게 핵심입니다. 때문에, 치매는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개입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문제라도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한 사회의 노동효율성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더 이상 개인의 책임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의 책임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문제는 북한도 이미 고령화를 겪고 있다는 점인데요, 남한 통계청이 지난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19년 약 9%에서 2067년 약 24%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처럼, 북한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 환자수도 증가하지 않을까요?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몇 가지 통계를 보면 치매로 인한 사망률이 북한은 105위, 남한은 130위로 보고됐습니다. 사망률로만 따지면, 남한이나 북한에서 치매가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망률만 놓고 봤기 때문입니다. 즉, 치매 문제는 치매 환자가 사망하지 않고 생존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부분에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 모두 치매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아닙니다. 사망률로만 보면 남한보다 북한이 좀 많게 보고됐는데, 치매가 많아서라기보다는, 남한은 의료서비스가 좋고 치매환자가 반드시 사망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반면, 북한은 치매가 발병하고 나서 이후에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실질적으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치매로 인한 사망이 남한보다는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치매문제가 남한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북한도 이제는 치매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건강문제 가운데 하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처럼 치매 위협이 대두되자 치매치료제 개발에 착수해오고 있는데요, 예컨대, 노동신문은 지난 2016년 노인성 치매, 뇌기능 장애 등의 질병에 쓰이는 세레브로이진 캡슐 제조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레브로이진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인데요, 이를 포함해 남북에서 늘어나는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시장에 나왔을까요? 탁 박사의 대답, 들어보시죠.

(탁상우) 없습니다. 치매는 많은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노화의 한 현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약물이나 의료기술로 생리적 노화현상을 지연시키거나 억제시킬 수는 있는데, 아직까지는 노화 그 자체를 멈추게 하는 의료기술은 없잖아요? 한마디로, 치매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인데요. 요즘에는 치매 연구가 치료를 위한 약물보다는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한 의료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치매치료를 위한 의약품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치매의 근원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치료제를 혹시라도 개발할 수 있게 되면 세계적으로 의료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 실패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투자는 정부가 계속적으로 주도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세계적 비정부기구인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에 따르면,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조5,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4년13조5,000억원으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치매 치료제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탁 박사는 한 가지 방안을 금새 내놓습니다.

(탁상우) 북한은 워낙 서양의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의약품 개발을 전통의학과 결합시켜 많은 대체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약의학의 연구성과로 잘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한약재나 민간에서 사용하는 전통약제를 사용한 치매치료제들이 꽤 연구돼서 종종 의약학 학술지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족한 의약품과 치료에 필요한 재료들을 공급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최근 전통의학에 의존한, 조금 더 과학적인 연구가 많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이 앞서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남한의 서양의료 중심 연구개발 역량과 북한의 전통의약품 관련해 축적된 연구기술을 결합하면 보다 경쟁력있는 치매 연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이 세계적으로 선도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남북한의 치매질환 실태와 향후 치매 치료제 공동 개발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