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영국의 최근 대마초 약품 사용 승인과 남북한 관련 현황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가 최초로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주요외신들은 국민보건서비스 산하 의약품 자문기구인 NICE가 의료용 대마초 성분이 함유된 제품 2종의 사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지침을 내놨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이번 영국의 대마초 약품 사용 승인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은 이유는 뭘까요? 탁상우 박사는 영국 당국이 뇌전증을 앓는 소년의 치료제 압수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놨다고 분석합니다.
(탁상우) 해외 여러 국가들에서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대마초 합법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합법화가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영국이 아편이나 마약으로 인한 중독사고, 혹은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 등이 미국보다는 현저히 적어섭니다. 정치적으로도, 대마초를 합법화하기 위한 국내적 요구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만성 뇌전증을 앓던 아이를 돕기 위해서 아이 엄마가 대마초 성분이 들어간 액상 성분을 외국에서 구입해 들고 갔는데, 당국에서 압수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영국시민이 공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약품으로서의 대마초 사용은 좀 허가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인도주의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영국이 이런 제도의 변화를 시도하게 되면서 해외에서 대마초 합법화에 소극적이었던 나라들도 이 사안에 대해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해야 되는 시점이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뇌전증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이 되풀이하여 나타나는 병인데요, 과거에는 ‘간질’이라고 불렸는데,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자 최근 변경됐습니다. NICE는 일단 두 종류의 어린이 뇌전증에 대한 치료제인 에피돌렉스 처방을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구강용액인 이 제품은 CBD, 즉 칸나비디올을 함유하고 있어 특정 어린이 환자의 발작을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임상시험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두 제품의 약효는 그렇다 치고, 대마초나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사용해 나타나는 부작용은 뭔지 물었는데요, 탁 박사는 언뜻 보면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일반 대마초와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부작용을 설명합니다.
(탁상우) 대마초의 부작용은 환각효과와 중독성입니다. 청소년들이 대마초를 흡입하거나 섭취하게 되면 지능발달, 언어능력의 저하 등이 많이 보고됩니다. 임산부의 경우, 조산이나 사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게 보고됐습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점은 의료용 대마초 성분이 대마초 성분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의료용 대마초에 있는 CBD 성분은 진통 효과가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 대마초에는 그보다 중독성이 강하면서도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대마초를 일반 마약과 함께 분류합니다.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일반 대마초와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마약으로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그런데요, 대마초를 향한 북한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놀랍습니다. 탈북자, 방문자, 전문가들의 여러 보고에 의하면, 북한에는 대마초 판매와 소비에 대한 법이 없거나, 있더라도 집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예컨대, 미국의 인권 단체 ‘링크’의 연구와 전략 담당 박소길 국장은 지난 2016년 미국의 인터넷 신문인 ‘허핑턴 포스트’에 “북한에서는 대마초가 야생으로 자라며, 외화 획득을 위해 정부 기관이 해외에 팔기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탁 박사는 북한 내 대마초가 범람하는 이유로 의약품이 태부족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합니다.
(탁상우) 저도 북한에서 대마초나 이를 가공한 제품을 대체의학품으로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의료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에 존재하는 강한 진통제를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게 아닐까요? 보건전문가로서 이게 ‘잘한 일이다, 못한 일이다’라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여러 정황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진통제로도 다스릴 수 있는 통증까지 모두 이런 중독성이 강한 대마초 성분 의약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또 이런 상황이 계속 북한에서 전개되는 환경이라면, 이는 분명히 어떻게든 개선돼야 할 문제입니다. 나아가, 이것이 전적으로 의료 재원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한다면, 이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은 둘째치고,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 사용을 승인한 게 영국이 최초는 아닙니다. 지난 1992년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 생산을 허용한 이후 독일,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등 29개국에서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했습니다. 남한은 어떨까요?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한국은 작년 11월에 통과된 법이 있습니다. 의료목적에 한해서 선택적으로 몇 가지 대마초 성분을 포함한 의약품의 수입을 허가했습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적은 소수의 의약품 수입만 허가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중독성이 높은 모르핀, 아편 등도 의료용으로 이미 사용된 지가 꽤 오래됐는데 굳이 대마초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의 경우는 아직도 그 허용이 제한적이라는데 모순이 있는 거죠. 한국에서도 치료제로 쓰이는 의약품의 경우는 의료인의 판단에 더 자율권을 주고,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거시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야 될 때입니다.
한편, 영국에서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의 사용 승인이 났다는 소식에 대마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남한의 오성첨단소재, 뉴프라이드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는데요, 오성첨단소재의 경우, CBD 기름 등 의료용 대마초 연구결과를 이르면 내년 1~2월 중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 남한 춘천시는 세계 의료계가 주목하는 대마초에 함유된 특정 성분인 CBD를 활용한 신약과 기능성 제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분야에서 남북이 협력할 방안은 없을까요? 탁 박사의 말입니다.
(탁상우) 북한은 오래 전부터 전통의약품의 연구개발과 대체의약품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마초 성분 의약품의 경우는 북한에서 개발되고 사용되는 대마초 성분 의약품들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임상적으로 증명해서 안전한 수준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나아가 남한과 상호교류 내지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진일보한 과학적 성과를 이끌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도 취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영국의 최근 대마초 약품 사용 승인과 남북한 관련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