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지 (1) : 음악 힐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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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 이 프로그램은 탈북 청년들이 산업화, 첨단화된 남쪽에서 얻은 사업 아이디어를 고향에 전하는 시간입니다. 언젠가는 내가 고향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사업, 고향의 친구들에게 해보라고 권할만한 직업, 공부, 장사의 방법을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옛 어르신들이 그랬습니다. 예술이 밥 먹여주냐고요. 그래서 글 쓰는 작가는 글쟁이, 그림 그리는 화가는 환쟁이, 음악 하는 가수나 배우는 딴따라, 이렇게 얕잡아 불렀습니다. 예술로 밥 벌어 먹고 살기의 고단함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제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술가로 성공해서 큰 돈을 벌기도하고요. 떵떵거릴 만큼은 아니어도, 자기만의 재능을 가진 전문직으로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라는 거지요. 오늘 황금알의 주인공은요. 바로 예술가로서 고향땅에 돌아가면 성공해보고 싶다는 분입니다. 어떤 예술가인지, 또 어떻게 성공하고 싶다는 건지, 궁금하시죠?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은지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나는 누구일까요. 자기 소개 좀 해주세요.

유은지 : 네, 제 이름은 유은지고요. 고향은 함경남도 함흥입니다.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공부를 해보려고 대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재수생입니다.

진행자 : 예술가로 ‘이 한 몸 바치겠다’ 라고 하셨다는데, 어떤 예술인거예요?

유은지 : 네, 예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학생이에요.

진행자 : 아, 클래식 기타요. 그렇다면 대학입시 준비도 클래식 기타와 관련 있는 건가요?

유은지 : 네,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려고 대학입학 시험을 준비 중이에요.

진행자 : 그럼 클래식 기타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배운 건가요? 아님 남한에서 시작한 건가요?

유은지 : 북한에 있을 때부터요. 제가 8살, 초등학생때부터 배웠어요. 그 때는 통기타였죠. 그러다가 3~4년 정도 후에 클래식 기타로 옮겼습니다.

진행자 : 통기타다, 클래식 기타다 하는 것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어요. 잠깐 차이점들을 설명해 줄래요?

유은지 : 외형상으로는 다 똑같고요. 줄 차이 인거죠. 통기타는 줄이 쇠줄. 클래식 기타는 줄이 나일론 줄. 그래서 기타를 치면 손가락 밑 피부가 몇 번 벗겨지고 클래식 기타는 덜한 편이에요. 일렉트릭 기타나 플라멩고 기타도 있어요.

진행자 : 그렇게 설명을 듣고 나서도 어려워요.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그 클래식 기타 소리 한 번 들어 봅시다. 연주곡 하나 들려주신다고요.

유은지 : 네, 클래식 기타 연주곡으로 유명한 곡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 로망스 들려드리겠습니다.

(로망스 연주)

진행자 : (박수 짝짝짝...와~) 네. 고생하셨습니다. 클래식 기타 소리가 이런 거였군요. 참 좋네요. 저는 직접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봤거든요. 정말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뭔가 깨끗해지고 평화로움에 흠뻑 빠지는 듯해요. 그렇다면 유은지씨가 이 클래식 기타 하나로 고향 땅에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이란 게 뭔가요?

유은지 : 저는 앞으로 계속 클래식 기타 연주자로서의 삶을 계속 살거거든요. 그게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불확실한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 연주로 사람들이 감동 받고 위안 받았으면 좋겠거든요. 요새 “힐링”이 대세잖아요. 사는 게 힘들다보니 위로받고 치유 받고 싶어하잖아요. 그래서 “힐링 카페”를 해보고 싶어요. 힐링 카페에서 제 클래식 기타를 들으면서 차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휴식도 취하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아! 음악 힐링 카페요? 힐링은 치료하다. 뭐 이런 뜻이잖아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카페’, 그러니까 클래식 기타 연주를 들으면서 마음의 근심,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그런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그런 건데요. ‘카페’, 쉽게 말하자면 옛날 다방 같은 곳이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차 한잔 마시는 곳. 다방이 사라지면서 이제 아주 다양한 카페가 등장하고 있어요. 유은지 씨는 북한에서 카페를 차린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어요?

유은지 : 남들과 똑같을 수 없죠. 독특해야 하는데 제가 클래식을 하지만 사람들은 클래식에 대해잘 몰라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흔하게 부르고 그런 곡들로 연주하며 다가가는 거죠. 저만 하는게 아니라 유명한 뮤지션들도 협연을 해서 앙상블도 하고 그렇게 저만의 독특한 카페를 만들 생각입니다.

진행자 : 여러분도 은지 씨의 음악 힐링 카페를 응원해 주십시오. 앞서 방송 첫머리에 잠깐 얘기 나왔지만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예술로 밥 벌어 먹고 살겠냐고. 근데 남한에 와서 여러 갈래 길이 있었을텐데, 은지 씨가 계속 이런 음악 연주자로서 길을 가고 있는 건, 어때요? 남한에서 예술인으로 사는 것도 괜찮아보였기 때문인가요?

유은지 :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남한에서 일단 문화라는 게 너무 다양하잖아요. 사람들이 문화를 누리기 위해서 주머니에서 돈 꺼내 걸 주저하지 않아요. 음악회나 콘서트, 뮤지컬을 보는 데 꽤 큰 돈을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보러 다니고요. 이런 저런 미술 전시회도 잘 다니더라고요. 물론 여기서도 잘 사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생활 수준차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요.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누가 그렇게 문화를 얘기하겠어요. 배 부른 소리라고 하지요. 그러니까 예술이 좋다면 충분히 내 돈을 내고 느끼고 싶다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 옛날처럼 예술한다고 다 가난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보면 악기 하나 연주만 잘 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요. 그만큼 돈도 잘 벌더라고요.

진행자 : 그래요. 문화 생활이란 게 ‘먹고 살만 해야 곁눈질이라도 하지’ 하던 때는 많이 지난 것 같아요. 북한과는 많이 좀 다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청취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돈주의 황금알”은 앞으로 우리 친구들이 고향에 돌아가면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의 성공신화! 입니다. 그래서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얘긴 아닐 수도 있어요. 남북한 현실이 너무 다르고,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다르니까요. 다만 우리 친구들의 얘기를 통해서 ‘세상사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앞으론 이러이러한 일들이 돈이 되겠다’ 정도로만 느낌을 잡으셨으면 좋겠어요. 은지씨의 “힐링 카페” 얘기를 듣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려봅니다. 은지씨, 남한에선 이런 음악 힐링 카페 가보셨어요?

유은지 : 딱히 힐링 카페라고는 하지 않아요. 제가 가본 곳은 그냥 카페인데, 연주도 하고, 가수가 나와서 노래하는 카페예요. 사람들이 일부러 그런 카페를 찾아 와서 음악을 즐기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제가 “음악 힐링 카페”라고 굳이 말하는 건요. 우리 북한 주민들에게 음악으로서 위안을 주고 싶어서예요. 그런데 클래식 기타가 그렇게 대중적인 악기는 아니어서, 독주회나 연주회를 한다면 좋겠지만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클레식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카페를 열어서, 전통 클래식 음악도 연주하고 대중들과 친숙한 음악도 연주할꺼에요. 그때가 되면 전 북한에서도 공부하고 남한에서도 공부한 것이 되잖아요. 남한의 퓨전 음악을 만들어갈 것 같아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고 싶어요. 남한에선 이미 그런 음악카페가 자리를 잘 잡고 있으니까, 북한에서도 잘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진행자 : 북한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가곡 한 곡을 잘못불러도 연주 한 곡을 잘못 연주하면 정치범수용소에 가야하는 것이 북한 예술인들의 현실이죠. 북한에서의 예술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나중에 나눠보겠습니다만 우리 은지씨는 ‘음악 힐링 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얘기는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들어보도록 해요. 벌써 시간이 다 됐거든요.

유은지 : 네, 알겠습니다.

진행자 : 실제로 클래식 기타 연주도 직접 들어보고, 또 다른 묘미가 있는 시간이었어요.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은지 : 네, 고맙습니다.

진행자: 클래식 기타 연주자, 유은지씨의 다음 얘기 꼭 기대해주시고요. 저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김충성이었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