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중원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 방송 채널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2024년 3월부터 4월까지 16부작으로 방송됐고, 5월에 특별 방송 2화가 추가 공개됐는데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내용으로 tvN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습니다. 특히 3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복귀한 한국의 인기 배우 김수현과 믿고 보는 배우 김지원이 부부로 출연해 더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럼 드라마 내용 살펴보기에 앞서 예고편부터 함께 들어볼까요?
나 절대 당신 눈에서 눈물 나게 안 해 . 세기의 결혼…이라고들 했었죠 .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딸과 신입사원의 결혼이라니 .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 . 그래서 ? 그럼 지금은 아니란 말씀 ? 오늘부로 그런 소문 다 사라지겠네요 .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결혼하면 왜 사랑을 안 하지 ? 나 눈물 나게 안 한다며 . 그래서 나 이혼하려고 .
[ 기자 ] 예고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수현과 김지원, 그러니까 극 중 이름으로 백현우와 홍해인은 서로 사랑하는 부부로 나오는데요. 다만 둘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이가 됐습니다.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 드라마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살펴볼 드라마 '눈물의 여왕' 줄거리는 어떻게 되죠?
[ 김헌식 ] 대개의 드라마가 연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결혼하면 끝이 나는 결말을 보여주는데, 이 드라마는 3년 차 부부가 위기를 딛고 다시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용두리의 이장 아들 출신인 '백현우'는 퀸즈가의 '홍해인'을 사랑해서 결혼합니다. 그런데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하게 되면서 굉장히 힘들어하는데요. 이런 와중에 임신한 아이를 잃은 홍해인은 더욱더 냉랭한 태도를 갖게 되면서 힘들어진 백현우는 이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홍해인이 불치병에 걸려서 이혼에 차질이 발생하는데요. 그 가운데 퀸즈그룹 자체가 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백현우가 나섭니다. 퀸즈가도 구하고 홍해인도 구할 수 있을지. 악당들에 맞서서 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 기자 ] 드라마 예고편과 첫 1, 2화를 보면 단순히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백현우-홍해인 부부가 이혼하게 되거나 혹은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되는데요. 그러나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악역들이 등장하면서 퀸즈그룹을 지키기 위한 미궁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덕분에 더 흥미진진해지는데요. 그런데 백현우와 홍해인 부부의 이혼도 이야기 전개에 있어 큰 역할을 하죠? 기존의 한국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는 젊은 청춘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번에 살펴보는 '눈물의 여왕'과 같이 이미 결혼한 부부 사이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아진 것 같아요. 두 남녀 주인공인 부부로 등장하는 드라마에는 '눈물의 여왕' 외에 어떤 작품이 있죠?
[ 김헌식 ] <부부의 세계>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성공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다정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들까지 두었던 여자 주인공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근본적으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아는 와이프>도 색달랐습니다. 한 번의 선택으로 달라진 현재를 살게 된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인데요. 결혼이라는 현실은 남녀 모두에게 책임과 희생을 강요하면서 부담감을 주게 되는데, '그 시절 지금의 이 여자 혹은 남자가 아닌 다른 인연을 택했더라면, 그때 마음에 둔 그 여자 혹은 그 남자랑 산다면'과 같은 상상력을 풀어내는 판타지 드라마가 바로 <아는 와이프>였고요. 또 <고백부부>는 20살에 만나서 24살에 결혼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이혼을 선택한 반도와 진주라는 남녀 주인공이 무려 20살이던 18년 전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삶을 살아가게 되는 독특한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 기자 ] 한국 드라마계가 기존의 정형화된 전개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결혼 전까지의 로맨스에만 그치는 게 아니고 그 이후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거나 결혼 선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지만 결국에는 현재 인연인 부부가 가치 있다는 결말을 보여주는데요. <내 남편과 결혼해 줘> 같은 경우에는 강지원이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남편과 친구의 불륜을 목격한 뒤에 살해당했는데, 깨어나 보니까 10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끝내 배신한 친구를 자기 남편과 결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재미있는 내용이었고요. 또 <선재 업고 튀어>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남자 톱스타와 그를 살리기 위해서 과거로 간 여자를 그린 타임슬립 드라마 장르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고요. <닥터 차정숙> 같은 경우는 의사를 포기하고 가정적으로 살다가 20년 만에 1년 차 레지던트로 병원에 돌아온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병원에서 어떻게든 적응해 보려는 여자 주인공과 그의 남편인 남자 주인공은 사사건건 방해하고 훼방 놓는 내용이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돌아오겠습니다.
( 눈물의 여왕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오늘 살펴보고 있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여주인공 홍해인은 '클라우드 세포종'이라는 뇌 희소병을 앓고 있는데요. 홍해인은 이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독일의 한 암센터에서 치료받기 위해 남편인 백현우와 독일을 방문하던 중, 백현우가 홍해인과 이혼하려고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발견합니다.
[ 백현우 ] 내가 쓴 거야 . 먼저 얘기 못 해서 미안해 .
[ 홍해인 ] 언젠데 ? 이거 언제…언제 쓴 건데 ? 혹시 그날이니 ? 내가 얼마 못 살 것 같다고 말한 날 ?
[ 백현우 ] 맞아 .
[ 홍해인 ] 그래서 이거 들고 와서 이혼하자고 하려다가 만 거야 ? 내가 곧 죽을 거니까 .
[ 백현우 ] 그랬어 .
[ 홍해인 ] 그래서 내내 거짓말한 거라고 ? 지금은 왜 못하니 ? 그땐 잘만 거짓말했으면서 지금은 왜 못해 ?
[ 기자 ] 백현우가 이혼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봐줬던 백현우의 모든 행동이 거짓이었다고 생각한 홍해인은 백현우에게 차갑게 변합니다. 그러던 중 백현우는 해인이 비 내리는 길가에 앉아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 백현우 ] 해인아 . 추운데 왜 이러고 있어 ? 차는 ? 너 차 어디 있어 ? 오 기사님은 ?
[ 홍해인 ] 그러게 . 나 여기 어떻게 왔지 ? 요즘 자주 이러네 . 안 그래도 시간 없는데 중간중간 시간이 날아가 버려 . 그런데 당신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
[ 기자 ] 홍해인의 차갑던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 홍해인 ] 혹시 이 우산 보고 ? 이거 당신이 옛날에 나 준 거 기억나 ? 나 그때 진짜 완전 어이없었잖아 .
[ 백현우 ] 해인아 .
[ 홍해인 ] 그렇게 보지 말라고 . 51% 라잖아 . 독일 가서 열심히 치료하면 된다고 .
[ 백현우 ] 해인아 .
[ 홍해인 ] 왜 자꾸 불러 .
[ 기자 ] 해인의 기억은 병으로 인해 백현우가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발견하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는데요. 기억을 잃어버린 해인은 전에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합니다.
[ 홍해인 ] 맞다 . 예나 알지 ? 엊그제 교통사고가 났대 . 잠깐 기절해가지고 응급실에 갔는데 남편이 득달같이 달려왔더래 . 변호사랑 같이 . 숨 붙어 있을 때 사인받을 거 받아야 한다고 난리 , 난리 . 너무 시끄러워가지고 기절했던 예나가 일어났더래잖아 . 울어 ?
[ 백현우 ] 미안해 .
[ 홍해인 ] 뭐가 미안해 . 내가 그렇게 걱정돼 ? 걱정하지 마 .
[ 기자 ] 홍해인은 이렇게 종종 기억을 잃어버리곤 해서 참 안타까운 장면이 많았는데요. 해인이 앓고 있는 병 '클라우드 세포종'은 실제로 존재하진 않는다고 하던데, 실제와 비교하면 어떤 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김헌식 ] 드라마에서는 가상으로 병의 이름을 만들어낸 거죠. 원래는 의료계에서 교모세포종이라고 하는 종양을 뜻합니다. 이 종양은 특정 부위에 집중되기보다는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기억 상실 등 증상이 나타납니다. 두통이 가장 흔한 증상이고요. 구토와 어지럼증, 인격장애, 지적장애, 보행장애,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교모세포종 환자는 연간 국내에서 630여 명이 진단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언어장애, 보행장애 등은 나타나지 않고 다만 기억장애와 순간적인 인지장애가 나타나서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 처하곤 했습니다.
[ 기자 ] 드라마 후반부에 클라우드 세포종을 치료하기 위해서 해인의 그동안의 기억을 모두 지우게 되는데 실제로도 이런 경우가 있나요?
[ 김헌식 ] (홍해인의 경우) 특히 측두엽 쪽에 종양이 광범위하게 퍼졌는데요. 측두엽은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죠. 측두엽의 일부분인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고, 내측 측두엽은 장기 기억을 저장하고 떠올리게 해주는데요. 측두엽에 퍼진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억∙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 건드리면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내측 측두엽 손상이 생기면 기억상실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하기 때문에 전혀 엉터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홍해인이)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니고 수술 바로 전의 기억만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게 정말 가능한지는 의문일 수 있습니다만 드라마 설정이기 때문에 감안해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줄거리와 극 중 등장하는 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설정의 실제 모습과 패러디한 장면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