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우리들의 블루스,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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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티스트 제작사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을 짚어볼 건데요.

우선 드라마 방영 전부터 한류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게 가장 눈에 띄었죠?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역대급 출연이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우리들의 블루스를 위해서 뭉쳤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같이 찍었으니까 당연히 수준이 높을 것이다"라는 생각들 들겠는데요. 배우 몸값도 대단하죠. 이병헌 씨 같은 경우는 이미 <미스터 선샤인> 때 드라마 1회당 1억 5천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들의 블루스를 촬영할 때는) 시간이 지나서 출연료를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차승원, 김우빈, 이정은, 김혜자, 고두심, 박지환, 최영준, 김광규, 엄정화 등 캐스팅이 대단한데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노희경 작가 때문입니다. 1996년에 <엄마의 치자꽃>, 2013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그리고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부터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 안방극장을 주름잡다 보니까 배우들이 신뢰하는 작가가 됐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블루스'에 많은 명배우가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 기자 ] 그런데 출연자 중 해녀 어르신 춘희 역을 맡은 고두심 배우가 실제 제주도 출신이라고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1951년 제주도에서 태어났고요. 제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2년에 MBC 방송사의 제5기 탤런트 즉, 배우∙연기자로 방송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2년 제주를 빛낸 사람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제주 출신의 대표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겠고요. <전원일기>로 한국적인 어머니상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아서 '국민 엄마' '국민 배우'로 알려졌습니다. 즉, 제주 출신인 고두심 씨가 제주 사투리를 쓰는 제주 할머니로 드라마에 등장한 것이죠. 고두심 씨는 드라마에서 제주 출신의 원어민 발음을 보여주는데요. 배우들은 제주 방언을 고두심 씨에게 배우고 확인도 받았습니다. 특히 이병헌과 이정은의 제주 사투리 연기가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 이병헌 배우는 직접 "제주 출신 배우에게 검사받고, 제주가 고향인 고두심 선생님께 많이 여쭤봤다"고 언급했습니다. (배우들의 제주 사투리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서 보는 맛을 제공했습니다.

[ 기자 ] 이정은 배우와 고두심 배우의 제주 사투리가 참 찰지기도 하고 알아듣기 어렵기도 했었는데, 그럼 고두심 배우의 제주 방언 안 들어볼 수가 없겠죠?

[ 고두심 ] 어디서 굴러먹당 ( 굴러먹다 ) 근본도 어신 ( 없는 ) 아이들을 그냥 . , 느네들이 육지 사람들도 해녀 하게 산댄 ( 줘야 한다고 ) 어촌계장이랑 쿵짝 맞앙허낸 ( 맞아 ) 해녀학교니 뭐니 지엉허낸 ( 지어서 ) 저런 것들을 받아노난 ( 받아서 ) ( 이렇게 ) 됐쥬게 ( 됐지 ). 나가 뭐랜 ( 뭐라 했어 )? 처음부터 육지 것들은 받음 ( 된다고 ) 해샤 ( 했어 )?

[ 기자 ] 자막이 없으면 정말 한 마디 알아듣기도 힘든 정도인데요. 그러니까 한지민이 전복을 캐다가 물에서 늦게 나오자, 육지 사람을 받으면 안 된다고 호되게 꾸중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주도 사투리는 한국 육지 사람들도 알아듣기 힘들다고 유명한데요.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마에 자체적으로 자막이 나왔죠?

[ 김헌식 ] 표준말과 제주 사투리가 좀 다르기 때문에 자막을 달았지만, 뒤로 갈수록 자막은 줄었습니다. 쉽게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는 대사들의 경우에는 대사와 함께 괄호 속의 표준어 의미를 자막으로 제시해서 이해를 도왔습니다. 자막 없이는 (제주 사투리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점점 쉬워졌는데요. 사실 제주 지역어는 유네스코에서 희귀 언어로 등재될 만큼 그 희귀성과 가치를 인정받았고, 또 한국 중세 국어의 특징이 살아 있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자막을 달아주는 것이 반드시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이 아니고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자막을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자막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적습니다. 예를 들어 몇 가지 제주도 말을 살펴보면, "밥 먹었어?"는 "밥 먹언?"이고요. "왜 그랬어?"는 "무사 경핸?"입니다. 그리고 "너 돌았냐"는 "도라짱이냐?"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지역어와 표준어의) 의미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있었어요. "신난다"를 제주말로는 "지꺼져"라고 하는데, 마치 '꺼져라, 사라져라'는 뜻이어서 이런 건 좀 알아듣기가 힘들었습니다.

[ 기자 ] 드라마의 특이한 점 중 하나가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닌 독립된 일화들이 합쳐져서 극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와 같은 시도를 한 한국 드라마가 또 있나요?

[ 김헌식 ] '옴니버스'라는 뜻은 '모든 이를 위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인데요. 이는 독립된 짧은 이야기 여러 편을 엮는 방식이거든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다른 드라마들과 다르게) 독립된 각 주인공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상황이 펼쳐져서 독특합니다. 2000년대 한국의 지상파 텔레비전 주말 드라마도 한 개의 프로그램에 두세 개 소코너를 삽입하는 형태였는데요. 이런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는 과거에 노희경 작가가 송혜교, 현빈 주연으로 선보였던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습니다. 화려함 속에 인간애를 갈망하는 방송사 드라마 제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요. 특히 8회에서는'규호이야기' '늙은 배우들의 이야기''민철이야기' 3개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한 회에 구성돼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노희경 작가는 '각 개별적인 삶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립된 것 같지만 사실은 다 연결돼 있다', '국민들 각자 삶이 분리되어 있고 따로따로인 것 같지만 어떻게든 다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옴니버스 방식으로 드라마를 계속 쓰고 있는 듯싶습니다.

[ 기자 ]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에서도 독립된 일화 같지만, 사실 모든 이야기가 거미줄같이 촘촘히 연결돼서 제주 주민들 간의 따뜻한 정도 보여준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네요.

그럼 잠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우리들의 블루스 OST)

[ 기자 ] 다시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극 중 해녀 한지민을 사랑하는 선장 역을 맡았던 김우빈은 비인두암 투병 끝 5년 7개월 만에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로 복귀했죠.

[ 김헌식 ] 비인두암은 희귀병인데요. 미간은 눈썹 부분부터 코끝까지를 가리키는데, 이 미간에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10만 명 중의 한 명이 걸릴까 말까 한 희귀병인데 이게 배우 김우빈 씨의 얼굴에 번진 거죠. 그래서 2015년부터 7년째 장기간 공개 연애 중인 신민아와 김우빈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처음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둘은 다섯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2015년부터 열애를 인정했죠. 둘 중 신민아 씨가 다섯 살이 더 많습니다.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연예계 활동을 2년간 중지하고 항암 치료에 전념하던 김우빈 씨 곁에서 신민아 씨가 계속 간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2019년 말 김우빈 씨가 암 투병을 이겨내고 비인두암 완치 소식을 전하면서 둘이 '우리들의 블루스'에 같이 출연하는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 기자 ] 연인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각자 얽히는 내용은 없다는 점이 신선한데요. 그런데 또 신민아 씨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상을 받았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스타어워즈《APAN Star Awards》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어워즈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돼 지난 1년간 제작한 최고의 드라마와 배우들을 선정하는데요. 제8회 스타어워즈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자상을 신민아 씨가 받았습니다. 신민아 씨에게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영광이었던 작품이었고요. 또 한 명이 수상을 했는데, 제30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 최영준 씨가 우수연기상을 받았습니다. 최영준 씨는 앞서 말씀드렸던 미성년자 고등학생들의 임신에 따른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줬는데요. 최영준 씨는 딸 영주를 키워왔던 아버지 역할을 했는데 보편적이면서도 애틋한 면들이 잘 보여서 우수연기상을 받았습니다.

[ 기자 ] 이 드라마는 제주도의 풍경을 가득 담아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모슬포의 중앙시장은 주인공들의 삶이 펼쳐졌던 곳입니다. 드라마는 실제로 성산읍 고성 오일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제주 전역 시장에서 많이 찍었다고 하고요. 금능항도 굉장히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이병헌 배우가 2021년 11월에 이곳을 방문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고요. 또 금능항 바로 옆에는 신민아와 이병헌이 비양도를 끼고 데이트를 했던 금능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이 있습니다. 특히 금능해수욕장은 아이들이 놀기 좋을 만큼 얕은 해변이고 물빛은 천길보다 오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금능해변에서 헤엄치면 갈 수 있는 섬인 비양도 같은 경우는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고 합니다. 1km를 나가도 허리밖에 물이 차오르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데요. 이 비양도는 이병헌이 만물상 트럭에 물건을 가득 싣고 팔러 갔다가 이미 다른 트럭에게 물건을 산 할머니들에게 징징대고 화내다가 돌아온 곳이기도 하고요. 금능해변에서 10분 더 해안길을 따라가면 한수리방파제와 대수포구가 나오는데, 이곳은 신민아가 바다에 힘없이 자신을 내던지면서 생애를 마감하려 했던 곳이죠. 그런 신민아를 해녀들이 구출하는 곳이 바로 한수리방파제와 대수포구인데 이곳이 또 명소가 됐습니다.

[ 기자 ] 제주도는 한국의 일반적인 육지 사람들도 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인데 제주도의 여행 명소와 실제 주민들이 사는 곳은 굉장히 다르다는 말이 많았잖아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제주도를 단순히 관광지로만 여겼던 사람들도 모슬포 중앙시장이라든지 금능항 등 제주도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대개 제주도에 가더라도 주로 명승지, 명소를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일반 주민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가 일반 제주 도민들, 주민들의 삶의 공간을 잘 보여줬기 때문에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 기자 ]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에 대한 총평과 관전 요소 짚어주시죠.

[ 김헌식 ] 관전 포인트는 잔잔하면서도 사람의 향기가 나는 이야기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14명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는데요. 그 가운데 앞서 말씀드린 커플들의 사랑 잘 이어졌으면 좋겠고요. 천천히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결말을 보면 희망적입니다. 아무리 갈등 관계에 있고 오해가 있다 하더라도 서로 다가가고 노력하면 화해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빠르게 보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시면 참 좋은 드라마입니다.

[ 기자 ]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우리들의 블루스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