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천국의 계단, 북한에 닿은 한류

[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 방송 채널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알아채셨을 청취자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남북한 모두에서 인기가 뜨거웠던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그 드라마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추억의 드라마를 함께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천국의 계단은 2003년 12월 3일부터 2024년 2월 5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방송됐는데요. 이 드라마는 예고편이 없어서 명장면을 먼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 , 한정서 좋아 싫어 ? 한정서 , 좋아 싫어 , 좋아 싫어 ? 한정서 , 좋아 싫어 ? 아직 얘기 했다 . 한정서 ! 한정서 !

[ 기자 ]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 모셨는데요. 오늘 다룰 작품인 천국의 계단 줄거리부터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네, 천국의 계단은 주인공인 한정서와 차송주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한정서는 최지우, 차송주는 권상우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고 성장한 후에 각기 다른 배우자와 사랑을 키워가는데요. 사실 굉장히 사연이 많습니다. 처음 시작은 최지우의 아버지가 태미라와 재혼하면서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태미라의 딸 김태희는 질투심이 아주 많아서 최지우가 가진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 했고, 또 최지우가 가장 아끼는 친한 오빠 권상우까지 뺏어오고 싶어 합니다. 어느 날 권상우는 유학을 떠나게 되고, 떠나기 전에 목걸이를 반으로 쪼개서 최지우와 서로 하나씩 나눠 가지게 되는데요. 나중에 권상우가 한국에 들어온 날 최지우는 공항에 급히 나가는데 김태희는 이를 알고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차를 몰고 따라갑니다. 김태희는 질투한 나머지 차로 최지우를 치고 최지우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됩니다. 게다가 김태희가 최지우를 다른 시체와 신분을 바꿔치기하는 바람에 최지우는 다른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몇 년의 세월 동안 김태희의 오빠 신현준이 최지우를 데리고 사는데요. 신현준은 어린 시절부터 최지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사고를 낸 김태희의 부탁을 듣고 최지우를 맡아서 돌보게 되는데요. 세월이 흘러 최지우는 (기억을 잃은 채) 시장에서 옷 가게 일을 하고 권상우는 유학에서 돌아와서 어머니 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아직도 권상우는 최지우를 잊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백화점에서 최지우와 비슷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최지우는 권상우를 몰라보고요. 그 와중에 점차 권상우는 최지우에게 다가가면서 애달픈 사랑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신현준과 권상우, 최지우 간의 삼각관계가 진행되면서 과연 권상우와 최지우는 다시 기억을 회복해서 만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기자 ]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죠?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청률이 40% 이상이었고요. 배경음악만 나오면 자동으로 천국의 계단이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탈북민들도 이 드라마를 많이 시청했다고 말했고, 또 해외에서도 한류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아르헨티나까지 한류가 전파됐는데요. 아르헨티나 최대 민영 공중파 원격의 방송에서 방영 첫날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뉴스에서도 많이 보도됐고, 인터넷에서도 검색어 순위 1위를 했다고 합니다. 또 일본에서는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순위에서 2005년에 천국의 계단이 <겨울 연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드라마는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됐고 토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13.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서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보였습니다.

[ 기자 ] 드라마의 소개를 보면 "금지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네 남녀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고 말하는데요. 당시에는 이런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인기의 비결이었던 건가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기억상실, 불치병 같은 드라마 단골 설정이 등장했고요. 심지어 새어머니, 새아버지 그리고 남매간에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당시 드라마 설정으로) 빈번했습니다. 상투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 등이 눈길을 끌었는데, 너무나도 뻔하고 단순한 인물과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저건 말도 안 돼"라고 하면서도 보게 만든다는 겁니다.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는데요. 하나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그대로 보여주니까 '(격변하는 전개 속에도) 결말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갈 거야'라는 쾌감을 안겨준다는 것이고요. 또 천국의 계단 같은 경우에는 최지우의 잃어버린 기억이 결국엔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시점이 언제인가가 궁금해서 연속극을 지켜보다 보면 끝까지 보게 된다는 겁니다.

[ 기자 ] 천국의 계단은 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이기도 한데요.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건 이 장면이죠.

권상우 ( 차송주 ): 정서야 , 어디를 가던 네가 보여 . 비슷한 사람들은 너처럼 보여 . 옆에 없는데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자꾸 앞에 나타나는 거야 .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

[ 기자 ] 권상우가 죽은 줄 알았던 최지우를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열심히 쫓아갔지만 놓치게 되는데요. 권상우는 놀이공원으로 돌아와 최지우와 어렸을 적 던지고 놀았던 부메랑을 던지며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고 외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왜 이 장면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었을까요?

[ 김헌식 ] 약간 좀 다른 얘기입니다만, 이때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는 말이 큰 인기였습니다. 한때 권상우가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면서 부메랑을 던지며 외치는 장면을 흉내 내기 위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부메랑 던지기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부메랑은 던지면 돌아오게 되죠. 어쨌든 최지우와 권상우가 기억상실증과 둘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시 헤어졌지만,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측면에서 "사랑은 돌아올 거야"라는 말이 드라마의 주제 문장이 됐습니다. 권상우 배우가 한 일화를 전했는데요. 감독님이 뜬금없이 부메랑을 쥐여주시더니 사랑은 돌아오는 거라는 말을 시켰는데 굉장히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게 멋있었다고 생각했냐?"고 진행자가 물으니까, 권상우는 "저 스스로는 자존감이 높지 않다"고 대답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부메랑처럼 멀리 갔다가 다시 곁으로 돌아오는 사랑,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쉽지 않기에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분이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천국의 계단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주연인 권상우와 최지우 말고도 신현준과 김태희의 존재감도 컸죠. 요즘 말로 하면 '민폐형' 캐릭터라고 하는데요. 이들의 역할이 뭐였나요?

[ 김헌식 ] '민폐형', '발암' 캐릭터라고 합니다. 발암은 암을 유발한다는 뜻이고요. 민폐는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친다는 건데요. 일종의 악역이죠. 김태희의 악역은 권상우와 최지우 간에 다시 돌아오는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입니다. 김태희는 권상우와 결혼하기 위해서 약혼 단계까지 가는데, 위기에 몰리니까 더욱 그악스럽게 두 사람을 방해합니다.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는 김태희의 모습이 많이 화제 됐는데요. 평소에 김태희 배우의 예쁜 모습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또 새어머니 이휘향의 역할 (태미라)도 원래 성격은 여장부지만 이 드라마 이후에는 못된 어머니 역을 상당히 많이 맡았다고 합니다. 또 신현준은 완전 악역은 아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최지우를 차지하기 위해서 거짓말과 위장을 하고 또 권상우와 떼어놓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처럼 사랑하는 두 연인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장애물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악역들이 역할을 하죠. 악역들이 적나라하고 그악스럽게 연기를 할수록 시청률은 더 올라가기 때문에 한동안 악역을 어떻게 잘하느냐에 따라서 시청률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악역을) 맡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는 (배우들이) 악역을 안 맡으려고 했는데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악역을 맡은 사람이 오히려 주인공보다 인기를 더 많이 끌게 됐죠. 특히 김태희 씨가 더 인기를 끌게 되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악역이 오히려 더 돋보이는 시대가 됐고 그 역할도 커졌습니다.

[ 기자 ] 드라마가 방영된 지 무려 20년이나 됐기 때문에 당시의 한국 상과 현재와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장면이 있을까요?

[ 김헌식 ] 일단 권상우가 최지우를 잡아끌면서 강제로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억지로 몸을 만진다든지, 끈다든지, 안으려고 한다든지, 입맞춤하려고 하는 태도들은 예전에는 사랑의 열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벽치기라든지, 손목 잡기, 기습 키스 같은 경우는 폭력이라고 규정될 수도 있거든요. 왜냐하면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전 드라마에서는 이런 행동을 낭만화시키고, 어쩔 수 없이 여주인공은 따라가고, 그러면서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들이 최근 들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신현준이 김태희의 어깨를 붙들고 패대기치듯이 데려가는 장면이라든지 또 최지우가 넘어져서 아파하는데도 그냥 가버리는 장면 등은 오늘날에는 볼 수 없는 예전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는 감안해서 봐야 합니다.

[ 기자 ] 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추억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줄거리와 현재와 다른 당시 상황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를 실제 시청했던 탈북민의 소감과 드라마 명장면 살펴보겠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