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제작되어 세계적인 영상 사이트 넷플릭스라는 곳에 올라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북한에도 이 드라마가 들어갔다면 청취자 여러분들도 보셨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그런데 완전히 이해하셨나요? 아마 궁금한 게 있었을 것 같은데요. 드라마도 알고 봐야 재미있겠죠?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 ENA 제작사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드라마의 내용을 짧게 요약한 예고편부터 듣고 올까요?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되게 재미있어요. 이 아가씨가 변호사예요? 우영우 정체가 뭡니까? 바보인 척하면서 누구 놀리는 거 아니야? 우영우 변호사, 건방지게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는 거야, 지금! 변호사는 그것만 잘하면 돼, "이의 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그새 느네.
[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는 제목에 나타나듯이 변호사 우영우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교수님, 어떤 드라마인지에 관해서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변호사 우영우는 동그란 바가지 머리에 주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헤드폰 항시 들고 다니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왼쪽 가슴 위에 변호사 배지를 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IQ는 164에다가 법조문과 판례를 빠짐없이 정확하게 외우고 있어요. 법 자판기같이 누르면 법에 대해서 자동으로 답하는 천재적인 변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변호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선입견과 맞서 싸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가상의 대형 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에 첫 출근을 한 우영우의 모습과 함께 시작되는데요.
[ 우영우] 법무법인 한바다에서 신입 변호사로 일하게 된 우영우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변호사 우영우의 튀는 말투, 관심사가 나오면 쏟아지는 말들, 회전문을 지나가지 못해 애쓰는 모습, 어수룩한 모습과 반대로 너무 뛰어난 성적. 예사롭지 않은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등장에 주변의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우영우도 이를 알고 있음에도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와 지혜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감동을 무척 받는 인간애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 기자] 자폐증 즉, 정신지적장애가 있는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는 게 굉장히 특이한데요. 한국에서 자폐증이 있는 사람이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갖는 것은 얼마나 드문 일인지요?
[ 김헌식]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는 모두 2만 6,486명인데 이 중에는 자폐증이 있는 변호사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로스쿨(전국 25개)을 수료했다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자폐증은 아니지만, 시각 장애 또는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판사,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앞으로 얼마든지 자폐 변호사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용기를 얻은 분들이 더 많아졌으니까, 가능성도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다만 변호사는 자문과 상담, 소송을 해야 하므로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죠.
[ 기자] 드라마 중 한 장면에서, 로스쿨 동기이자 친구인 최수연 변호사가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라고 말하죠. 서울대 로스쿨에서 1등 성적이던 우영우 변호사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게 특이한 게 맞나요?
[ 김헌식] 특이하죠. 2022년 6대 로펌(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에 입사한 187명의 신입 변호사 중 서울대 출신이 72명(38.9%)로 가장 많습니다.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변호사시험 성적도 1,500점 이상입니다. 우영우 정도의 성적이라면 분명 취직이 먼저 돼야 했습니다.
[ 기자] 변호사 우영우가 근무하는 곳은 일반적인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한국의 대형 로펌 한바다라고 나오는데요. 한국 대형 로펌에 다니는 변호사의 월급은 어느 정도고,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요?
[ 김헌식] 로펌은 여럿의 변호사들이 회사 형태로 만들어 운영하는 전문 변호사 법률 사무소입니다. 대형 로펌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서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로펌 변호사의 경우 1억 1천에서 1억 2천가량의 평균 연봉을 받습니다. 규모가 더 작은 중소 로펌에 취업한 경우라면 사법고시 출신의 경우 6천만 원, 로스쿨 출신의 경우 5천만 원대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 로펌도 대형 로펌일수록 대우가 좋은 것이죠.
드라마나 영화 속 에피소드는 주로 형사 사건에 집중되는데요. 대형 로펌이 다루는 영역은 국제통상 및 관세, 건설 부동산, 공정거래, 지식재산권과 같이 다양한 사건을 맡습니다.
[ 기자] 자폐증을 가진 우영우가 신입 변호사로 대형 로펌에 일하는 걸 드라마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한국 드라마의 흐름은 '성공'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의미와 성장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요. 자폐인들 가운데는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경우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자폐인이 그러한 것은 아니죠. 우영우라는 모범생 변호사 캐릭터를 만들어 내서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들까지도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장애, 비장애와 상관없이 같이 즐겨볼 수 있는 드라마를 통해서 사회에 필요한 인간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고 전문직 자폐인 즉, 변호사로 등장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 기자] 네, 그럼 잠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시죠.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원슈타인 '기울이면' )
[ 기자] 다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매화 법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맡은 일은 노부부 폭행 사건인데 소송을 당한 사람 즉, 피고인이 어린 시절 우영우를 돌봐주던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부부싸움을 하던 중 홧김에 남편인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리미로 가격했고, 이로 인해 살인미수죄로 혐의로 기소된 건데요.
우영우의 상사인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을 제안합니다.
[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이 사건 국민 참여 재판으로 가자. 증거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살인미수거든? 다리미로 노인네를 때려놓고 죽일 마음은 없었다는 게 말이 안 돼. 증거 싸움으로 가면 져. 할머니 싸움이 딱하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럴 때는 국민 참여 재판이 좋지. 배심원들 마음에 호소할 수 있으니까.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미국이나 남한에서는 배심원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인민참심원이라고 하죠. 김헌식 교수님, 정명석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제안한 이유는 뭔가요? 이게 일반적으로 자주 있는 일인가요?
[ 김헌식]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상참작을 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배심원으로 참여시켜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내린 판단이 반드시 판사의 판결에 반영돼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참고 사항일 뿐인데요. 이 사건의 경우 할머니가 오랫동안 할아버지한테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에 할머니의 상황을 보여주어 국민적인 상식에 맞게 정상참작을 받는 등 법원 판단이 내려지도록 정명석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제안한 것이죠. 배심원은 20대 이상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별되기 때문에 민주적인 대표성도 띨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할머니의 상황을 고려한 판결을 받게 됩니다.
[ 기자]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 아버지 동동삼 씨가 재산 상속 문제로 형들을 상대로 법정 소송에 나서게 되는데요. 동동삼 씨는 형들의 등에 떠밀려 서명한 상속 분할 각서 때문에 2억이 넘는 빚을 떠안을 위기에 처합니다. 이에 동그라미는 변호사이자 친구인 우영우에게 달려와 하소연하는데요.
[ 우광호/ 우영우 부] 그라미 아버님 토지 보상금 받으셔?
[ 동그라미/ 우영우 친구] 네, 원래는 할아버지 땅이고 5 천 평쯤 되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우리 아빠 이름으로 해놨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거기가 개발지역이 돼 가지고 정부에서 보상금이 나온대요. 100 억이요. 그런데 돈을 다 형들 나눠주기로 해서 빚만 남아요. 동일 삼촌이 50%, 동이 삼촌이 30%, 우리 아빠가 20%. 양도소득세, 지방소득세 합쳐서 22 억 6 천만 원. 삼촌은 50 억, 30 억씩 가져가는데 우리 아빠는 빚만 2 억 6 천이 생겨요.
동그라미의 아버지 동동삼 씨가 서명한 각서로 인해 상속 20억에 세금으로 22억 6천만 원을 내게 됐습니다. 한국의 상속은 북한과 어떻게 다른가요?
[ 김헌식] 남한의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제정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가 있죠. 동동삼 씨의 경우에 형들에게 상속분을 나눠주는 바람에 세금을 오히려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또한 남한의 경우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을 통해 피상속인을 동거·간호의 방법으로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에 기여분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건물과 토지의 같은 경우에는 상속할 수 없습니다. 다만 주택 즉, 살림집은 주로 함께 살던 자녀가 물려받습니다. 또 급여, 배급품 등은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세금을 물릴 수 있는 재산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 기자]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다음 시간에 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해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한국의 변호사와 상속 및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내용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여기에 등장한 실제 사건들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참여 김헌식, 진행 박수영,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