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실화를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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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ENA 제작사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살펴보려 하는데요.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는 정신 지적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법조문과 판례를 꿰고 있을 정도로 천재적인 머리를 지니고 있는 굉장히 특이한 변호사죠.

[ 기자] 교수님, 오늘은 드라마에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일화들을 소개해 주신다고요?

[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실제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법률 사건으로 재창작한 게 상당수 있는데요. 변호사인 우영우가 주인공이다 보니 이 사건을 맡은 변호인단의 입장에서 이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거죠. 재밌는 관전 요소는 우영우의 활약으로 어려운 사건들이 해결되기 때문에 통쾌하고 감동적인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 기자] 드라마로 구성된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니, 벌써 기대됩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부터 들려주실 건지요?

[ 김헌식] 드라마 7~8회에 등장하는 소덕동 이야기인데요. 한국에서는 신도시 개발을 많이 하죠. 신도시에는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고 이동 차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자동차가 오갈 수 있는 도로를 많이 건설합니다. 하지만 도로 건설 부지에 이미 주민들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소덕동 이야기는 도로 건설에 따라 피해를 보는 주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소덕동은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고령 주민들이 사는 작은 농촌 마을입니다. 신도시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해 소덕동을 관통하는 행복로 건설공사를 하게 되는데, 주민들은 이 개발로 집과 생업을 동시에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 보고 올까요?

[ 동방토지주택공사 관계자] 행복로는 함운 신도시의 교통 수요에 대응하고자 경해도와 저희 동방토지주택공사가 함께 추진 중인 자동차 전용 도로입니다. 행복로가 소덕동을 지나는 모습은 여기.

[ 조현우/ 소덕동 주민] 잠시만요. 저거는 행복로가 소덕동을 지나는 정도가 아니잖아요. 마을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데!

[ 기자] 그런데 소덕동 주민들이 보상금도 제대로 못 받을 위기에 처한 것 같은데요.

[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보상금을 제대로 주다니요?

[ 조현우/ 소덕동 주민] 소덕동은 그린벨트 지역이라 주변에 비해 공시지가가 많이 쌉니다. 그래서 지하철 10 호선을 지을 때도 땅이 수용됐던 주민들의 재산 피해가 심각했어요. 집터 전체가 수용됐는데 보상금은 천만 원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고요. 평생을 소덕동에서 살았던 사람이 서울서는 월세 보증금도 되는 돈을 들고 우리가 어딜 가겠습니까?

교수님, “그린벨트로 지역이기 때문에 보상금을 많이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인 거죠?

[ 김헌식] 신도시 대부분은 그린벨트로 묶여있기 때문에 강제수용 시 책정되는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신도시 주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Green Belt, 개발제한구역)를 지정해 법적으로 개발을 제한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한다는 지적도 있죠. 이렇게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를 침해당해 왔는데 갑자기 저렴한 가격에 국가가 수용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제 토지 수용이라고 하는데, 이러면 보상금이 굉장히 낮습니다. 이 보상금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에는 턱없이 부족한데요. 더 많은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합니다.

[ 기자] 앞선 소덕동 주민들의 경우와 반대로 국가에서 지은 노선이 사유지를 지나가면서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일화도 드라마에 등장하는데요.

국가도로인 지방도가 사찰 ‘황지사’를 지나가게 되면서 그곳을 지나가는 차들에 돈을 걷었던 건데요. 우영우의 집 주인은 ‘황지사를 구경도 하지 않았는데 관람료를 내야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 정의순/ 집주인] ( 아버지와 나) 둘이서 차를 타고 한백산으로 가는 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튀어나오더니 우리 차를 막아서는 거예요. 황지사라는 절이 유명한 문화재라면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랑 아버지가 "우리는 한백산에 가는 거지 황지사에 가는 것이 아니다, 황지사는 보지도 않을 건데 우리가 관람료를 내느냐" 그랬더니 아저씨가 하는 소리가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합법이라는 거예요.

[ 김윤복/ 집주인 아버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았는데도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거요? 문화재 근처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국가 도로가 사유지를 지난다는 이유만으로 관람료를 걷었던 사건이 실제 있었다고요?

[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천은사 사례인데요. 천은사는 지리산에 있어요. 지리산은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많은 분이 끊이지 않고 보러 오거든요. 이 천은사가 지리산의 명승지인 노고단을 가는 길에 있습니다. 그런데 천은사 매표소는 또 절 바로 앞이 아닌 1km 떨어진 지방도로 옆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도로가 지리산 명승지로 올라가는 길이거든요. 저하고 1km 떨어진 곳에 매표소를 설치해서 1,600원이라고 하는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통행세를 걷는 것이죠. 그래서 부당 징수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2년 만에 이 관람료가 폐지됐습니다. 폐지된 데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전라남도가 천은사와 협상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지방 도로가 포함된 땅은 전라남도 지자체가 사들이고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새 탐방로를 조성하고, 시설 개선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은 천은사를 포함한 문화재의 보수와 관광·개발에 도움을 주기로 합의됐거든요. 그렇지만 아직도 전국의 24곳의 사찰에서는 문화재 관람료라는 이유로 통행세를 징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기자] 네, 사찰 근처를 단순히 지나가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겠네요.

그럼, 잠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시죠.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ASTORY 선우정아 " 상상 ")

[ 기자] 다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여성 우선 해고 사건을 통해 여성 차별에 대한 얘기도 다룹니다. 미르생명에 남편과 아내 둘이 재직하는 경우에 여성들을 우선 해고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 김현정/ 미르생명 차장] 그러니까 제가 그만두지 않으면 남편을 자르겠다는 건가요?

[ 문종철/ 미르생명 인사부장] 어느 쪽이 이익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내로서 남편의 앞길을 막아서야 되겠습니까? 부모님 보기도 껄끄럽지. 며느리는 출근하는데 아들은 놀면 어느 시부모가 좋아할까? 내조는 이럴 하는 거죠.

실제로 1999년 ‘농협 사내 부부 해고 사건’ 중 사직을 권유하던 지점장이 “내조는 이럴 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교수님, 당시 상황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실제 사례의 시대적 배경은 1999년이고, 농협 사회부부 해고 사건입니다. 당시 인사부장이 여성 직원을 향해서 "남편을 위해 내조하라"고 한 말도 실제 했던 말입니다. 1999년은 한국이 IMF 경제위기 때인데요. 농협중앙회는 구조조정, 즉 인사이동, 해고 혹은 명예퇴직이 해당합니다. 그래서 사내 부부를 명예퇴직 대상에 포함했는데 실제로 762쌍의 사내 부부 중 752쌍의 한쪽 배우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중에 91.5%가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소송을 제기했던 한 분은 "명예퇴직을 안 하면 남편은 휴직 명령을 받고 아내는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발령받는데, 남편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 결국 남편을 잘 내조하는 것이 여자의 미덕이 아니냐"는 등의 퇴직 압력을 받아서 결국에는 그만두게 됐다고 실제로 언급했고요. 대법원은 당시에 '퇴직하는 것은 두 부부가 결정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무죄로 판결이 돼서 농협에 책임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런 점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사례였습니다.

[ 기자] 드라마 중 가장 충격적이고도 안타까운 사건이기도 했던 로또 당첨 관련 일화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는데요. 불법도박장에서 만난 3명이 함께 구입한 로또가 1등에 당첨이 되면 나눠 갖기로 했지만, 그중 한 명이 잠적해 버렸습니다. 그중 한 명인 신일수 씨는 본인 몫을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았는데요. 긴 소송 끝에 '공동 분배 약정'이 있었다는 걸 증명해 내 신일수 씨는 14억 원 (114만 달러) 가량을 손에 넣습니다. 그런데 이후 아내를 끔찍이 아끼던 신일수 씨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 성은지/ 신일수의 아내] 사람 본색 드러나는 데까지 진짜 얼마 걸리네요. 이제는 대놓고 이혼해 달라면서 저를 때리고 물건도 때려 부수고 매일 가게로 찾아와서 장사도 하게 방해해요. 그저께는 그런 아빠 말려보겠다고 우리 큰애가 달려들었는데 애한테까지 손찌검하더라고요.

[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신일수 씨가 부인 업고 들어오던 모습이 선한데 이렇게까지 변하셨다니까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 성은지/ 신일수의 아내] 제가 혹시나 건드릴까 싶어서 당첨금을 친형 명의 통장에 받아놓은 아세요? 저한테는 푼도 나눠주기 싫은 거예요.

이렇게 아내는 신일수 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 상속 분할 소송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아내가 가게로 돌아오던 길, 눈앞에서 신일수 씨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참 절묘하고도 비극적인 일화인데요. 그런데 이 사건이 실제 있었다고요?

[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이 복권을 구매한 인원은 총 4명이었고요. 당첨금도 60억 원(456만 달러 정도)이었거든요. 남편 신일수(극 중 이름)는 도박장에서 심부름하던 증인이 나오는 바람에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그러니까 복권의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1심 판결 후 아내를 굉장히 아꼈던 남편 신일수는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결국에는 두 사람은 끝내 이혼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에 아내는 복권 당첨금의 분할 그러니까 나눠달라고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 결국 재판부는 남편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결국 아내는 한 푼도 분배받지 못한 거죠. 그런데 6개월 뒤에 신일수가 뺑소니 차에 치여서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망 당시 부모나 법률상 부인이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상속인, 즉 사망한 남편 신일수의 상속은 자녀들이 갖게 되는 거고, 그 자녀들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신일수의 아내가 자녀들에게 주어진 상속재산의 관리인이 되는 거죠. 결국에는 아내가 재산을 다 갖게 됩니다. 한 변호사는 "복권 당첨금 분배 소송에서 신일수가 패소했다면 가정이 깨지지도 않고 목숨도 잃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 기자]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실화 바탕의 법률 사건들을 짚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탈북민 관련 이야기 살펴보겠습니다.

참여 김헌식, 진행 박수영,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