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탈북민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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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 기자] 교수님,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이어 ENA 제작사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살펴보려 하는데요.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증이 있어 일상생활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법조문과 판례를 꿰고 있을 정도로 천재적인 머리를 지니고 있는 굉장히 특이한 변호사죠.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맡게 된 법률 사건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이 드라마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6화 사건의 주인공은 탈북민입니다. 탈북민 계향심 씨와 정희 씨가 빌려준 돈 1천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 이순영 씨의 자택에 침입한 사건인데요. 이 사건을 담당한 최수연 변호사가 계향심 씨를 만나 이 사건을 굉장히 간략하고 조리 있게 설명해 줍니다.

[ 최수연/ 동료 변호사] 5 계향심 씨는 엄마, 그러니까 탈북 브로커인 최영희 씨에게 빌려준 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어요. 그러자 최영희 씨는 계향심 씨한테 돈을 직접 갚는 대신 자신이 이순영 씨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계향심 보고 직접 받아 가라고 했고요?

[ 계향심/ 탈북민] 이순영이 엄마한테 빚진 돈 1 천만 원을 나랑 정희한테 넘긴 거지.

[ 기자] 이 장면만 듣고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어떤 사건인지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한 이탈 주민 출신인 계향심 씨인데요. 같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사람들이 처음에 서로 의지하니까 돈도 빌리고 그러는데 계향심 씨가 다른 북한 이탈 주민한테 1천만 원을 빌려준 거죠. 이를 돌려 받기 위해 이순영 씨의 집에 찾아갔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문을 닫고 걸어 잠그니까 집에 침입합니다. 결론적으로 침입해서 "내 돈을 달라"고 했을 뿐이니 '내 돈을 받으러 간 것인데 왜 강도죄가 성립되느냐'라면서 억울해하던 사건이었습니다. 가로채인 돈을 찾기 위해서 각목과 벽돌을 들고 침입한 것이 문제였는데요. 계향심 씨가 남한의 법률을 잘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거죠. 남한에서는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다더라도 남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각목이나 벽돌을 가지고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 협박을 하면 이게 다 범죄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은 변호사도 재판을 앞두고 손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 이탈 주민들이 한국의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범죄자가 되어 형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 기자] 사건의 담당자는 우영우의 동료인 최수연 변호사였지만, 사건에 과도하게 몰입한 최수연 변호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우영우가 투입됩니다.

[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내가 보기에는 변호사가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사건인데 최수연 변호사가 뭐랄까, 지나치게 열정적이라 할까? 그러니까 피고인한테 감정이입을 과하게 하는 느낌이라 우영우 변호사가 사건을 같이 하면서 워워 시켜주면 어떨까 하고. 그러니까 최수연 변호사가 사건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게 식혀주라고.

[ 우영우] 워워요?

[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워워

[ 기자] 그런데 피고인을 직접 만나고 온 변호사 우영우의 태도는 180도 변합니다.

[ 우영우] 계향심씨는 반드시 집행유예를 받아야 합니다!

[ 최수영/ 동료 변호사] 저희는 피고인이 집행 유예를 받을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어휴 뜨거워. 피고인한테 무슨 마성의 매력이 있나 봐? 워워 시키기로 미션은 어디 가고.

[ 우영우]

결국 우영우와 최수연 변호사는 계향심 씨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요. 어떤 상황이 펼쳐지나요?

[ 김헌식] 이때 당시에 다른 사람과 계향심 씨가 같이 가택 침입해서 "돈을 달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이미 4년 형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계향심 씨도 4년간 감옥에 갇히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드라마에서 변호사들은 집행유예를 적극 주장합니다. 집행유예라는 것은 형을 받지만, 그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유예를 하는, 그러니까 그 기간 범죄를 또 저지르면 벌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집행하지 않는 조치입니다. 변호인들이 이 집행유예를 판결해달라 주장하는 것이죠. 변호인들은 외국인 특별규정 즉, 북한법과의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하면서 어떻게든 계향심 씨가 형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결국 변호인도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희박하게 생각하긴 하는데요. 그렇지만 결국 재판부에서는 의외의 판단을 하게 됩니다. 계향심 씨의 억울한 사정을 알게 되면서 2심에서는 계향심 씨가 죄를 반성하고 자수한 이유로 감경을 받게 돼서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게 되죠. 재판부에서는 계향심 씨가 경찰차를 멈추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았기 때문에 이를 참작했습니다. 이걸 본 변호인들은 한 줄 평을 합니다. "실로 묘한 수다, 묘수다"라고 하면서 계향심 씨는 형을 4년 형을 받지만, 집행유예를 받아서 풀려나오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 기자] 이 사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탈북민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탈북민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법정에 출석한 한 증인은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이 큰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고 "정부가 탈북자에게 정착지원금을 주는 것이 범죄자들에게 범죄 격려금을 주는 것 같다"라는 칼럼을 실은 것에 대해서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데요. 한국에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은 아니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탈북민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또 탈북민들끼리 서로 도와주려고 하다가 상처를 주게 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계향심 씨 같은 경우에는 변호사들에게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다든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숨어냈지만 뒤늦게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 자수를 한다든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도 순수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한국 사회의 인간애를 불러일으키는 등장인물로 출연했습니다.

[ 기자] 네, 그럼 잠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시죠.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 기자] 다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사실 우영우 변호사가 피고인 계향심 씨에게 더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후반부에 나오는데요.

계향심 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에는 둘도 없는 딸 하윤이가 있었습니다.

[ 계향심/ 탈북민] 우리 하윤이 그때 겨우 3 살이었는데 내가 교화소에 가면 우리 하윤이 그냥 버려지는 거야. 나는 탈북자라 아무도 없어서. 엄마도 진짜 엄마가 아니고 하윤이 아버지도 하윤이 낳고 얼마 돼서 사고로 떠났는데 딸을 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에 우영우는 고래가 새끼를 생각하는 어미의 마음을 떠올리는데요.

[ 우영우] 고래 사냥법 가장 유명한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버렸을까?

[ 기자] 탈북민 분들 입장에서 이 사건을 시청한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 김헌식] "탈북민들에 대해 다른 드라마보다는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뤘다"는 평가가 있었고 또 "북한 여성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 생활력이 강한 모습을 잘 보여줬다"라는 겁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너무 거친 모습만 묘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한 북한 사회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계향심을 닮은 북한 이탈 주민 여성들은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 여성들이 국경을 넘어와서 가족과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강한 모성을 가지고 고생을 감수하는 모습이 계향심 씨와 많이 닮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악스럽게' 다시 말해 "자신의 고통은 감내하면서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모습들은 결국 어려운 상황 환경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평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기자] 드라마에서 갖가지 신조어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특히 10회에서 우영우가 변호하는 피고인 양정일 씨와 그의 연인 신혜영 씨 간의 나눈 대화 내용에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해 판사도 '무슨 뜻이냐' 질문하죠. 이를 우영우 변호사가 설명해 줍니다.

[ 우영우] 지난 3 월 13 사람은 '알콩달콩'의 채팅 기능을 통해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 판사] '코노 갓다가 오저치고'?

[ 우영우] '코노'는 코인노래방,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 고'의 줄임말입니다. '뜨밤'은 '뜨거운 밤'의 줄임말로 성관계를 의미하고요.

이런 단어들 외에도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는데 실제로도 많이 사용되는 말인가요?

[ 김헌식]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혜영 누나와의 사랑은 진짜야", "먹튀했네" 또 "혜모바, 혜영이밖에 모르는 바보", "양모바, 양정일밖에 모르는 바보"와 같은 단어들이 쓰이는데요. 또 우리나라에서는 조카 바보라는 단어를 쓰곤 하는데 이런 줄임말들도 있습니다. '찐이야'는 진짜, 진국, 진정, 진심이라는 뜻으로 본질적인 성격이나 성향을 강조합니다. 가수 영탁의 '찐이야'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일반적으로 쓰는 신조어고요 '먹튀'는 먹고 튀는 행태를 말해서 자신만을 챙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태를 가리킵니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말 줄임말이 신조어인 것을 볼 수가 있어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말을 줄여서 하면 유치하다고 여겼었는데 지금 젊은 세대는 말을 줄여서 신조어를 만드는 것이 트랜드 즉, 유행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 기자] 김헌식 교수님, 오늘도 찐으로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탈북민 관련 사건과 신조어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국내외 반응과 영향력 알아보겠습니다.

참여 김헌식, 진행 박수영,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