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중성과 작품성 둘 다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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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 기자] 교수님, 안녕하세요. ENA 제작사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에 대한 국내외 반응과 영향력을 짚어볼 건데요.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자폐증 즉, 정신 지적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인데요. 그런데 현실판 우영우가 있다고요?

[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헤일리 모스라는 여성인데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게 되고 헤일리 모스라는 여성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우영우가 가상의 그런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헤일리 모스는 플로리다 대학에서 심리학, 범죄학 박사학위와 마이애미 대학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하고 플로리다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최초의 공식 자폐인 변호사가 됐습니다. 특히 법률회사에 소속돼서 반테러와 관련한 법률 활동을 하거나 의료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자폐인으로서 겪는 경험담 반영해서 책을 집필했고요. 또 자폐 인식 개선 활동을 벌이기도 해서 자폐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미국 장애인법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자폐 장애인 변호사입니다.

[ 기자] 현실판 우영우 즉, 헤일리 모스가 한국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헤일리 모스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 헤일리 모스/YTN 인터뷰] ( 우영우와) 공통점이 정말 많아요. 그녀는 매일 같은 루틴을 갖고 있고 같은 것을 항상 먹어요. 그게 바로 저예요. 저는 드라마처럼 학교에서 우등생이었어요. 대학에 갔고, 로스쿨도 갔죠. 하지만 제게 가장 힘든 일은 언제나 사람들과 소통하고 친구를 사귀고, 사회에 적응하는 문제였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제게 말했죠, ' 다른 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냥 다를 뿐이다' 그리고 ' 다르다는 것은 특별할 수도 있다' 고요.

[ 기자]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우영우 신드롬'이란 말까지 생겼습니다. '우영우 신드롬'이란 무슨 뜻인가요?

[ 김헌식] '신드롬'은 영어 단어인데요. 어떠한 사회적 현상을 가리킬 때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우영우 앓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여기서 앓이는 '사랑앓이'와 비슷한 거죠. 따라서 우영우 신드롬은 우영우라는 등장인물을 집단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이고요. 한국 사람 특히 해외에서도 팬이 되기도 하고 '우영우처럼 살아야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삶의 힘을 얻는 현상들이 많아지고 있죠. 시청자들은 우영우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난관을 극복하고 비장애인도 해결하기 힘든 사건들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감을 많이 얻었고,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우영우를 통해서 '우리 세상도 살만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다짐하는 현상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기자] 그리고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우영우와 친구 동그라미의 인사법이 유행하기도 했죠. 그 인사법이 무엇인지 잠시 듣고 올까요?

[ 동그라미/ 우영우 친구] 투더 투더

[ 우영우] 투더 투더 라미

[ 함께] 하!

[ 기자] 그러니까 이름 글자 사이에 영어로 'to the' 즉 '~에'라는 추임새를 넣어주는 건데요. 교수님의 이름으로 예를 들자면 '김 투더 헌 투더 식'이 되는 거죠. 이 인사법이 탄생한 비화가 있다던데 어떤 거죠?

[ 김헌식] 극 중 배우 주현영 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알려졌고요. 이 인사법의 영향력이 엄청났습니다. 대만, 일본 축구 선수들이 인사법을 실제로 따라 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가 돼서 세계인들이 많이 봤거든요. 이는 작가가 지시해서 만들어진 인사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작가는 대사만 주고 드라마에서 동그라미 역할을 했던 주현영 배우한테 "아이디어, 생각을 덧붙여 봐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주현영 배우가 인사말을 만들어서 주연인 우영우 역할을 했던 박은빈 배우와 함께 율동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래 작가가 쓴 인사말은 '우영우영우, 동동그라미' 정도였는데 여기에 주현영 배우가 '우 투더 영 투더 우' '동 투더 그 투더 라미'라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죠. 배우가 즉석에서 대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렇게 작가가 기본 대사만 주고 배우가 살을 덧붙여서 크게 인기를 끄는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화제가 됐습니다.

[ 기자] 네, 그럼 잠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시죠.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 기자] 다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또 나눠보고 싶은 얘기는 우영우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씨에 대해서입니다. 이 배우가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도 활동했었죠?

[ 김헌식] 그렇습니다. 1996년에 아역배우로 데뷔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2023년 기준으로 데뷔 27년 차 배우입니다. 젊음에도 불구하고 경력은 굉장히 긴데요. 아역배우 출신들은 아역 때는 굉장히 인기를 끌지만, 성인기가 되면 덜 주목받는데 오히려 박은빈 씨는 성인기가 돼서 주목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에서 2010년에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이세영 역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고요. 또 2021년에 《연모》라는 사극에서 비극적인 운명 때문에 여성임을 숨기고 세자가 되었다가 왕위에까지 올라서 훌륭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미국 국제에미상에서 드라마 부문 상을 받는데 톡톡히 기여를 했습니다. 또 이 시간에 계속 살펴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배우입니다.

[ 기자] 지난달 28일에 진행된 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박은빈 배우가 이 드라마를 통해 TV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정말 축하할 일인데요. 백상 예술 대상은 1965년부터 진행돼 오던 전통 있는 한국 최고 권위의 종합 예술상입니다. 그럼 또 박은빈 씨의 수상 장면 안 보고 올 수 없겠죠?

[59 백상예술대상 박은빈 배우 수상 장면]

[ 기자] 드라마가 각종 상도 휩쓸었다고 하는데, 어떤 상들이죠?

[ 김헌식] 그렇습니다. 미국 비평가협회에서 준 라이징 스타상 즉, 떠오르는 인기 배우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시네마&TV 창립 기념 행사(Asian Pacific Cinema & Television, 'APCT')라고 불리는 시상식이었는데요. 이 상은 한 해 동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영화·방송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데 우영우 역할을 맡았던 박은빈 배우가 이 상을 받은 것이고요. 또 미국에서는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Critics Choice Awards)라고 또 다른 비평가들이 주는 상인데 여기에서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예술적인 작품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무려 8개 부분의 후보에 올랐고요. 당연히 박은빈 씨가 최우수 연기상, 여자 신인연기상에 주현영, 하윤경 씨 등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훌륭한 작품은 작품상뿐이 아니고 연출상, 예술상, 극본상 연기상까지도 후보에 오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넷플릭스에서 TV 비영어 부문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 작품으로 이상한 변호사와 우영우가 아직도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 기자] 마지막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를 짚어주시죠.

[ 김헌식] 사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에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굉장한 인기를 끌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었고 또 세계적인 기록까지는 생각할 수 없다고 여겼었는데요. 이런 생각들을 무너뜨린 작품입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다 같이 볼 수 있는 성장 드라마예요. 성장 드라마라는 거는 성공 드라마와는 달리 변호사가 돼도 그 뒤에 깨달음과 성찰을 통해서 한층 더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혼자만 성숙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따뜻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잔인한 내용을 다루는 영화와 드라마가 많은데 그 가운데에서 인간애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 때문에 남북한 포함해서 전 세계인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기자]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국내외 반응과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함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참여 김헌식, 진행 박수영,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