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의 첫 주를 보냈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분들도 새해 많은 소망들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눈과 추위로 유명한 이곳 미국 중서부 시카고 지역은 최근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있습니다. 오늘은 탈북해서 파란만장하고 수 많은 고생을 하다가 미국에 정착해 현재 만능기술자(핸디맨)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탈북민 이종필 씨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살아보겠다고 고향을 떠났지만 중국에서의 10년 세월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종필 : 신분이 없어서 검문 검색을 많이 당했죠. 신분이라는 것이 여기 미국으로 말하면 영주권이죠. 영주권이 없어서 어디 나가서 일해도 검문을 많이 받고요.
정식 신분을 가질 수 없었던 종필 씨는 중국인들이 꺼려하는 여러 가지 험하고 힘든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탄광 갱도일, 광산, 굴뚝, 산중간에 터널을 만들기 위해서 중국에서 했던 모든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종필 씨는 결국 태국을 거쳐 2016년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요. 삼촌이 미국인들은 관대하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오게 된 미국에서의 생활도 처음부터 녹녹하지는 않았죠. 미국에서도 첫 정착지인 시카고에서 일자리를 찾아 알라스카 주로 이주를 했다가 다시 시카고로 돌아옵니다.
종필 씨는 현재 이곳에서 만능기술자로 불리는 핸디맨을 하는데요. 일하는 분야는 주택내부의 벽공사, 화장실, 창틀, 마루공사, 차고 꾸미기 등 대부분이 수리와 시공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주택수리 기술자들은 수입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게 되고 종필 씨도 시카고에서 부자들이 산다는 동네로 이사해 살고 있습니다.
종필 씨는 중국에서 숨어살 때 집수리 기술을 배웠습니다. 물론 기술이 미국과 똑같지는 않지만 결국 원리는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중국에서의 눈물겨운 고생이 이곳 미국에서 정착을 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북한에서 학교를 가자면 15리가 넘는 먼 거리여서 충분히 공부를 할 수 없었는데, 이곳 미국에서는 그런 학력을 문제삼지 않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이종필 씨는 새해 몇 가지 바람이 있는데요. 핸디맨으로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고, 그 후에는 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에 가보는 것입니다.
이종필 : 할아버지는 한국분입니다. 한국 전라도에 살다가 독립운동하면서 만주에 나갔죠. 만주에서 일본군에 잡혀서 조선 독립 후 가족들은 조선에 왔죠.
종필씨 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일제시대 고향을 떠나 멀리 만주를 거쳐 북한땅 김책시에 살게 됐고 이렇게 이 씨 집안 내력을 듣다 보면 탈북해서 중국을 거쳐 이역만리 미국에 까지 오게 된 긴 사연이 가슴을 찡하게 만듭니다.
종필 씨의 미국생활이 완전한 행복을 보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국에서처럼 불법체류 신분으로 항상 경찰을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되니 좋다는 겁니다. 올해는 이종필 씨의 만능기술자 핸디맨 사업이 더욱 번창하고 또 할아버지의 고향인 남한을 방문해 뿌리 찾기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진행 김성한,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