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착 탈북민들] 탈북해 5성급 호텔 요리사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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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코끝을 타고 향긋한 나무와 풀들의 내음을 전해줍니다. 아직은 추위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마음에는 벌써 따뜻한 봄기운이 스며듭니다. 이곳 중서부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도 봄소식이 전해오고 이제 곧 로키산맥의 푸르게 우거진 숲의 기운이 도시에 가득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탈북한 후 제3 국을 거쳐서 지난 2010년에 미국 유타주에 정착하여 호텔 요리사로 일하는 최별 씨입니다. 북한에서 요리를 공부한 최별 씨는 유타주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 식당에 취업했습니다.

최별 : 제가 북한에 있을때 요리 단과대학을 나왔습니다. 제가 요리전공을 했다고 하니까 아는 한국 교포분들이 코리안 식당에 소개를 시켜주셔서 미국에 온지 3일만에 취직을 했고 그 후 6개월후에 유타주에서 가장 큰 오성급 특급호텔 요리사로 일하게 되었죠.

북한에서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게 미국과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쉐프’라고 불리는 요리사는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는 많은 남성이 전문 요리사로 명성을 떨치면서 각종 텔레비전 방송 연예프로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죠. 최별 씨는 북한에서는 남성으로는 드물게 요리 단과대학을 다녔는데 당시에는 어머니들을 비롯한 주변의 이웃들이 고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남자가 부엌이나 주방에 들락거리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는 오래된 사고방식 때문이었던 것이죠. 북한에서 요리대학을 다녔지만 재료를 충분히 구할 수가 없어서 실습은 거의 제대로 해보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에 와서는 서투른 영어 때문에 고생 했지만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최별 : 처음 3년 동안은 고생스러운 일들을 많이 했죠. 뜨거운 곳에서 고기를 굽고 지지고 하는 일들을 반복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오성급 특급호텔에서 일하다 보니까 최고급 재료를 쓸 수 있었고 큰 호텔에서 요리 기본을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최별 요리사는 현재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이태리 요리를 비롯해서 불란서 요리와 한국전통 요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다시 대학을 다닐까 고민도 했었지만 지금은 요리사로의 길을 계속해서 걸었던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 씨는 문득문득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회상해 봅니다. 태국 이민수용소에서 고생했던 일, 처음에 미국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어서 칫솔도 사지 못해 이도 못닦었던 일, 유타주에 와서 혼자 지내면서 외로웠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전문인으로 똑바로 서있는 자신을 볼 때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최별 : 처음에 호텔에서 일할때 너무 재있었어요. 각종 요리를 하고 옷이 땀에 다 젖고 했어요. 돈은 좀 작았어도 그래도 돈을 떠나서 진짜 행복했죠. 북한에서 상상할수 없었던 직업을 얻었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최별 씨는 서양 요리와 한국 요리를 망라한 쉐프로 일하지만 아직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항상 성실하자는 좌우명으로 살고 있다고 하네요. 탈북민 출신으로는 드물게 전문 요리사로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최별 씨의 발전과 행복을 바랍니다.

진행 김성한,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